LG전자·SK엔무브, AI 데이터센터용 차세대 냉각 소재 공동 개발

LG전자와 SK엔무브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열을 식히는 데 쓰이는 차세대 냉각 소재를 함께 개발하기로 했다. AI 서버는 대량의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하기 위해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빽빽하게 배치하는데, 이 과정에서 기존 서버보다 훨씬 많은 열이 발생한다. 이 열을 제때 빼내지 못하면 장비가 오작동하거나 수명이 줄어들 수 있고, 냉각이 따라가지 못하면 서버 가동 자체를 늦춰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어, 소재 단계에서부터 냉각 효율을 높이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SK엔무브와 가전·상업·산업용 신규 냉매, 냉동기유 및 액침냉각 기술을 함께 미리 개발하기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협약식에는 LG전자 ES사업본부장 이재성 사장과 SK엔무브 김원기 사장 등 양사 주요 관계자가 참석했다. 이번 협약은 가전과 상업용에 머물러 있던 냉각 기술 협력 범위를 산업용, 그중에서도 AI 데이터센터 영역까지 넓히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만 협약 자체는 완제품이나 상용화 일정을 정한 단계가 아니라, 신소재를 함께 미리 연구하는 초기 협력 단계라는 점도 눈에 띈다.
협약 대상인 냉매는 에어컨이나 냉장고 등에서 열을 옮기는 데 쓰는 물질이고, 냉동기유는 압축기 내부 부품이 매끄럽게 움직이도록 돕는 윤활유다. 액침냉각은 전자부품을 절연성 냉각액에 직접 담가 열을 식히는 방식으로, 공기나 물을 이용한 냉각보다 훨씬 많은 열을 빠르게 빼낼 수 있어 발열량이 큰 AI 데이터센터에서 특히 주목받는 기술이다. 두 회사는 이런 소재 전반을 아우르는 기술을 공동으로 선행 개발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규제 강화와 냉각 수요 확대가 배경
LG전자와 SK엔무브는 이번 협력의 배경으로 글로벌 냉매 규제 강화와 고효율 냉각 수요 확대를 꼽았다. 실제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기후총국 자료를 보면, EU의 개정 불화온실가스(F-가스) 규정은 2027년부터 12kW 이하 소형 에어컨·히트펌프 등에 지구온난화지수(GWP·냉매가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를 얼마나 더 내는지 나타내는 지수) 150 이상인 냉매 사용을 금지한다. 이후 2029년부터 2033년까지는 규제 대상 기기의 용량 기준을 단계적으로 넓혀 더 큰 장비까지 적용 범위를 확대한다. 두 회사가 언급한 냉매 규제 강화는 이런 유럽의 정책 흐름과 맞물려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냉매를 다루는 가전·산업 기업들로서는 규제가 본격 시행되기 전에 대체 물질과 기술을 미리 확보해 두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번 협력은 지난달 두 회사가 미국 냉각 기업 그린레볼루션쿨링(GRC)과 함께 AI 데이터센터용 액침냉각 솔루션을 공동개발·확대하기로 한 협약의 연장선으로도 볼 수 있다. LG전자는 지난 10월 28일 자사 뉴스룸을 통해 SK엔무브, GRC와 손잡고 액침냉각 솔루션을 함께 넓혀가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협약에서 LG전자는 냉각수를 나눠 보내는 배분장치(CDU)와 시설에 물을 대는 수전장치(FWU), 칠러 등 핵심 부품을 맡고, SK엔무브는 액침냉각에 쓰는 열전달용 액체를, GRC는 부품을 담그는 탱크 시스템의 설계와 보급을 각각 담당하기로 했다. 부품과 열유체, 탱크 설계라는 세 영역을 각 사가 나눠 맡는 구조는 액침냉각이 한 기업 혼자가 아니라 여러 전문 기업의 협업으로 완성되는 복합 기술임을 보여준다. 이번 신규 냉매·냉동기유 공동 개발은 이 같은 부품·소재 중심 협력을 한 단계 더 확장한 것으로 풀이된다.
AI 데이터센터는 GPU 등을 빽빽하게 배치해 기존 데이터센터보다 단위 면적당 발열량이 훨씬 크다는 특징이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냉매나 냉각액 같은 소재 자체의 성능을 높이는 것이 데이터센터의 운영 효율과 전력 소비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꼽힌다. LG전자와 SK엔무브의 이번 협력도 이런 흐름 속에서 가전·상업용 냉각 기술을 산업용, 특히 데이터센터 영역까지 확장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자료: LG전자, SK엔무브,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