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마리 토끼라면 두 마리 모두 세어야 한다

임형광 기자 · 입력 2026.10.07 19:12 · 수정 2026.10.07 19:33
영농형 태양광, 발전량보다 먼저 농업의 지속성을 증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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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식품부

영농형 태양광의 명분은 한 땅에서 농사와 전력 생산을 함께 이어가는 데 있다. 그런데 농림축산식품부 실증사업에서 비교 가능한 29건 중 24건의 농작물 생산량이 줄었다면, 이를 아직 보급 과정의 작은 오차로만 볼 수는 없다. 필자가 주목한 것은 감소 폭보다 감소가 나타난 사례의 넓이다. 농업을 지킨다는 전제부터 다시 검증해야 한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그늘은 기술 변수가 아니라 생육 조건이다

영농형 태양광은 농지 위에 패널을 띄워 경작과 발전을 병행하는 방식이다. 패널이 만드는 차광, 즉 햇빛 가림은 고온과 수분 증발을 줄일 수 있지만 광합성에 필요한 빛도 제한한다. 효과는 작물의 그늘 적응성, 패널 간격과 높이, 방향, 지역 기후와 재배 시기에 따라 달라진다. 건조하고 더운 지역에서 그늘이 유리할 수 있다는 해외 연구 흐름을 우리 논밭에 그대로 옮길 수 없는 이유다.

따라서 생산량 감소 자체만으로 기술 전체를 폐기할 일은 아니다. 같은 면적에서 얻는 농산물과 전력의 합산 가치, 물 사용량, 품질, 농작업 비용까지 함께 비교해야 한다. 다만 발전 수익이 농작물 감소를 보상한다는 계산만으로 성공을 선언해서도 안 된다. 그렇게 되면 영농형이라는 이름 아래 농업은 형식으로 밀려날 수 있다.

실증의 실패를 보급의 근거로 포장하지 말아야

전력계통, 곧 생산한 전기를 받아 운반하는 전력망의 부족으로 포기하거나 일정이 늦어진 사례도 중요하다. 작물에 맞는 설비를 만들었어도 전기를 연결하지 못하면 농가는 장기간 묶인 투자와 영농 불편을 떠안는다. 재배 실증과 계통 검토를 따로 추진한 정책 설계의 한계라고 본다.

이제 필요한 것은 획일적인 확대 목표가 아니다. 작물별 최소 생산성, 품질과 작업 편의, 재해 안전성, 계통 접속 가능성을 사업 승인 전에 공개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실증 결과도 성공 사례만 골라 제시하지 말고 비교 조건과 실패 원인을 표준화해 축적해야 한다. 무엇보다 농업인이 발전사업의 명목상 참여자가 아니라 설계와 수익 배분의 결정권자가 되어야 한다.

영농형 태양광은 가능성이 없는 기술이 아니라 조건이 까다로운 기술이다. 지금의 24건은 중단 명령도, 무조건 추진의 면허도 아니다.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면 발전량뿐 아니라 농사의 지속성을 같은 저울에 올려야 한다. 그 원칙을 지킬 때에만 이 기술은 농지를 빌린 발전사업이 아니라 농촌의 전환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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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형광 기자 hg.lim@k-rnd.net
반도체·일반공학 — 공정·소자·파운드리·메모리 및 기계·전기·토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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