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엔진 개발 앞두고 시험은 밤에…항우연 노후 시험동 안전·전력 문제

임형광 기자 · 입력 2026.10.13 05:25
최근 19개월간 야간·주말 시험 52회…소음·온도·화재 위험까지 개선 과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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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 Air Force·Sue Sapp

국가 주력산업에 필요한 항공엔진을 개발할 연구자들이 전기 기본요금 부담을 피하려 밤과 주말에 시험하는 현실이 드러났다. 대규모 첨단 항공엔진 개발사업이 2027년 시작될 예정인 가운데 핵심 시험시설의 전력 공급 방식과 노후 환경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한준호 의원이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항우연 추진시험2동에서는 2025년 3월부터 2026년 9월까지 19개월 동안 야간·주말 시험이 모두 52차례 실시됐다. 야간 시험이 49차례, 주말 시험이 3차례였다.

항우연은 평일 낮에 대형 시험을 진행해 최대 사용 전력이 높아지면 이후 전기 기본요금이 오를 수 있어 주간 전력 사용을 제한하고 시험 시간을 야간이나 주말로 옮겼다고 설명했다. 한국전력공사 약관에서 최대수요전력은 15분 동안 사용한 전력을 누적해 계산한 값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고압 전력을 사용하는 고객의 기본요금에는 특정 계절월과 해당 월의 최대수요전력이 반영된다. 한 차례 대형 시험에서 전력을 집중적으로 사용해도 이후 요금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구조다. 다만 항우연에 적용되는 구체적인 요금 종류와 계약조건은 별도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시험시설의 작업환경도 문제로 지적됐다. 추진시험2동은 1996년 건립돼 약 30년이 지난 시설이다. 한 의원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여름철 실내 온도는 37도, 겨울철에는 영하 10도까지 내려갔다. 노후 조명으로 시야 확보가 어렵고, 회전체를 시험할 때 윤활유가 튀거나 전기추진시스템 시험 과정에서 화재 위험이 발생하는 등 안전상 우려도 제기됐다.

지난해 하반기 측정된 소음은 111데시벨이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은 85데시벨 이상의 소음이 발생하는 작업을 소음작업으로 정의한다. 110데시벨 이상 소음에 하루 30분 이상 노출되는 작업은 강렬한 소음작업으로 분류하며, 설비 대체와 밀폐, 흡음, 격리 같은 저감조치를 원칙적으로 요구한다. 다만 111데시벨이라는 측정값만으로 법적 기준 위반을 단정할 수는 없으며 측정 방식과 노동자의 실제 노출시간을 함께 살펴야 한다.

소음 문제는 이전에도 확인됐다. 항우연의 2022년도 공공기관 안전관리등급 심사보고서에는 추진시험2동 연소기시험실에서 상반기와 하반기 모두 소음 노출기준을 넘은 것으로 기록됐다. 항우연은 청력보존 프로그램 등의 대책을 시행했지만, 심사단은 소음에 노출되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관리대책이 계속 이행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험환경 개선이 시급한 이유는 이 시설이 앞으로 수행할 사업의 규모와 중요성에 있다. 방위사업청이 2025년 12월 확정한 첨단 항공엔진 개발사업은 기본추력 1만6000파운드포스, 후기연소기를 가동하면 2만4000파운드포스급의 힘을 내는 터보팬 엔진을 국내 최초로 개발하는 사업이다. 후기연소기는 엔진 뒤쪽에서 연료를 추가로 태워 짧은 시간 추력을 높이는 장치다.

사업기간은 2027년부터 2040년까지이며 총사업비는 약 3조3500억원이다. 엔진 시제품 제작뿐 아니라 개발·인증시험과 실제 항공기에 장착한 비행시험 준비까지 포함한다. 계획은 2023년부터 국방과학연구소가 수행한 개념연구와 2024년 미래도전국방기술 기획연구를 토대로 마련됐다.

한 의원은 국가 항공엔진 기술을 책임지는 연구자들이 30년 된 시험실에서 전기를 충분히 쓰지 못해 새벽까지 시험하고 있다며, 기술 발전에 앞서 일하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대형 시험설비를 운영하는 다른 정부출연연구기관에도 비슷한 문제가 없는지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기간 이어지는 국가 개발사업을 안정적으로 수행하려면 연구과제 예산뿐 아니라 시험시설의 전력비와 작업환경까지 연구 기반의 일부로 다룰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자료: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방위사업청, 한국전력공사, 국가법령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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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형광 기자 hg.lim@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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