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금속 부품이 ‘자동주차’하듯 공정을 옮겨 다녔다…ORNL, 제조주기 최대 68% 단축 발표

박민성 기자 · 입력 2026.10.14 06:44
적층·열처리·검사·절삭 4개 셀을 팔레트와 디지털 스레드로 연결한 ‘Future Found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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Панфилов Александр

오래된 발전설비나 함정에서 단종된 금속 부품 하나가 망가졌다고 해보자. 새 부품을 구하지 못하면 도면을 되살리고, 금속을 쌓고, 열처리하고, 치수를 검사하고, 표면을 깎는 여러 공정을 거쳐야 한다. 그때마다 부품을 다른 장비로 옮겨 다시 고정하고 위치를 맞추며 차례를 기다린다. 미국 오크리지국립연구소(ORNL)는 이 흩어진 작업을 하나의 생산 흐름으로 묶었다. 부품을 팔레트에 고정한 채 자동주차장의 차량처럼 네 공정 셀 사이로 보내는 ‘Future Foundries’다.

ORNL은 여러 부품을 서로 다른 공정 셀에서 병행 운전해 생산주기를 사례에 따라 최대 68% 단축했다고 밝혔다. 최대 68% 감소는 기존 시간이 100이라면 32가 남는 비율이다. 다만 이는 숫자의 크기를 설명하기 위한 산술 예시일 뿐, 실제로 100시간이 32시간으로 줄었다는 시험기록은 아니다. ORNL 자료에서 말하는 생산주기가 공정·대기·운반을 어디까지 포함하는지도 공개자료로 확인되지 않았다.

만능기계 한 대가 아니라 네 공정 셀의 협업

Future Foundries는 적층부터 완성까지 한 대가 처리하는 만능 공작기계가 아니다. 로봇식 와이어 아크 적층제조(WAAM), 유도가열·열처리, 광학식 3차원 측정·검사, 5축 절삭가공이라는 네 개의 독립된 공정 셀을 연결한 연구 플랫폼이다. WAAM은 용접용 철사로 벽돌을 쌓듯 금속 형상을 빠르게 만드는 공정이고, 5축 절삭은 울퉁불퉁한 면을 여러 방향에서 정밀하게 대패질하는 공정에 가깝다.

공개된 장비도 Lincoln Electric의 WAAM 시스템, Ajax TOCCO의 유도가열 장치, Zeiss ATOS Q 광학 스캐너, Okuma MU4000V 5축 머시닝센터처럼 제조사가 서로 다르다. Fastems FPT500 팔레트 시스템이 부품을 운반하고 보관하며, ROS 2 기반 디지털 스레드가 작업 순서와 장비 상태, 부품 데이터를 잇는다. 디지털 스레드는 설계와 생산, 검사 과정에서 생기는 정보를 끊기지 않게 추적하는 데이터 연결망을 뜻한다.

이 구조가 겨냥한 시간 절감은 단일 부품의 네 공정을 한꺼번에 수행하는 데서 나오지 않는다. 한 부품이 열처리를 받는 동안 다른 부품을 적층하고 세 번째 부품을 절삭하는 식으로 여러 작업의 시간을 겹친다. 냄비 하나로 모든 요리를 순서대로 만드는 대신 여러 화구와 조리대에 주문을 배정하는 것과 비슷하다. 팔레트에 고정된 부품을 그대로 이동시키므로 사람이 공정마다 운반하고 다시 물리며 좌표를 설정하는 부담과 공정 사이 대기도 줄일 수 있다.

ORNL은 40명의 연구자가 공개까지 약 5개월 동안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2024년 9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국제제조기술전에서는 풍력터빈 기어 수리, 주조 대체부품 제작, 디자인이 다른 기념주화 제작 등 세 종류의 작업을 함께 시연했다. 여기서 ‘동시’란 한 부품의 모든 공정이 동시에 이뤄졌다는 뜻이 아니라, 여러 부품을 서로 다른 셀에 나눠 병행 처리했다는 의미다.

검사가 끝이 아니라 수리의 출발점이 된다

이 플랫폼의 또 다른 특징은 검사를 최종 합격이나 폐기 판정으로만 두지 않았다는 점이다. 광학식 3차원 측정에서 형상 이상이나 손상부를 찾으면 부품이 고정된 팔레트를 절삭 셀로 보내 문제 부위를 제거하고, WAAM 셀에서 금속을 보충한 뒤 마무리 절삭과 재검사를 이어갈 수 있다. 건강검진 뒤 별도의 절차를 새로 시작하는 대신 같은 시스템 안에서 보수와 재검사를 잇는 구조다. 수상기술 설명은 이 순환 작업을 사람의 직접 개입 없이 수행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검사 셀을 연결했다고 모든 결함이 보이는 것은 아니다. 광학식 3차원 스캔은 외형과 표면 치수를 확인하는 데 유리하지만 내부 기공이나 균열을 모두 검출하는 X선 컴퓨터단층촬영의 완전한 대체재는 아니다. 결함 포착 99%와 품질관리 조치 75% 감소도 달성 실적이 아니라 개발 목표다.

WAAM 자체의 과제도 남는다. 열이 많이 들어가는 공정 특성상 변형과 잔류응력, 기공, 균열, 층간 융합 부족, 방향에 따른 물성 차이와 낮은 표면정밀도가 생길 수 있다. 열처리와 검사, 절삭을 뒤에 연결한 것은 이런 문제에 대응하는 수단이지 문제가 사라졌다는 증거는 아니다.

‘최대 68%’와 연구 플랫폼 사이의 거리

Future Foundries를 다룬 동료심사 논문은 2026년 4월 출판됐으며, 플랫폼을 상용 양산설비가 아닌 ‘1세대 연구 시스템’으로 규정했다. 논문은 중요 교체부품의 제작·열처리·검사·수리를 잇는 공정과, 자동 팔레트 물류 및 다중 셀 스케줄링을 활용한 복수 부품 생산 등 두 사례를 제시했다.

따라서 최대 68%는 평균값이나 모든 부품에 적용되는 보장치로 읽어서는 안 된다. 공개된 논문 초록과 기관 자료에는 대상 부품, 단축 전후 시간, 표본 수, 반복 횟수와 계산식이 없다. 같은 총괄연구책임자가 참여한 2021년 별도의 316L 스테인리스강 적층·절삭 실험에도 제조주기 최대 68% 감소가 보고됐다. 그 연구는 한 장비에서 레이저 와이어 적층과 절삭을 교차 수행한 시험으로, 네 셀을 연결한 Future Foundries와는 다르다. 두 수치가 어떤 관계인지도 공개자료만으로 판별하기 어렵다.

장기 가동률과 고장 간 평균시간, 공정능력지수, 유지보수비, 작업자 교육시간, 부품당 총비용, 에너지와 탄소배출의 정량 비교도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여러 부품의 작업시간을 겹칠 때는 효과가 커질 수 있지만, 단일 부품은 적층·열처리·검사·절삭의 선후관계를 따라야 한다. 특정 셀의 작업이 오래 걸리거나 고장 나면 그 셀이 생산선 전체의 병목이 될 수도 있다. 서로 다른 장비를 연결하면서 좌표계 정합, 안전 인터록, 데이터 변환, 스케줄링과 유지보수라는 새로운 통합 문제도 생긴다.

대량생산보다 단종 부품과 수리에서 먼저 보이는 가능성

Future Foundries가 우선 겨냥한 곳은 동일 제품을 대량으로 찍어내는 전용선보다 다품종·소량생산, 단종 부품, 수리·재제조, 에너지·국방 분야의 중요 교체부품이다. 몇 달을 기다려야 하는 부품 한두 개를 복원하는 ‘금속 공방형 자동생산선’에 더 가깝다. 다만 공정을 한 흐름으로 묶었다고 항공·원전·국방용 부품의 재료·공정·부품 인증까지 자동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연결되는 조건이 늘면 검증해야 할 조합도 많아질 수 있다.

국내에도 적층과 절삭을 결합한 기반은 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금형기술센터는 2017년부터 금속분말을 쌓는 도중 절삭하는 금형용 하이브리드 장비를 운영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국방부는 2025년 단종되거나 조달이 어려운 국방 부품의 수요 발굴과 3D프린팅 실증, 제조공정 데이터베이스 및 공급망 구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국가기술표준원은 한국이 제안한 제조 디지털 트윈 관련 국제표준이 2026년 발간됐다고 밝혔다. 설계·생산조건·설비 이력·검사결과를 연결하고 추적한다는 점에서 지향점이 맞닿는다.

그러나 국내에서 적층·열처리·광학검사·절삭 네 공정을 자동 팔레트로 연결하고 생산주기 단축률을 정량 검증한 사례나, ORNL이 밝힌 최대 68%를 재현한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 Future Foundries의 현재 의미는 개별 장비가 세운 속도 기록보다 서로 다른 부품과 팔레트, 검사 데이터를 하나의 흐름으로 엮었다는 데 있다. 연구실 시연을 넘어 산업 현장의 경제성과 신뢰성, 인증 가능성을 판단하려면 장기 운전과 독립적인 재현 검증이 더 필요하다.

자료: 오크리지국립연구소, 미국 에너지부,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 미국 국립과학·공학·의학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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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성 기자 ms.park@k-rnd.net
산업·제조 — 산업공학, 제조·공정관리·물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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