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연 연구자 10명 중 8명 “안정적 재정·연구 자율성 필요”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자 10명 중 8명 이상이 안정적인 연구재정과 연구 자율성 확대를 요구했다. 정부가 연구비 지원 방식을 바꾸고 출연연 예산을 늘리는 가운데, 제도 개편이 연구자가 체감할 수 있는 변화로 이어질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원 자료에 따르면 연구자들은 안정적인 연구비와 더 넓은 자율성,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할 권한, 합당한 처우를 주요 요구로 제시했다. 국가 연구개발 정책을 정할 때 출연연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87%를 넘었다. 반면 정부가 추진하는 행정 통합과 새로운 연구조직 설립에는 부정적인 응답이 우세했다.
출연연은 정부가 출연금을 지원해 국가적으로 필요한 연구를 수행하도록 만든 기관이다. 당장 사업화하기 어렵더라도 장기간 축적이 필요한 기초·원천기술이나 국가적 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를 맡는다. 연구자가 단기간에 끝나는 과제를 계속 따내야 한다면 중장기 연구에 집중하기 어렵기 때문에, 안정적인 기본재정과 연구주제를 선택할 자율성이 함께 필요하다는 것이 현장의 요구다.
정부가 손질하려는 대표적인 제도가 PBS다. PBS는 연구자가 과제를 수주해 인건비와 연구비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종료되는 정부수탁과제를 2030년까지 기관출연금으로 전환해 PBS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과제 수주 경쟁과 인건비 확보 부담을 줄여 연구자가 연구 자체에 몰입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2026년 출연연 예산안은 4조원으로 전년보다 17.1% 늘었다. 약 5000억원 규모의 전략연구사업과 우수성과 인센티브 신설도 포함됐다. 기본재정을 확대하면서 국가 임무와 연결된 중장기·대형 연구를 강화하려는 구성이다. 다만 대형 전략사업과 성과 인센티브가 함께 도입되는 만큼, 기존의 과제 경쟁이 실제로 줄어드는지와 기관·연구자에게 연구주제 및 예산 편성 권한이 얼마나 주어지는지가 제도 개편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행정체계 개편을 둘러싼 시각차도 있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는 공통행정 전문화 기본계획을 확정한 뒤 출연연과 노동조합, 과학기술인 단체 등과 26차례 협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채용·홍보·고충처리·감사·정보보안 등 5개 분야의 전문인력 공개채용을 추진했다. 연구회는 업무를 표준화하고 전문성과 처리 속도를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조사에서는 정부가 추진하는 행정 통합에 부정적인 응답이 우세했다. 행정 기능을 한곳에 모으는 방식이 연구자의 반복 업무를 줄일 수도 있지만, 기관마다 다른 연구환경과 업무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면 새로운 승인 절차나 의사소통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제도의 명칭보다 현장에서 행정 부담이 실제로 줄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 공식 조직도에는 국가과학AI연구센터가 연구회 직속 조직으로 편제돼 있다. 이 조직에는 과학AI 통합플랫폼, AI 융합지원, 자율형 AI 과학자 연구조직 등이 설치돼 있다. 새로운 연구조직을 만드는 정책도 추진되는 상황에서, 기존 출연연과의 역할 구분과 연구현장의 참여 방식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과제가 남는다.
결국 연구현장이 요구하는 변화는 예산 증가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안정적인 재정이 실제 연구기간과 인력 운용의 안정으로 이어지는지, 연구자가 필요한 주제를 선택할 수 있는지, 정책과 조직 개편 과정에서 출연연의 의견이 반영되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PBS 폐지와 행정 전문화가 연구 몰입이라는 목표를 이루려면 현장이 체감하는 경쟁과 행정 부담이 줄었는지를 지속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자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과학기술연구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