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신호 차단해 암 악액질 잡는다…KAIST, RNA 치료로 동물실험 생존율 90%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08.04 18:10
KAIST-토르 테라퓨틱스, GFRAL 표적 ASO 치료제로 동물실험 생존율 90% 확인
뇌 신호 차단해 암 악액질 잡는다…KAIST, RNA 치료로 동물실험 생존율 90%
이번 연구를 수행한 KAIST 의과학대학원 공동연구팀. (사진 출처=KAIST)

암 환자의 몸에서 근육과 지방이 급격히 빠지는 합병증 '암 악액질'을 뇌 신호 차단으로 억제하는 치료 전략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제시됐다. 동물실험에서는 치료제를 투여하지 않은 그룹의 생존율이 20%에 그친 반면, 치료제를 투여한 그룹은 90%까지 올라갔다.

KAIST 의과학대학원 송민호·김진국 교수 연구팀은 교원창업기업 토르 테라퓨틱스와 공동으로 뇌에서 식욕과 에너지 소비를 조절하는 단백질 'GFRAL'의 작동을 억제해 암 악액질을 치료하는 원리를 규명했다고 밝혔다.

암 악액질은 전체 암 환자의 50~80%에서 나타나는 대표적 합병증이다. 암세포가 몸의 대사 활동을 교란시켜 음식을 충분히 먹어도 체중과 근육이 계속 줄어드는 것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항암 치료 효과가 떨어지고 치료를 중도에 그만두는 환자가 많아, 결과적으로 생존율을 크게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꼽혀왔다.

뇌간 수용체 차단이 핵심

연구팀은 암 악액질의 원인이 몸이 아니라 뇌에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암세포가 분비하는 신호단백질 'GDF15(암이 진행될 때 많이 분비되는 단백질)'가 뇌간에 있는 수용체 GFRAL과 결합하면, 몸에 저장된 근육과 지방을 소진하라는 신호가 전달돼 환자가 점점 쇠약해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연구팀은 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ASO, 특정 유전자의 작동을 선택적으로 막는 RNA 기반 유전자 치료 기술)를 활용해 GFRAL이 RNA 단계에서부터 만들어지지 않도록 하는 치료제를 개발했다. 마우스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근육과 지방 손실이 크게 줄고, 무너졌던 대사 기능도 회복되는 결과가 나타났다. 질환이 상당히 진행된 뒤 치료를 시작했음에도 실험 종료 시점인 약 50일째 생존율은 비투여군 20%, 치료제 투여군 90%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연구팀은 이번 치료법이 암 자체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암 악액질로 인한 쇠약 증상을 막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치료제가 식욕을 일시적으로 높이는 수준에 그쳤다면, 이번 연구는 뇌간의 핵심 수용체를 RNA 수준에서 직접 표적해 암 악액질을 일으키는 신호 자체를 억제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연구팀은 2026년 중 비임상시험에 착수하고, 2030년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개발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자료: KAIST, 토르 테라퓨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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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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