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자 연결점 바꿔 고온에도 힘 유지…국립부경대 인공근육 개발

열을 받으면 줄어드는 인공근육이 무거운 물체를 움직이려면, 수축하는 동안에도 힘을 버텨야 한다. 국립부경대학교 연구진이 소재 속 분자 연결점의 구조를 바꿔 높은 온도에서도 강도를 유지하는 인공근육을 개발했다. 크게 움직이는 능력과 하중을 지지하는 능력을 함께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춘 연구다.
국립부경대는 고분자공학전공 김대석 교수 연구팀이 ‘메소겐 모사 비등방성 가교제’를 개발했다고 9월 14일 밝혔다. 액정 분자를 닮은 방향성 있는 연결 물질이라는 뜻이다. 이번 연구에는 이지원 석사과정생이 참여했다.
연구 대상인 액정 엘라스토머(LCE)는 고무처럼 부드러우면서 열이나 빛을 받으면 수축하는 소재다. 인공근육이나 부드러운 몸체로 움직이는 소프트 로봇에 활용할 수 있다. 다만 기존 소재는 수축이 활발해지는 높은 온도에서 오히려 무르게 변해, 매달린 물체의 무게를 버티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팀은 고분자 사슬을 서로 묶는 가교제에 주목했다. LCE의 주사슬에는 메소겐이라는 길쭉한 막대형 액정 분자가 일정한 방향으로 배열돼 있다. 반면 기존 가교제는 대체로 유연하거나 뚜렷한 방향성이 없었다. 방향을 가진 사슬 사이의 연결점도 비슷한 구조로 바꾸면 힘을 더 잘 지지하고 전달할 수 있다는 접근이다.
새로 설계한 가교제 PBB-TT는 액정 분자와 구조적으로 어울리는 길쭉하고 단단한 중심부를 갖췄다. 여기에 유연한 연결 부위도 함께 넣어 소재가 지나치게 딱딱해져 액정의 움직임을 방해하지 않도록 했다. 연결점을 보강하면서도 LCE 특유의 큰 수축 능력을 살리는 설계다. 다만 PBB-TT 자체가 독립적으로 액정 상태를 이루는 것은 아니다.
논문 초록에 따르면 최적화 시료인 PBB-LCE-16은 잡아당기는 힘을 단면적 기준으로 나타낸 인장응력 8.7MPa를 견뎠다. 160℃에서는 변형에 탄성으로 저항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저장탄성률 5.52MPa를 유지했다. 수축하지 못하도록 고정했을 때 발생하는 힘의 크기를 면적 기준으로 나타낸 차단응력은 2.21MPa였다.
실제 움직임을 확인한 실험에서는 175g의 하중을 매단 상태에서 31.24% 수축했다. 같은 조건에서 질량당 일 수행량은 728J/kg으로 측정됐다. 이는 소재의 무게에 비해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는지를 나타내며, 일을 수행한 시간까지 따지는 출력밀도와는 다른 지표다.
별도의 인양 시연에서는 구리선을 내장한 전기 가열 구조를 결합해 1kg 하중을 들어 올렸다. 175g 조건에서 측정한 수축률과 1kg을 들어 올린 결과는 구분해서 봐야 한다. 연구팀은 반복 구동에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소재를 연결하고 수리하는 가능성도 제시했다. 연구팀은 소재에 남아 있는 빛 반응성을 이용해 접착제 없이 LCE 필름끼리 직접 접합했다. 이를 활용해 물체를 잡고 놓는 소프트 그리퍼를 제작했으며, 손상된 인공근육을 다시 붙여 성능을 대부분 회복시키는 것도 확인했다.
전기 가열식 LCE 인공근육에는 선행 사례가 있다. 2019년 발표된 연구는 필름 사이에 발열선을 넣은 관 모양의 구동장치로 약 40% 수축과 여러 방향의 굽힘을 구현했다. 이번 연구의 차별점은 전기 구동 자체보다 가교제의 분자구조를 통해 고온에서 하중을 지지하는 능력을 개선한 데 있다.
탄소나노튜브나 그래핀 같은 별도 보강재를 넣는 대신 소재의 기본 분자구조를 다시 설계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김 교수는 인공근육이 실제 일을 하려면 크게 움직이는 것뿐 아니라 움직이는 동안 충분한 힘을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소프트 로봇과 몸에 착용해 움직임을 만드는 웨어러블 구동기로의 확장을 기대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Angewand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에 9월 8일 온라인 공개됐다.
자료: 국립부경대학교 대외홍보센터, Wiley, 미국 국립의학도서관(NL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