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T·아이온큐, 경북 구미에 국내 첫 양자컴퓨터 제조기지 짓는다

국내 양자기술기업 SDT가 세계적인 이온트랩 양자컴퓨팅기업 아이온큐와 손잡고 경북 구미에 국내 최초로 양자컴퓨터 제조·조립 시설을 짓는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이 클라우드를 통해 원격으로 양자 자원을 빌려 쓰던 수준을 넘어, 실제 하드웨어를 국내에서 직접 조립하고 운영하는 단계로 협력의 폭이 넓어졌다.
22일 SDT에 따르면 이번 협력으로 아이온큐의 최신 양자컴퓨터 '슈페리온 256'과 실리콘 공극(SiV) 양자 메모리 모듈이 국내에 처음 들어온다. 이온트랩 양자컴퓨터는 전기장으로 띄운 이온(전하를 띤 원자) 하나하나를 계산의 최소 단위인 '큐비트'로 삼아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이다. 아이온큐 발표에 따르면 슈페리온 256은 6세대 이온트랩 장비로 256개의 물리 큐비트를 갖췄고, 레이저 대신 칩에 전자회로를 직접 심어 큐비트를 제어하는 '전자적 큐비트 제어(EQC)' 방식을 적용했다.
아이온큐 공식 발표에 따르면 이번 협력은 다년 계약으로, 슈페리온 256이 국내 SDT 고객사에 배치되는 것과 별도로 하이브리드 양자-고전 데이터센터 협력도 함께 이뤄진다. 구미에 새로 짓는 시설은 아이온큐의 SiV 양자 메모리 패키징·제조를 맡고, 양자컴퓨팅 시스템의 조립과 통합, 최종 검증(커미셔닝)까지 담당하는 거점으로 명시됐다. SDT는 이를 통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아이온큐의 우선 제조 파트너 지위를 확보했다. 앞으로 이 지역에서 양자 메모리나 관련 부품 제작, 양자컴퓨팅 시스템 조립·시운전 사업 기회가 생기면 SDT가 먼저 논의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슈페리온 256이 국내 한 암센터에 구축될 하이브리드 양자-고전 데이터센터에 투입된다는 점이다. 의료 데이터와 바이오 의학 연구용 인프라에 양자컴퓨팅을 접목하는 시도로, 국내 대형병원들이 유전체 분석과 신약 개발에 인공지능과 고성능컴퓨팅을 도입해 온 흐름에 양자컴퓨팅까지 더해지는 모양새다.
아이온큐 니콜로 데 마시 이사회 의장 겸 최고경영자는 "이번 구매로 SDT는 고성능 양자컴퓨팅과 향후 양자데이터센터를 위한 구성요소를 확보하게 된다"고 밝혔다. SDT 윤지원 대표는 "구미 시설을 아이온큐 글로벌 공급망과 아시아 태평양 지역 배치의 핵심 운영 허브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번 협력은 아이온큐가 클라우드 기반 양자 자원 대여를 넘어 하드웨어 제조·조립까지 지역 파트너에게 맡기는 첫 사례이기도 하다. 슈페리온 256은 아이온큐가 대량 생산을 목표로 새로 내놓은 제품군의 첫 모델로, 이번 한국 도입이 해당 제품군의 초기 상업 배치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아이온큐는 지난해 10월 두 큐비트 간 연산 정확도를 뜻하는 '게이트 충실도' 99.99%로 세계기록을 세운 바 있고, SDT는 올해 세계경제포럼(WEF) 기술개척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SDT는 앞으로 양자 위탁 제조(QDM) 사업을 확장해 양자컴퓨팅 업계의 '폭스콘'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양자컴퓨터는 아직 상용화까지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국내 기업이 제조 거점까지 갖추고 의료 연구에 직접 접목하려는 시도는 업계에서도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자료: SDT, 아이온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