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지구 대기 먼지 20년 새 10% 줄었다…온난화 '자연 양산' 얇아지나

맑은 날 하늘을 올려다봤을 때 예전보다 더 파랗게 느껴진다면, 그것이 단순한 기분 탓만은 아닐 수 있다. 지난 20년 동안 지구 대기 중을 떠다니던 먼지의 양이 실제로 약 10% 줄어들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더 흥미로운 대목은 이 '먼지 감소'가 최근의 지구 온난화를 다소 부추겼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먼지가 줄면 지구가 시원해질 것 같은데, 오히려 그 반대 방향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UCLA)와 밴더빌트대학교 공동연구진은 이런 내용의 연구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2026년 9월 16일자(12권 38호)에 발표했다.
20년 만에 포착된 반전
대기 중 먼지의 양을 나타내는 지표를 과학자들은 '먼지 광학두께(DAOD)'라고 부른다. 쉽게 말해 하늘이 먼지 때문에 얼마나 뿌옇게 보이는지를 수치로 잰 것이다. 이 값이 2003년부터 2023년까지 20년 동안 전 지구적으로 약 10% 낮아졌다는 게 이번 연구의 핵심이다. 그런데 이 추세를 정확히 확인하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다. 먼지는 해마다, 계절마다 들쭉날쭉 변하기 때문에 단기간 측정만으로는 진짜 추세인지 단순한 변동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위성을 이용한 정밀 관측이 20년 넘게 누적되고 나서야 비로소 이런 장기 추세를 신뢰성 있게 걸러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로 2022년 7월에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가 만든 초분광 영상분광계 '에미트(EMIT)'가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발사돼 사막 먼지 발원지의 광물 성분까지 정밀하게 매핑하기 시작했다. 이런 관측 인프라의 축적이 이번과 같은 장기 추세 검출을 가능하게 한 배경이다.
사하라부터 마른 호수 바닥까지
연구진은 위성에 실린 라이다(레이저를 쏘아 대기 중 입자를 탐지하는 장비)와 적외선 탐측기, 다중분광 영상기, 그리고 지상 관측망인 에어로넷(AERONET), 여기에 대기 모델을 결합한 대규모 역모델링 기법으로 이 추세를 확인했다. 눈에 띄는 점은 지구상 먼지의 양대 발원지인 북아프리카(사하라 사막 등)와 아시아(고비 사막 등) 두 곳에서 모두 감소 추세가 공통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대륙, 다른 기후대에서 같은 방향의 변화가 동시에 관측됐다는 사실은 이 추세가 우연이 아니라는 신뢰도를 높여준다. 흥미로운 점은 먼지 발생원이 사막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미국 캘리포니아의 솔턴호, 오웬스 밸리, 중앙아시아의 아랄해처럼 사람이 농업·생활용수로 물을 끌어다 쓰면서 말라버린 호수 바닥도 최근 주요한 먼지 발생원으로 지목했다. 자연현상으로만 여겨졌던 먼지가 실은 인간의 물 사용 방식과도 맞닿아 있다는 뜻이다. 시간을 더 거슬러 보면, 20세기 대부분 동안 대기 중 먼지는 오히려 계속 늘어나 1980년대에 정점을 찍었다. 이후 21세기 들어서야 감소세로 뚜렷하게 돌아섰다는 게 이번 연구가 새롭게 포착한 궤적이다.
얇아진 '자연 양산'
먼지는 흔히 대기오염 물질로만 여겨지지만, 기후 측면에서는 이중적인 역할을 한다. 대기 중 먼지 입자는 햇빛을 반사하거나 흡수해 지표에 도달하는 열을 줄여주는, 말하자면 지구를 위한 '자연 양산' 구실을 해왔다는 게 그동안의 통설이다. 이 양산이 얇아지면 그만큼 햇빛이 더 많이 지표에 도달해 온난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연구의 논리다. 연구진은 최근 20년간 먼지 감소로 인한 온난화 기여분을 복사강제력(지구가 흡수하거나 내보내는 에너지의 균형이 얼마나 바뀌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 단위는 제곱미터당 와트·W/m²) 기준으로 플러스(+) 0.02, 오차범위 ±0.05 W/m²로 제시했다. 다만 이 수치는 신중하게 읽어야 한다. 오차범위(0.05)가 중심값(0.02)보다 커서, 통계적으로는 영향이 거의 없거나 심지어 반대 방향일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는 폭넓은 구간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추산하는 전체 에어로졸(대기 중 미세입자 전반)의 복사강제력은 약 −1.1 W/m²로 냉각 방향이며, 이번 먼지 감소 효과는 그보다 두 자릿수 작은 규모다.
남은 숙제, 그리고 먼지의 또 다른 얼굴
정작 왜 최근 20년 사이 먼지가 줄었는지, 그 원인은 이번 논문에서도 규명되지 않았다. 연구를 이끈 애쇼크 굽타(연구 당시 UCLA 소속, 현재 밴더빌트대학교)는 지표 풍속 변화 등 환경 요인이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밝히는 후속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논문 자체도 먼지 순환에 대한 관측적 제약이 여전히 불완전하고, 지역별로 발원지·수송경로·침적지 데이터가 서로 일치하지 않아 원인을 특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더 근본적인 의문도 남아 있다. 같은 연구진이 참여한 2023년 선행연구는 먼지가 지구 기후 전반에 미치는 복사효과 자체에 상당한 불확실성이 있으며, 그 영향이 지구를 식히는 쪽인지 데우는 쪽인지 방향조차 확실히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번 연구의 '먼지 감소가 온난화를 부추겼다'는 결론은 기본적으로 먼지가 지구를 식히는 쪽으로 작용한다는 전제 위에 서 있는데, 그 전제 자체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는 뜻이다. 먼지가 줄었다고 해서 먼지가 무해하거나 적다는 뜻은 아니라는 점도 짚어둘 필요가 있다. 현재의 먼지 수준은 산업화 이전보다는 여전히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먼지가 늘 부정적인 것만도 아니다. 사하라 사막의 먼지는 대서양을 건너 매년 약 2770만 톤이 아마존 열대우림에 도달하며, 이 중 인(燐) 성분 약 2만 2000톤은 아마존이 매년 비와 범람으로 잃는 양과 맞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 최대 열대우림이 세계 최대 사막의 먼지로 영양을 보충받아온 셈이다. 이번 연구가 한국의 황사나 대기질과 직접 관련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먼지와 기후의 관계는 여전히 많은 부분이 풀리지 않은 채 남아 있으며, 이번 연구는 그 퍼즐의 한 조각을 새롭게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자료: UCLA(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 밴더빌트대학교, Science Advances,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NASA(NASA 제트추진연구소·EMI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