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라센화산국립공원 온천에서 발견된 '불 아메바', 진핵생물 최고 내열 기록 갈아치웠다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09.24 07:12
63℃에서 번식하는 신종 아메바 Incendiamoeba cascadensis, "60℃ 벽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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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NASA Astrobiology / Rappaport et al., NASA — public domain)

손을 몇 초만 담가도 화상을 입는 뜨거운 물속에서, 오히려 세포분열을 하며 번식하는 생물이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삶은 달걀 흰자가 막 굳기 시작하는 온도인 섭씨 62~65도 부근의 물속에서 태연히 번식하는 생물이 실제로 발견됐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센화산국립공원(Lassen Volcanic National Park)의 온천 지류에서 나온 새로운 아메바 종이다. 이 아메바는 63℃(145°F)에서도 분열하며 번식하는 것이 확인돼, 핵을 가진 복잡한 세포로 이루어진 생물군인 진핵생물(眞核生物) 전체를 통틀어 가장 높은 내열 기록을 세웠다.

온천 속에서 태어난 '불 아메바'

시러큐스대학교 연구팀은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에 걸쳐 라센화산국립공원 내 온천 지류(Hot Springs Creek 지류)에서 물과 생물막, 침전물 시료를 채집했다. 이 지점의 온천수는 실측 결과 섭씨 47도에서 64도 사이를 오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애초 기존에 알려진 기록을 살짝 웃도는 온도에서 시료를 배양하기 시작했는데, 예상과 달리 개체가 죽지 않고 계속 활동하자 온도를 단계적으로 높여가며 한계를 시험했고 그 결과 현재의 기록에 도달했다.

이렇게 확인된 생물은 기존에 알려진 어떤 종과도 달라, 연구팀은 아예 새로운 속(genus)을 만들어 그 첫 종으로 이름 붙였다. 학명은 '캐스케이드산맥에서 온 불 아메바'라는 뜻의 Incendiamoeba cascadensis다. 분류학적으로는 아메바조아문에 속하며, 기존에 알려진 종 가운데는 Vermamoeba vermiformis와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근연종(자매종)으로 확인됐다. 연구는 시러큐스대학교 H. 베릴 래퍼포트 박사과정생이 제1저자, 앤절라 올리베리오 조교수가 교신저자를 맡아 수행했으며, 미국항공우주국(NASA)을 비롯한 공공 연구기관들의 지원을 받았다. 연구 결과는 2025년 11월 24일 프리프린트로 먼저 공개된 뒤 동료심사를 거쳐 2026년 9월 22일 국제학술지 Cell에 정식 게재됐다.

63℃, 반세기 통념을 깬 숫자

이번 발견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뜨거운 곳에 사는 생물을 찾았다는 데 있지 않다. 오랫동안 과학계에는 진핵생물은 60℃를 넘으면 살 수 없다는 통념이 있었다. 이는 1972년 발표된 고전적 연구에서 비롯된 것으로, 일부 균류나 홍조류 같은 진핵생물이 버틸 수 있는 한계로 여겨져 왔다. 아메바로 범위를 좁히면 실제 기록 보유종은 Echinamoeba thermarum으로, 57℃까지가 확인된 한계였다.

이번에 발견된 아메바는 이 두 기준을 모두 넘어섰다. 63℃에서 세포분열, 즉 번식이 가능하다는 것이 확인됐고 분열은 멈추더라도 64℃까지는 먹이를 찾아 움직이는 운동 능력을 유지했다. 더 나아가 70℃라는 극단적인 고온에 5분간 노출된 뒤에도, 활발히 증식하는 것은 아니지만 몸을 웅크린 보호 상태로 버티다가 온도가 다시 내려가면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참고로 박테리아 같은 핵이 없는 단순한 생물, 즉 원핵생물 중에는 122℃에서도 생존하는 고세균 Methanopyrus kandleri가 있다. 핵막으로 유전물질을 감싼 훨씬 복잡한 세포 구조를 가진 진핵생물이 그보다 한참 낮은 온도에서도 쩔쩔매 온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어떻게 뜨거움을 견디나

이 아메바는 온도에 따라 몸의 형태 자체를 바꾼다. 평소에는 실 모양의 사상성 박테리아인 Meiothermus ruber 등을 사냥하기 좋은 벌레 모양으로 지내다가, 온도가 위험 수준으로 오르면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아메바 모양으로 변신해 자리를 옮긴다. 63℃ 이상의 극한 고온에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단단한 보호 외피인 포낭을 만들어 자신을 감싼다.

유전자 차원의 적응도 확인됐다. 연구팀이 고온(61℃)과 저온(48℃) 조건에서 유전자 발현을 비교한 결과, 세포의 구조적 무결성을 지키고 손상된 DNA를 복구하며 칼슘을 이용한 세포 내 신호전달과 물질 수송을 돕는 유전자들, 그리고 고온에서 손상되기 쉬운 단백질을 보호하는 열충격단백질 관련 유전자들이 고온 조건에서 더 활발하게 작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점은 이 아메바가 사는 서식지에서는 아직까지 이 아메바를 잡아먹는 포식자나 먹이를 두고 경쟁할 다른 생물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너무 뜨거워서 살 수 없는 곳이 아니라, 너무 뜨거워서 오히려 독차지할 수 있는 안전한 서식지가 된 셈이다.

신중한 결론, 그리고 남은 질문

다만 연구팀은 이번 결과를 성급하게 확대 해석하는 데 선을 그었다. 래퍼포트 박사과정생은 온도 하나만으로 다른 행성에서의 생존 가능성을 말할 수는 없으며, 산성도와 산소 농도, 압력, 수분, 먹이 등 생태계 전체의 조건이 함께 맞아야 한다고 밝혔다. 교신저자인 올리베리오 조교수 역시 63℃가 절대적인 한계여야 할 이유는 없으며 정확한 상한 온도가 어디인지는 연구팀도 아직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즉 이번 수치는 확정된 생물학적 한계가 아니라 현재까지 관측된 최고 기록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 아메바가 정확히 어떤 메커니즘으로 극한의 열을 견디는지도 아직 충분히 규명되지 않은 상태로, 후속 연구 과제로 남아 있다.

이런 연구에 NASA가 자금을 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구 생명체가 버틸 수 있는 온도의 한계를 정확히 알아야, 화성이나 목성의 위성처럼 뜨거운 환경을 가진 외계 천체에서도 생명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지 가늠하는 기준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반세기 넘게 이어져 온 진핵생물은 60℃를 못 넘는다는 벽을 깬 작은 아메바 한 마리가, 지구 밖 생명 탐색의 기준을 다시 그리는 실마리가 될지 주목된다.

자료: 시러큐스대학교, 미국항공우주국(NASA), 학술지 Cell(Cell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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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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