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좀비세포 제거하는 항암제 크림, 늙은 쥐 피부 상처 완치율 80%…대조군은 56%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09.25 06:51
보스턴대 의대 생쥐 실험, 국소 도포로 전신 부작용 없이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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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John Phelan (Wikimedia Commons), CC BY 3.0)

넘어져 무릎이 까지면 며칠 안에 아물던 상처가 나이가 들수록 왜 유난히 더디게 낫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미국 보스턴대학교 의과대학(Boston University Aram V. Chobanian and Edward Avedisian School of Medicine) 연구진이 늙은 생쥐의 피부에 항암제 성분을 닷새 동안 크림처럼 발라 이른바 '좀비세포'를 없앴더니, 이후 생긴 상처가 훨씬 빨리 아무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 결과는 2024년 말 이미 학술지에 발표된 동물실험이며, 이번에 다시 주목받아 소개되는 것이라는 점은 짚어둘 필요가 있다.

몸속 '좀비세포'가 상처 치유를 방해한다

피부를 비롯한 우리 몸의 세포는 나이가 들면서 일부가 더 이상 분열하지 않으면서도 죽지 않고 자리만 차지하는 상태가 된다. 이런 세포를 노화세포(senescent cell), 흔히 '좀비세포'라 부른다. 완전히 죽은 것도 제 기능을 하는 것도 아닌 채로 염증을 유발하는 물질을 계속 내보내, 주변 조직의 회복을 방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24개월령(사람으로 치면 고령에 해당하는) 수컷 생쥐의 피부에 노화세포를 선택적으로 없애는 '세놀리틱(senolytic)' 약물인 ABT-263(navitoclax)을 5마이크로몰(μM) 농도로 닷새 동안 도포한 뒤, 지름 1cm 크기로 피부 전층을 도려내는 상처를 냈다. 처치 후 노화세포의 표지가 되는 p16·p21 유전자 발현과, 노화세포를 확인할 때 쓰는 SA-β-gal 양성세포·p21 양성세포 비율이 도포하지 않은 대조군(용매만 바른 그룹)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상처 부위의 유전자 발현을 통째로 들여다보는 RNA시퀀싱 분석에서도, 피가 멎고 염증이 정리되며 새 세포가 자라나고 혈관·콜라겐이 다시 채워지는 상처 치유의 각 단계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이 더 빠르게 활성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24일째, 완치율 80% 대 56.3%

핵심 수치는 상처를 낸 지 24일째 되는 시점의 완전 치유율이다. ABT-263을 미리 바른 그룹은 80%가 상처를 완전히 회복했지만, 바르지 않은 대조군은 56.3%에 그쳤다. 이는 같은 그룹이 시간이 지나며 56%에서 80%로 좋아졌다는 뜻이 아니라, 같은 시점(24일째)에서 약을 바른 그룹과 안 바른 그룹을 나란히 비교한 결과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두 그룹의 차이는 18일째부터 이미 나타나기 시작했고(처치군 33% 대 대조군 0%), 15일째부터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로 굳어졌다. 시점별 관찰 개체 수는 5~8마리 수준으로 언급됐다.

항암제를 왜 '먹는 약'이 아니라 '바르는 약'으로 썼나

ABT-263(navitoclax)은 원래 백혈병·폐암 등을 겨냥해 개발된 항암제로, Bcl-2·Bcl-xL·Bcl-w라는 단백질을 억제해 세포의 자연사(apoptosis)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 성분을 경구(먹는 약)로 투여하는 임상시험에서는 혈소판 감소가 용량을 제한하는 주요 부작용으로 보고돼 왔다. 연구진은 이 부작용을 피하기 위해 약을 온몸에 순환시키는 대신, 상처가 날 부위의 피부에만 국소 도포하는 방식을 택했다.

실제로 닷새간 도포한 뒤 측정한 혈청 혈소판 수치는 대조군과 유의한 차이가 없었고, 호중구(백혈구의 일종) 수치는 오히려 대조군보다 높게 나타나, 경구 투여에서 알려진 전신 부작용은 이번 국소 도포에서 관찰되지 않았다. 다만 도포 부위 자체에서는 일시적인 염증 반응과 대식세포(손상된 조직과 이물질을 먹어치우는 면역세포) 침윤이 함께 관찰됐다.

아직은 생쥐 단계, 사람에게 쓰이려면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사람에게도 안전하고 효과적인지 확인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스스로 밝혔다. 이번 실험은 전임상 단계의 동물실험이며,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자료는 아직 확인되지 않는다. 연구진은 또 마우스의 나이나 약물 투여 경로(전신 대 국소), 관찰 시점의 차이 때문에 이번 결과가 ABT-263을 다룬 기존의 다른 연구들과 다소 엇갈릴 수 있다고 설명하며, 특이성이 더 높은 다른 세놀리틱 약물들도 함께 탐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ABT-263 분자는 크기가 커서 피부 장벽을 그대로 통과하기 어려운 탓에, 침투를 돕는 보조 용매 없이는 도포가 쉽지 않다는 실용적인 한계도 있다.

이 논문은 2024년 8월 예비공개(프리프린트)를 거쳐 같은 해 12월 학술지 Aging(Aging-US, Impact Journals)에 정식 게재됐다. 발표된 지 2년 가까이 지난 연구가 최근 다시 조명받아 소개되는 것으로, '최근 발표된 연구'는 아니다. 노화로 더뎌진 상처 치유는 특히 수술을 앞둔 고령 환자에게 실질적인 부담이 되는 문제인 만큼, 이번 실험은 '상처가 나기 전에 피부를 미리 정비해 둔다'는 예방적 개념의 가능성을 보여준 초기 단계 연구로 볼 수 있다.

자료: 보스턴대학교 의과대학, 학술지 Aging(Aging-US, Impact Journa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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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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