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브레인포그는 "기분 탓" 아니었다…롱코비드 환자 뇌서 도파민 신경말단 손상 첫 영상 확인

코로나19에 걸린 지 1년, 2년이 지나도 아침에 눈을 뜨는 일이 유난히 버겁고, 손이 예전만큼 빠릿하게 움직이지 않고, 방금 들은 말이 잘 떠오르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브레인포그'와 만성 피로는 그동안 검사로는 별다른 이상이 안 잡혀 종종 '기분 탓' '스트레스'로 치부되곤 했다. 캐나다 토론토의 중독정신건강센터(CAMH) 연구팀이 이런 증상을 겪는 롱코비드 환자의 뇌를 PET(양전자방출단층촬영, 몸속 분자가 움직이는 모습을 사진처럼 찍는 영상기법)로 들여다본 결과, 도파민을 내보내는 신경 말단의 밀도가 실제로 낮아져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살아있는 사람의 뇌에서 이 변화가 영상으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왜 지금까지 몰랐나
도파민은 흔히 '쾌락 물질'로만 알려져 있지만 의욕을 내는 힘, 손발을 빠르게 움직이는 능력, 기억을 붙잡아두는 힘에도 관여한다. 문제는 그동안 살아있는 사람의 뇌 속 도파민 신경 상태를 직접 들여다볼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는 점이다. 앞서 2023년 같은 CAMH 연구팀은 JAMA Psychiatry에 발표한 연구에서 롱코비드 환자 뇌에 염증 단백질(TSPO)이 늘어나 있음을 확인한 바 있고, 이번 연구는 그 후속으로 도파민 신경 자체를 겨냥했다. 2024년에는 실험실에서 배양한 도파민 신경세포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선택적으로 감염되고 노화 반응을 보인다는 연구도 나왔지만, 이는 배양접시·부검 조직을 이용한 것이었지 살아있는 사람의 뇌를 직접 본 것은 아니었다. 이번 CAMH 연구는 그 간극을 처음 메운 것이다.
무엇을 보고, 무엇을 발견했나
연구팀은 2022년 8월부터 2025년 4월까지 롱코비드 환자 24명(평균연령 32.2세, 여성 50%)과 건강한 대조군 24명(평균연령 31.3세, 여성 58%)을 대상으로 (+)[11C]DTBZ라는 방사성 물질을 이용한 60분짜리 PET 스캔을 진행했다. 감염 후 스캔까지 걸린 기간은 중앙값 22개월, 길게는 56개월(4년 이상)에 달하는 경우도 있었다. 연구팀이 측정한 것은 VMAT2(소포성 모노아민 수송체 2)라는 단백질의 결합량이다. VMAT2는 도파민을 신경말단 안의 작은 저장 창고(소포)에 채워 넣는 역할을 하는데, 이 결합량이 낮다는 것은 신경세포 자체가 죽었다는 뜻이 아니라 신경말단의 저장 창고가 줄었거나 비어 있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결과는 뚜렷했다. 움직임과 동기부여를 관장하는 뇌 부위인 선조체의 세 영역—복측선조체(1.21 대 1.47), 등쪽조가비핵(1.90 대 2.23), 등쪽꼬리핵(1.71 대 2.03)—모두에서 롱코비드 환자군의 결합량이 대조군보다 낮았고, 영역에 따라 15~20% 범위의 차이를 보였다(전체 평균차이 -0.31, 95% 신뢰구간 -0.44~-0.17). 흥미로운 점은 손상 부위와 증상이 따로따로 맞아떨어졌다는 것이다. 복측선조체 수치가 낮을수록 무동기(의욕저하) 정도가 심했고, 등쪽조가비핵 수치는 손가락을 두드리는 운동속도 검사와, 등쪽꼬리핵 수치는 기억력 검사와 각각 관련이 있었다(기억력 상관은 확증적 결과가 아닌 탐색적 분석). 다만 혈액 속 염증 수치와 뇌 PET 결과 사이에는 유의한 상관관계가 없었다. 연구팀은 이번에 관찰된 손상 정도를 경증~중등도 파킨슨병이나 파킨슨병 전 단계에서 나타나는 수준과 비교하며 "롱코비드가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뇌 도파민 체계의 장애임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지난 7월 10일 학술지 eBioMedicine에 게재됐다.
균형 잡힌 시선이 필요한 이유
연구팀 스스로도 이 연구가 상관관계를 보여줄 뿐 인과관계를 증명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각 군 24명이라는 작은 표본이고, 다른 정신질환을 겪는 대조군은 포함되지 않았으며, 신경정신증상이 뚜렷한 환자군만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모든 롱코비드 환자에게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같은 호에 실린 독립 연구자들의 논평은 한발 더 나아가, 결합량 감소가 신경세포의 되돌릴 수 없는 소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소포 저장 용량이나 수송체 발현이 바뀐 것일 수도 있는 만큼 종단 연구와 적절한 질병 대조군이 더 필요한 "가설을 생성하는 단계"라고 평가했다. 교신저자 본인도 신경말단 손상이 모든 환자에게 영구적인 것은 아니며 치료 없이도 다시 자라나 회복될 수 있다고 밝혀, 일부에서 나온 '뇌 손상 확정' 식의 해석에는 선을 그었다. 이해상충 공개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교신저자는 산후우울 예방 보충제 특허를 보유하고 모더나 주식을 갖고 있으며, 이번 연구와 같은 도파민 기전을 겨냥한 치료법(라사길린과 도파민 전구체 병용, 롱코비드 적응증) 특허를 출원해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고 논문에 명시했다. 다른 공동저자들은 이해상충이 없다고 밝혔으며, 연구비는 제약사가 아닌 캐나다보건연구원(CIHR)에서 나왔다. 이 결과를 정면으로 반박했거나 재현에 실패했다는 독립 연구, 철회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위 논평이 현재까지 확인되는 유일한 비판적 검토다.
남은 질문, 그리고 국내 상황
CAMH와 University Health Network는 도파민 기능을 표적으로 한 치료법에 대한 임상시험을 몇 달 안에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아직 결과는커녕 시작 전 계획 단계다. 이번 연구에 한국 기관이나 연구자가 참여했다는 근거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국내에서는 이와는 별개로, 도파민이 아니라 시상하부의 오렉신 시스템 억제와 대뇌피질 신경세포 감소라는 다른 기전으로 롱코비드 브레인포그를 설명하는 연구가 지난 5월 발표됐으며, 외인성 오렉신을 보충했을 때 회복 가능성이 있다는 결과도 함께 보고됐다. 이는 CAMH의 도파민 가설과는 별개의 기전으로, 두 연구를 섞어 이해해서는 안 된다. 결국 이번 연구가 보여준 것은 브레인포그와 피로가 뇌에서 실제로 측정되는 변화와 맞물려 있을 가능성이 처음 영상으로 잡혔다는 점이다. 24명을 대상으로 한 상관관계 연구라는 점에서 이는 전국 단위로 확정된 통계가 아니라 하나의 단서에 가깝다. 앞으로 더 큰 규모의 추적 연구와 임상시험 결과가 나와야 이 단서가 치료로 이어질 수 있을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자료: CAMH(중독정신건강센터), University Health Network, 캐나다보건연구원(CIHR), eBioMedicin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