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하루는 24시간이 아니다?…지구 자전 속도, 60~70년마다 출렁이는 이유

하루는 정확히 24시간이라고 흔히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수십 년에 걸쳐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미세하게 늘었다 줄었다 한다. 손목시계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이 변화의 원인이 지표가 아니라 지구 한가운데, 지하 약 2,900km 아래에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캐나다 앨버타대학교 연구팀이 지진파와 지구 자기장이라는 서로 다른 두 종류의 간접 증거를 엮어, 지구 자전 하루 길이가 60~70년 주기로 변하는 원인을 지구 중심부 내핵과 그 바깥 맨틀 사이의 '중력 줄다리기'로 설명하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Nature에 발표했다.
왜 이제껏 몰랐나
지구는 겉으로는 하루 24시간, 1년 365일로 일정하게 도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자전 속도는 끊임없이 미세하게 변한다. 이 가운데 60~70년을 주기로 하루 길이가 수 밀리초 단위로 늘었다 줄었다 하는 변동은 오래전부터 관측돼 왔지만, 정확히 무엇이 이 리듬을 만드는지는 수십 년간 베일에 싸여 있었다. 지구 자전이 핵과 맨틀 사이에서 주고받는 각운동량(회전하는 힘의 양) 때문일 수 있다는 이론적 토대는 1988년 처음 제시됐다. 하지만 핵과 맨틀 사이에는 서로 경쟁하는 세 가지 힘 — 중력 결합, 전자기 결합, 지형 결합 — 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사실만 알려져 있었을 뿐, 이 가운데 어느 힘이 실제로 주도권을 쥐고 있는지는 오랫동안 규명되지 않았다. 지구 중심부는 지표에서 약 2,900km 아래, 지름 약 2,400km에 이르는 내핵이 자리 잡고 있어 사람이 직접 들여다볼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지진파와 자기장, 두 증거를 엮다
연구팀은 이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를 밝혀내기 위해 두 가지 독립된 간접 관측 자료를 결합했다. 하나는 지진파를 이용해 재구성한 내핵의 차등 회전 기록이다. 지진이 발생하면 그 파동이 지구 내부를 통과하는데, 이 파동이 도달하는 시간과 경로를 정밀하게 분석하면 고체인 내핵이 그 바깥의 맨틀에 대해 얼마나 빠르게, 또는 다른 방향으로 돌고 있는지를 추정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지구 자기장의 변화로부터 추정한 외핵 유체의 흐름 데이터다. 지구의 자기장은 액체 상태인 외핵에서 철 성분이 흐르며 만들어지는데, 이 자기장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바뀌는지를 보면 외핵이 어떤 패턴으로 움직이는지 거꾸로 읽어낼 수 있다. 연구팀은 이 두 갈래의 독립된 데이터를 실제로 관측된 하루 길이 변화 기록, 즉 약 반세기 안팎에 걸친 관측치와 맞춰보며, 중력·전자기·지형 결합 각각을 반영한 모델이 실제 패턴을 얼마나 잘 설명하는지 비교했다.
내핵을 당기고 미는 '줄다리기'
분석 결과 세 힘 가운데 중력 결합이 60~70년 주기 변동을 만드는 주된 동력이고, 전자기 결합과 지형 결합은 오히려 이를 상쇄하는 저항력으로 작용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중력 힘만을 반영한 모델이 실제 관측된 하루 길이 변화 패턴과 가장 잘 들어맞았다. 그 메커니즘은 말 그대로 줄다리기에 가깝다. 액체 상태인 외핵의 흐름은 고체인 내핵을 맨틀 속 밀도가 무거운 부분과 나란히 정렬된 원래 자리에서 계속 밀어내려 하고, 중력은 내핵을 다시 그 자리로 끌어당긴다. 지구를 축구공 크기로 줄인다면 내핵은 그 안에 든 구슬 하나 정도인데, 이 작은 쇠구슬이 자기 자리에서 살짝 밀렸다가 다시 당겨지는 과정만으로 지구 전체의 각운동량이 재분배되며 하루 길이가 미세하게 바뀐다. 이런 정렬-이탈 한 판이 정리되는 데는 대략 10년 안팎이 걸리고, 이 힘겨루기가 쌓이고 반복되며 60~70년이라는 더 큰 주기의 출렁임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지구형 다이나모, 즉 지구 자기장을 만드는 내부 유체 운동을 재현한 시뮬레이션과도 일치한다고 밝혔다.
아직 남은 질문들
연구팀은 스스로도 이번 결과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핵은 지표 아래 약 2,900km, 맨틀 두께로 치면 약 3,000km에 이르는 깊이에 있어 여전히 직접 관측이 불가능하며, 중력·전자기·지형이라는 세 결합 메커니즘이 물리적으로 정확히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아직 완전히 이해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모델이 관측값과 통계적으로 잘 들어맞는다는 것과, 그 근본 원리를 완전히 규명했다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뜻이다. 발표 직후 시점이라 이번 연구 자체에 대한 외부 학자들의 반론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이번 연구가 전제로 삼는, 내핵이 맨틀에 대해 실제로 차등 회전한다는 명제 자체는 이번 연구와는 별개로 학계에서 수년째 논쟁 중인 주제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는 지표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지구 한가운데 깊은 곳에서 벌어지는 힘의 균형이 우리가 매일 쓰는 시간의 기준에까지 미세하게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자료: 앨버타대학교, 국제학술지 Natur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