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변전소 1313곳에 배터리 연결하면 태양광 150GW 추가 수용 가능
독일에서 변전소마다 대형 배터리저장장치를 연결하면 지금까지 설치된 전체 태양광 발전량보다 더 많은, 최대 150기가와트(GW)의 태양광을 추가로 전력망에 연결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새 송전선이나 변압기를 늘리지 않고도 기존 변전소 설비의 틈새 여유를 배터리로 메우면 태양광 확대 속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독일 프라운호퍼 에너지경제·에너지시스템기술연구소(Fraunhofer IEE)는 독일태양광산업협회(BSW-Solar) 의뢰로 이런 내용을 담은 단기 연구를 진행해 2026년 9월 14일 결과를 내놨고, BSW-Solar는 9월 19일 이를 근거로 한 보도자료를 냈다. 연구의 정식 제목은 변전소의 지능형 배터리 저장장치를 통한 태양광 확대다.
연구가 주목한 지점은 변전소의 핵심 설비인 변압기가 1년 내내 최대 출력으로 돌아가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변압기는 고압 송전망과 중압 배전망을 연결하는 장치로, 정해진 용량(정격용량)을 넘는 전력은 흘려보낼 수 없다. 한낮에 태양광 발전이 몰리면 잠깐 이 한계에 부딪히지만, 나머지 시간에는 용량이 남는다. 연구진은 이 남는 시간대를 활용해, 발전이 몰릴 때는 배터리에 전기를 담아뒀다가 여유가 생기면 다시 흘려보내는 방식을 시험했다.
연구진은 실제 가동 중인 변전소 13곳, 변압기 20대(용량 15~80메가볼트암페어)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2025년 전력수요·재생에너지 발전량·전력시장 가격 등을 반영해 3040건의 연간 시뮬레이션을 수행했다. 변압기 정격용량의 200%까지 재생에너지 설비를 연결하고, 정격용량의 40% 출력·4시간 저장 용량을 가진 배터리(왕복효율 90%)를 함께 두는 조건에서, 변압기 용량 한계 때문에 태양광 출력이 제한되는 비율은 평균 약 1%에 그쳤다. 같은 조건에서 배터리가 없을 때는 이 비율이 평균 약 5%였다.
연구진은 이 결과를 전국으로 확대하기 위해 독일 중·고압망에 있는 변전소 3621곳을 분석하고, 이 중 농촌 지역에 있으면서 이미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1313곳을 추려냈다. 이들 변전소의 변압기 용량과 기존 설비를 토대로 계산한 결과, 약 150GW의 태양광을 추가로 연결할 수 있는 기술적 잠재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 함께 필요한 배터리 규모는 출력 약 60GW, 저장용량 240기가와트시(GWh)로 산정됐다.
150GW는 독일에 이미 설치된 태양광 설비 전체보다 큰 규모다. 독일의 누적 태양광 설비용량은 2026년 8월 기준 128GW를 넘어섰으며, 독일 재생에너지법이 정한 2030년 태양광 보급 목표는 215GW다. BSW-Solar 회장 카르스텐 쾨르니히는 부족한 전력망 용량에 대한 답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늦추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독일에서 재생에너지법과 에너지산업법 개정, 연방의회의 전력망 관련 법안 심의가 함께 논의되는 시점에 나왔다.
다만 연구진 스스로도 이 수치의 한계를 분명히 했다. 150GW는 전국 1313개 변전소를 하나하나 시뮬레이션한 값이 아니라, 실제 분석한 20대 변압기의 결과를 비슷한 조건의 변전소에 확대 적용한 추정치다. 변전소 위쪽의 송전망이나 아래쪽 배전망에서 생길 수 있는 병목은 계산에 넣지 않았고, 태양광을 지을 부지 확보나 인허가 가능성, 신규 송배전망 건설과 비교한 경제성도 다루지 않았다. 출력제한률 1%도 전국 평균이 아니라 20대 변압기에 새로 연결한 태양광만 놓고 계산한 값이다. 실제로 이 연구를 두고 한 개인 연구자가 논문 공유 플랫폼인 제노도(Zenodo)에 반박 글을 올려, 변압기 단위의 국지적 접속 잠재력만 계산했을 뿐 전력망 전체의 송전 능력이나 계절별 태양광 발전량 차이는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는 태양광을 늘릴 때마다 반드시 같은 비율로 변압기를 새로 지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이를 실제로 적용하려면 개별 변전소마다 상·하위 전력망 상태와 배터리의 경제성, 부지 확보 가능성까지 따지는 현장별 검토가 뒤따라야 한다고 연구진은 덧붙였다.
자료: 프라운호퍼 에너지경제·에너지시스템기술연구소, 독일태양광산업협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