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족보행로봇 '라이보2', 마라톤 완주하고 네이처 본지에 실렸다

임형광 기자 · 입력 2026.09.27 07:43
배터리 교체 없이 42.195km 완주···에너지 효율은 사람보다 앞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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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KAIST 정문(입구) 전경 (사진 출처=Wikimedia Commons·AhmedAlElq, CC BY-SA 4.0)

KAIST 연구팀이 개발한 사족보행로봇이 사람도 완주하기 쉽지 않은 42.195km 마라톤 풀코스를 배터리 교체 없이 달려 완주했고, 이 성과가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 '네이처(Nature)' 본지에 실렸다. 국내 로봇 연구가 네이처 본지에 게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로봇공학 연구가 네이처의 자매지가 아닌 본지에 실리는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는 점에서, 이번 게재는 국내 로봇공학계 전체로 봐도 이례적인 성과로 평가된다.

KAIST는 기계공학과 황보제민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사족보행로봇 '라이보2(RAIBO2)'의 장거리 주행 기술과 마라톤 완주 결과가 네이처 본지에 게재됐다고 24일 밝혔다. 라이보2는 2024년 11월 17일 열린 제22회 상주 곶감 마라톤 풀코스에서 4시간 19분 52초 만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코스에는 14km와 28km 지점에 각각 높이 50m의 오르막이 포함돼 있어, 훈련된 사람에게도 쉽지 않은 구간으로 꼽힌다. 로봇이 단순히 평탄한 실험실 환경이 아니라 실제 대회의 굴곡진 지형과 긴 거리를 그대로 견뎌냈다는 점에서, 이번 완주는 실험 조건에서의 성능 시연을 넘어선 결과로 볼 수 있다.

가장 주목할 대목은 완주 내내 배터리를 한 번도 갈아 끼우지 않았다는 점이다. 라이보2는 1,447Wh 용량의 배터리를 한 번 충전한 상태로 풀코스를 모두 소화했다. 그동안 사족보행로봇(개나 말처럼 다리 네 개로 걷도록 만든 로봇)은 배터리 효율과 관절 설계의 한계 탓에 한 번 충전으로 20km 안팎만 달릴 수 있었는데, 라이보2는 이보다 3배 넘는 거리를 주행한 셈이다. 로봇의 활동 범위가 배터리 용량에 묶여 있던 그간의 제약을 감안하면, 이 정도의 주행거리 확장은 로봇을 실험실 밖 현장에서 장시간 독립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의미를 지닌다.

에너지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는지 보여주는 지표인 운송비용(Cost of Transport, CoT·이동하는 데 드는 에너지를 몸무게와 이동 거리로 나눈 값으로, 숫자가 낮을수록 효율적이라는 뜻이다)에서도 라이보2는 0.25를 기록해, 사람의 일반적인 기준치인 0.37보다 낮았다. 로봇이 걷는 데 쓰는 에너지가 사람보다 오히려 적었다는 의미다. 오랫동안 로봇의 보행 효율은 사람보다 뒤떨어진다는 인식이 있었던 만큼, 이번 결과는 설계와 제어 방식을 개선하면 기계도 사람 못지않은, 혹은 그 이상의 에너지 효율로 이동할 수 있음을 실측으로 보여준 사례로 풀이된다.

연구팀은 이런 성능을 강화학습(로봇이 스스로 시행착오를 거쳐 걷는 법을 익히도록 훈련시키는 인공지능 기법) 기반 보행 제어기로 구현했다. 여기에 다리가 지면에 닿아 내려갈 때 생기는 에너지를 되살려 쓰는 고토크 투명성 조인트(관절) 메커니즘을 적용하고, 전력 손실을 줄이기 위해 모터를 움직이는 구동 회로를 로봇 본체에 직접 통합하는 설계를 더했다. 비탈길과 계단, 빙판길 등 다양한 지형을 미리 학습시킨 시뮬레이터 '라이심(RaiSim)'도 이번 성과에 활용됐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버려지던 에너지를 회수하고, 전력이 새는 지점을 구조적으로 줄이는 이 같은 설계 원리들이 결합하면서 장거리 주행이라는 결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는 황보제민 교수가 지도했고 이충인·염동훈·박정수 3인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다. 연구팀은 RAION ROBOTICS와 협력하고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센터의 지원을 받아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이번 기술을 장거리 운용이 필요한 산업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로봇의 제품화로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배터리 교체 없이 긴 거리와 다양한 지형을 소화할 수 있다는 점은, 사람이 상시 접근하기 어려운 현장에서 로봇이 오랜 시간 독립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기초 조건을 갖췄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자료: KAIST, N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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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형광 기자 hg.lim@k-rnd.net
반도체·일반공학 — 공정·소자·파운드리·메모리 및 기계·전기·토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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