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 AI 준비도 지수, 중국 1위·한국 4위…승부처는 반도체 아닌 희토류 자석
사람처럼 걷고 움직이며 실제 세상에서 작업하는 로봇, 이른바 '피지컬 AI(Physical AI)' 기술을 실제 산업 현장에 투입할 준비가 가장 잘 된 나라는 어디일까. 미국 로봇 AI 기업 오픈마인드(OpenMind)가 최근 발표한 '피지컬 AI 준비도 지수 2026(Physical AI Readiness Index 2026)'에서 중국이 미국·일본 등 주요국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한국은 중국, 일본, 미국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피지컬 AI는 카메라·센서로 주변을 인식하고 로봇 팔다리 등 몸체를 움직여 현실 세계에서 직접 일하는 인공지능을 뜻한다. 오픈마인드는 에너지 전력망, 컴퓨팅용 반도체, 로봇 구동계, 소재 공급망, 인적자본·소프트웨어, 수요 기반 등 6개 분야에 가중치를 매겨 국가별 준비도(PAIRI)를 산출했다. 그 결과 중국이 82.9점으로 가장 높았고, 일본 69.6점, 미국 69.0점, 한국 66.9점, 독일 66.1점 순이었다. 1위 중국과 2위 일본의 점수 차는 13.3점으로 컸다.
오픈마인드를 이끄는 얀 리파르트 스탠퍼드대 생명공학과 교수는 "중국은 오랫동안 자동화와 첨단 로보틱스에 대규모 자원을 투입해왔다"며 "특별한 비밀은 없다. 중국은 첨단 로봇을 국가적 우선순위로 공개적으로 선택했고 지난 15년간 이 결정에 자원을 계속 쏟아부어 왔다. 반면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은 수년간 제조업을 해외로 이전해왔다"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점은 중국의 1위가 인공지능 모델 경쟁력 덕분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중국의 인적자본·소프트웨어 점수는 73.8점으로 미국(78.7점)보다 낮았고, 컴퓨팅용 반도체 분야에서도 미국이 가장 앞섰다. 대신 중국은 로봇을 실제로 만들고 움직이게 하는 물리적 산업 기반에서 압도적이었다. 소재 공급망 점수에서 중국은 95.3점으로 미국(48.5점)을 크게 앞질렀고, 로봇 구동계 83.2점, 에너지 82.1점을 각각 기록했다.
보고서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핵심 경쟁력이 반도체보다 모터·감속기·정밀 베어링·희토류 자석 같은 구동계와 소재에 있다고 짚었다. 휴머노이드 한 대에는 반도체 칩이 1000~2000개 들어가지만, 전체 부품원가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10%에 그친다. 반면 액추에이터(로봇을 움직이는 구동장치)는 전체 부품원가의 40~60%를 차지하며, 액추에이터 원가 중에서도 속도를 조절하는 감속기 비중이 30~50%에 달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특히 희토류 자석을 휴머노이드 산업의 가장 큰 단일 공급망 제약 요인으로 지목했다. 희토류는 자석의 힘을 크게 높여주는 희귀 금속 원소로, 로봇 관절을 움직이는 모터에 필수적으로 쓰인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세계 희토류 정제의 91%, 소결 희토류 영구자석 생산의 94%를 담당하고 있다. 중국 이외 지역에서 검증된 자석 생산능력은 연간 1만2000~1만5000톤 수준인데, 중국의 생산능력은 30만톤을 넘어선다.
실제로 산업용 로봇의 생산·설치 무대에서도 중국의 비중은 커지고 있다. 국제로봇연맹(IFR)이 2026년 9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25년 한 해 전 세계 산업용 로봇 설치 대수는 60만 대를 넘었고 이 가운데 중국이 35만4000대로 전 세계의 59%를 차지해 전년보다 20% 늘었다. 다만 중국 내수 시장에서 자국산 로봇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4년 57%에서 2025년 55%로 소폭 낮아졌다. IFR은 앞서 2024년에도 중국이 전 세계 산업용 로봇 설치의 54%(29만5000대)를 차지해 다른 모든 국가를 합친 것보다 많았다고 밝힌 바 있어, 로봇 제조 기반에서 중국의 우위는 여러 해에 걸쳐 이어져 온 흐름으로 풀이된다.
오픈마인드는 로봇을 실제 현장에 배치할 수 있는 법·제도 환경을 별도로 평가한 '운영 여건 지수(Operating Latitude Index)'도 함께 내놨다. 법률, 노동제도, 대중의 AI 수용도, 실제 자율기계 운용 경험 등을 기준으로 삼은 이 지수에서는 아랍에미리트·사우디아라비아·싱가포르·카타르가 1~4위를 차지했다. 중국은 72점으로 5위, 한국은 41점에 그쳤다. 로봇을 만들 수 있는 산업 기반과 로봇을 실제로 쓸 수 있게 하는 제도 환경 사이에 국가별로 엇갈린 성적표가 나온 셈이다.
자료: 오픈마인드(OpenMind), 국제로봇연맹(IF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