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편중 바이오뱅크 한계 넘는다…바스젠바이오, '한국형 바이오뱅크' 확장

AI 신약개발 전문 기업 바스젠바이오(대표 김호)가 한국인 임상·유전체 코호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국형 바이오뱅크' 확장에 나섰다. 바이오뱅크는 사람의 혈액이나 조직에서 얻은 유전체 정보와 건강 기록을 대규모로 모아둔 데이터 저장소로, 신약이나 진단법을 개발할 때 기초 자료로 쓰인다. 신약 후보물질이 특정 유전적 배경을 지닌 사람에게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부작용 위험은 없는지를 미리 가늠하려면 그만큼 다양하고 방대한 인구집단의 데이터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바이오뱅크가 바로 그 밑바탕이 되는 자원이다. 바스젠바이오는 이번 확장을 통해 그동안 백인 위주로 쏠려 있던 해외 바이오뱅크 데이터의 한계를 극복하고, 국내외 제약·바이오 생태계에서 신약 개발의 출발점이 되는 상류 자원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바스젠바이오는 2005년부터 연세의료원 등 국내 주요 대학병원 및 검진센터를 통해 데이터를 축적해왔다. 그 결과 15만6,000명 규모의 한국인 임상·유전체 데이터, 이른바 'K-Biobank'를 운용하고 있다. 이는 아직 질병이 나타나지 않은 건강한 상태에서 채취한 혈액과 유전체 정보에, 이후 20여 년에 걸친 추적 관찰 기록을 더한 것이어서, 특정 질병이 왜 어떻게 생기는지를 시간 순서대로 추적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병에 걸린 뒤가 아니라 걸리기 전부터 사람의 몸 상태를 장기간 지켜본 기록이기 때문에, 어떤 유전적·환경적 요인이 실제로 질병 발생과 연결되는지를 인과관계에 가깝게 짚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환자 데이터베이스보다 활용 가치가 높다고 평가받는다.
회사 공식 자료에 따르면 바스젠바이오는 K-Biobank에 그치지 않고 해외 바이오뱅크 데이터의 사용권도 확보해왔다. 2021년에는 50만 명 이상 규모의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와 2,000명 이상 규모의 알츠하이머병 연구 데이터베이스(ADNI) 사용권을, 2022년에는 1만 명 이상 규모의 암 유전체 데이터베이스(TCGA) 사용권을 각각 확보했다. 이렇게 모은 국내외 데이터를 하나로 통합한 것이 'COCD(임상-오믹스 코호트 데이터베이스)' 플랫폼으로, 현재 총 73만 명 규모의 임상·오믹스(유전체·단백질체 등 생체 정보 총칭) 데이터를 운용하고 있다. 한국인 코호트에 서구권·다인종 데이터를 더함으로써, 특정 인종에서만 나타나는 유전적 특성과 여러 인종에 공통되는 특성을 함께 비교·분석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는 의미가 있다. 회사는 앞으로 희귀질환 환자의 혈액 샘플 5만 명분과 노화 관련 코호트 1,000명분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바스젠바이오가 내세우는 '백인 위주 데이터 한계'라는 문제의식은 국제적으로도 이미 제기돼 온 사안이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운영하는 '올 오브 어스(All of Us)' 연구 프로그램은 그동안 대규모 유전체 연구 참여자의 90% 이상이 유럽계 혈통에 치우쳐 있었다는 문제를 지적하며, 다양한 인종의 데이터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로 출범했다. 2023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이 프로그램의 유전체 데이터 관련 논문에 따르면, 참여자 약 29만7,549명 가운데 51.1%가 비유럽계 혈통으로 확인됐다. 이는 특정 인종에 데이터가 몰려 있던 기존 흐름과 달리, 다인종 데이터를 처음부터 목표로 설계한 사례가 세계적으로 이미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정 인종에 치우친 데이터로 개발된 신약이나 진단법은 다른 인종에게는 정확도가 떨어지거나 효과가 예상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인 코호트를 축으로 다인종 데이터를 함께 갖추려는 바스젠바이오의 시도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신약 개발 초기 단계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자료의 폭을 넓히는 동시에, 아시아인을 포함한 다양한 인구집단에 대한 데이터 공백을 메우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다양한 인종의 데이터를 균형 있게 갖추려는 흐름은 국내외 바이오 업계 전반이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로 꼽힌다.
자료: 바스젠바이오, 미국 국립보건원(NIH) All of Us Research Progra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