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쏠린 유전체 지도, 한국형 바이오뱅크로 바로잡을 수 있을까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09.30 05:52
15만6천명 규모 확장은 반가운 출발점이지만, 규모보다 대표성과 개방성이 성패를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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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Konrad Förstner·Max Planck Genome Centre Cologne, CC0 1.0)

바스젠바이오가 15만6,000명 규모의 한국인 임상·유전체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국형 바이오뱅크' 확장에 나섰다는 소식을 접하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반가움보다 "왜 이제야"라는 아쉬움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유전체 데이터베이스인 영국의 한 대형 바이오뱅크조차 참여자의 대다수가 유럽계 백인으로 쏠려 있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국제 학술지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돼 온 문제다. 이런 데이터로 학습한 다유전자위험점수(여러 유전자 변이를 합산해 특정 질병에 걸릴 확률을 계산하는 지표)나 AI 신약개발 모델을 동아시아인, 특히 한국인에게 그대로 적용하면 예측 정확도가 눈에 띄게 떨어진다는 것은 필자가 보기에 더 이상 새로운 논쟁이 아니라 상식에 가깝다.

쏠린 유전체가 만든 쏠린 신약

미국과 유럽 각국은 뒤늦게나마 다양한 인종을 포괄하는 대규모 코호트 구축에 나섰고, 중국과 일본도 자국민 중심의 바이오뱅크를 일찌감치 운영해 왔다. 반면 한국은 공공 연구기관 중심의 코호트가 있었지만 규모와 개방성 면에서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었다는 것이 이 분야를 지켜본 이들의 공통된 평가다. 이번에 민간 기업이 주도적으로 나선 배경에는 AI 신약개발 경쟁이 격화하며 양질의 학습 데이터 자체가 곧 기업의 경쟁력 자산이 됐다는 최근 흐름이 자리한다고 본다. 정부 주도 사업이 더디게 움직이는 사이, 시장의 필요가 오히려 데이터 확충을 앞당긴 셈이다.

규모보다 무엇을 담았는가가 중요하다

15만6,000명이라는 규모는 분명 의미 있는 진전이다. 다만 필자는 데이터 편향 문제의 핵심이 '숫자'가 아니라 '대표성'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특정 대형병원이나 특정 지역, 특정 연령대에 쏠린 표본이라면 규모가 커져도 편향은 고스란히 남는다. 임상 정보와 유전체를 결합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단순한 유전형뿐 아니라 실제 질병의 경과와 연결된 데이터라야 신약개발과 정밀의료에 실질적으로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짜 관건은 이 데이터가 특정 기업 내부에 갇히지 않고 다른 연구자와 스타트업에게 얼마나 개방적으로 공유되느냐에 있다고 본다. 개인정보 보호와 활용 편의성 사이의 균형을 제도적으로 갖추지 못하면, 애써 모은 데이터가 또 하나의 고립된 창고로 남을 위험이 있다.

한국형 바이오뱅크가 해외 바이오뱅크의 한계를 진짜로 보완하는 대안이 되려면, 규모 확장을 자축하는 데서 멈추지 말고 연령·지역·성별에 걸친 표본의 대표성을 스스로 검증하고, 데이터 접근 정책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래야 이 데이터가 한국인을 넘어 유전적으로 가까운 아시아인 전체를 위한 자산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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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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