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조선업, 중국 추격 속 ‘현장형 로봇’ 자동화 속도

임형광 기자 · 입력 2026.10.07 19:12 · 수정 2026.10.07 19:41
수백 개 블록과 좁은 작업공간에 맞춘 이동식·협동형 장비가 스마트 조선소 경쟁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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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 Navy·Shawn P. Eklund

자동차처럼 같은 제품을 반복 생산하기 어려운 조선소에서 로봇이 배를 따라 움직이며 용접 위치를 스스로 찾는 경쟁이 시작됐다. 중국 조선업이 설비와 일감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 가운데 한국과 일본은 인공지능(AI), 디지털 트윈, 이동식 협동로봇을 묶은 스마트 조선소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숙련 인력이 맡아온 정밀 작업을 어디까지 기계와 나눌 수 있느냐가 생산성과 품질을 좌우하는 과제가 됐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의 2025 해운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가동 조선소 120곳은 세계 조선 설비능력의 약 45%, 수주잔량의 약 60%를 차지했다. 2024년 계약을 선종별로 나눴을 때 중국이 점유율 1위가 아니었던 분야는 가스선뿐이었다. 한국과 일본은 가스선·탱커·컨테이너선 같은 고부가·고기술 선종에서 강점을 유지하고 있지만 중국이 격차를 좁히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시장 수치는 뜻을 구분해 읽어야 한다. 설비능력은 얼마나 많이 만들 수 있는지, 수주잔량은 이미 계약해 앞으로 건조할 물량이 얼마나 남았는지, 준공량은 실제 완성한 배의 규모가 얼마인지를 보여주는 서로 다른 지표다. UNCTAD가 2026년 6월 갱신한 자료에서는 2025년 준공 선박 총톤수의 91%가 중국·한국·일본에서 건조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수치는 세 나라에 생산이 집중됐다는 뜻이지만 설비능력이나 수주잔량과 직접 비교해서는 안 된다.

조선 자동화가 어려운 까닭은 배 한 척이 수백 개 블록으로 나뉘고, 블록마다 모양과 작업 조건이 달라서다. 판재의 미세한 편차와 좁고 불규칙한 공간에 맞춰 용접 궤적을 현장에서 조정해야 한다. 따라서 한 자리에 고정된 로봇이 같은 동작을 되풀이하는 대량생산 방식보다 작업 장소로 옮길 수 있고 사람 곁에서 유연하게 움직이는 이동식·협동형 장비가 중요하다. 용접뿐 아니라 도장과 배관에도 정밀성과 상황 대응 능력이 필요하다.

HD한국조선해양은 미래형 조선소를 뜻하는 FOS 구축을 세 단계로 추진하고 있다. 2023년 1단계를 마쳤고, 2026년에는 생산 흐름을 최적화한 조선소, 2030년에는 자율 조선소를 구축할 계획이다. AI와 빅데이터, 현실 공정을 가상 공간에 복제해 미리 점검하는 디지털 트윈을 활용해 생산성을 30% 높이고 배를 만드는 기간은 30% 줄이는 것이 목표다.

한화는 거제조선소 실내 용접의 AI 적용률을 67%로 제시했다. 2030년 실내 용접 자동화 100%를 목표로 하고, 표면처리·도장 공정의 AI 적용률도 50%까지 높일 계획이다. 디지털생산센터는 드론과 사물인터넷(IoT) 센서로 블록 위치와 공정 데이터를 30분마다 갱신한다. 거대한 선박 부품이 지금 어디에 있고 어느 공정에 들어갔는지를 자주 확인해 생산 흐름을 관리하는 방식이다.

일본에서는 FANUC이 조선 현장용 협동로봇 CRX-3iA를 개발했다. 무게가 11kg이어서 작업자가 옮길 수 있고 자석으로 고정할 수 있다. 설치 각도와 용접 위치를 자동 감지하기 때문에 평평하지 않거나 작업 지점이 자주 바뀌는 조선소에 맞췄다. 한 로봇이 용접하는 동안 다른 로봇을 준비하는 복수 운용도 가능해 작업자의 역할을 반복 용접에서 장비 관리로 넓힐 수 있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2025년 배관 제작 최적화 등을 포함한 7개 디지털전환(DX) 자동화 실증을 지원했다. 2026년에는 내각부 BRIDGE 사업 아래 판재 굽힘·용접용 AI 조선 로봇과 공정 시뮬레이션 플랫폼을 개발해 현장에 적용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별 장비 개발과 정부의 현장 실증을 함께 진행해 실제 조선소에서 쓸 수 있는지 확인하는 단계다.

자동화의 목표는 당장 사람을 모두 없애는 데 있지 않다. 반복 용접은 로봇의 몫을 넓힐 수 있지만 곡면 블록 용접, 도장, 배관처럼 조건이 복잡한 작업에는 여전히 사람의 정교한 판단과 움직임이 필요하다. 한국과 일본이 고부가 선종의 기술 강점을 지키려면 숙련 인력 부족을 보완하면서도 다양한 선박에 맞춰 로봇을 빠르게 재배치하고, 생산성과 일정한 품질을 함께 확보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자료: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HD한국조선해양, 한화, 일본 국토교통성, FANU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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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형광 기자 hg.lim@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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