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의 진짜 지능은 더 큰 두뇌가 아니라 더 알맞은 감각에 있다

김동현 기자 · 입력 2026.10.06 07:57 · 수정 2026.10.06 19:19
34KB가 보여준 초소형 자율비행의 다른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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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Ben Mitchinson (Wikimedia Commons), CC BY 3.0)

이 연구에서 필자의 눈길을 끈 것은 ‘쥐 수염을 닮았다’는 흥미로운 외형보다 단 34KB의 메모리로 감지와 판단, 비행 제어를 드론 안에서 처리했다는 점이다. 우리는 흔히 자율비행의 발전을 더 좋은 카메라와 더 큰 인공지능 모델, 더 빠른 반도체의 문제로 생각한다. 그러나 델프트공대 연구팀의 결과는 정반대의 질문을 던진다. 기계가 처한 환경에 꼭 맞는 감각을 준다면, 거대한 두뇌가 없어도 충분히 영리하게 움직일 수 있지 않은가.

보는 기계에서 느끼는 기계로

오늘날 드론은 대체로 카메라나 라이다, 즉 레이저를 쏘아 주변 물체까지의 거리를 재는 장치에 의존한다. 이런 센서는 넓은 공간을 빠르게 파악하는 데 유리하지만 어둠, 연기, 먼지, 반사면처럼 빛을 믿기 어려운 환경에서는 제약이 생긴다. 반면 촉각은 대상에 가까이 접근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지만, 빛이 없어도 물체의 존재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쥐의 수염을 본뜬 센서로 완전한 어둠 속에서 벽을 따라 비행했다는 성과는 촉각이 시각의 값싼 대체재가 아니라 서로 다른 실패 조건을 보완하는 독립적인 감각임을 보여준다.

34KB라는 작은 메모리도 중요하다. 데이터를 외부 서버로 보내지 않고 기기 안에서 곧바로 처리하는 방식을 흔히 엣지 컴퓨팅이라고 부른다. 통신이 끊기기 쉬운 붕괴 현장이나 지하 시설에서는 계산 능력의 크기보다 즉시 반응하고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능력이 더 절실하다. 초소형 드론은 배터리와 무게가 제한되므로, 적은 연산으로 움직이는 설계는 체공 시간과 운용 범위를 넓힐 가능성도 있다.

시연의 성공을 현장의 신뢰로 바꿔야 한다

다만 벽을 따라 비행한 성공이 곧 복잡한 재난 현장 투입을 뜻하지는 않는다. 촉각 센서는 접촉하거나 매우 가까이 가야 정보를 얻기 때문에 고속 비행, 돌출물, 모서리, 흔들리는 장애물에서는 새로운 위험이 생길 수 있다. 센서가 반복 충격과 오염을 얼마나 견디는지, 여러 형태의 공간에서 길을 잃지 않는지, 카메라나 거리 센서와 결합했을 때도 작은 시스템의 장점을 유지하는지를 검증해야 한다.

필자는 이 연구의 가치를 ‘센서 하나를 더 단 드론’이 아니라 자율기계 설계의 우선순위를 바꾼 데서 찾는다. 모든 문제를 더 큰 인공지능으로 밀어붙이기보다 필요한 감각과 최소한의 계산을 정교하게 맞추는 공학이 필요하다. 우리 산업계도 구조·소방·설비 점검처럼 빛과 통신이 불안정한 현장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센서 내구성과 실패 시 안전 동작을 함께 시험해야 한다. 작고 제한된 기계가 스스로 살아남는 지능은 화려한 연산량이 아니라 환경을 제대로 느끼는 능력에서 시작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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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기자 dh.kim@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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