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푸드에서 공공조달·지역재투자로…지역 안에서 돈이 도는 CWB

유일혁 기자 · 입력 2026.10.07 19:25 · 수정 2026.10.07 20:12
완주 먹거리 순환에서 영암 통합조례까지, 지방정부의 지역순환경제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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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seong Kim

자료사진은 세종 정부청사의 농림축산식품부 건물이며, 완주군 현장을 촬영한 사진은 아니다.

지역에서 번 돈이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고 다시 주민의 소득과 일자리로 이어지게 하는 ‘지역공동체 부 순환(CWB·Community Wealth Building)’이 지방정부의 새로운 경제 전략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농산물을 가까운 곳에서 사고파는 로컬푸드에서 출발한 실험이 공공조달과 지역화폐, 금융, 주택, 지역재투자를 하나로 묶는 제도로 넓어지는 흐름이다.

광명시는 서울과 가까운 입지에도 지역에서 창출된 부와 투자가 외부로 유출되고 지역 상권과 소상공인이 어려움을 겪는 구조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CWB 모델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외부 투자 유치에만 기대기보다 지역 안의 생산·소비·투자가 서로 이어지는 경제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오는 10월 13일 열리는 ‘2026 광명시 지역공동체 자산화 국제포럼’에서는 해외 사례와 함께 영암군, 안성시, 대전 중구의 경험이 소개될 예정이다.

국내 지역순환경제의 출발점 가운데 하나는 완주군의 로컬푸드다. 완주군은 2010년 로컬푸드 육성 지원 조례를 제정했고, 용진농협은 2012년 4월 27일 국내 최초의 로컬푸드 직매장을 열었다. 사업비는 5억7천만원, 매장 규모는 396㎡였다. 생산자가 수확한 농산물을 지역 매장에 직접 내놓는 방식으로 유통 단계를 줄이고, 소규모 농가에도 안정적인 판매 기회를 제공하는 구조였다.

개장 초기와 성장기에는 약 700개 농가가 약 700개 품목을 공급했고 하루 평균 방문객은 약 2천명으로 집계됐다. 현재 완주군 시설 안내에 기록된 참여 농가는 약 520곳이며 2023년 매출은 112억원이다. 완주의 모델은 직매장 하나에 머물지 않았다. 2012년 농업회사법인 완주로컬푸드가 출범한 뒤 2014년 협동조합으로 전환됐고, 공공·학교급식지원센터와 생산공동체, 마을회사 등을 연결하는 지역 먹거리 체계로 발전했다.

영암군은 이러한 먹거리 순환의 범위를 경제 전반으로 넓혔다. 현행 ‘영암군 지역순환경제 기본 조례’는 지역순환경제를 지역에서 창출된 부가가치가 지역 내 투자와 소비로 이어지고, 다시 소득·고용·삶의 질 향상을 만드는 지속가능한 경제시스템으로 정의한다. 적용 분야에는 공공조달, 지역재투자, 지역화폐, 사회적경제, 서민금융, 공유경제, 공공주택, 로컬푸드가 포함된다.

조례에 따라 군수는 5년마다 기본계획을 세우고 매년 시행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정책을 선언하는 데 그치지 않도록 평가지표 개발과 정기 성과평가, 인센티브, 전담센터와 민관협의회에 관한 근거도 뒀다. 평가 결과는 군 금고 지정과 보증·이차보전, 지방공기업과 출자·출연기관의 경영평가에도 반영할 수 있다. 지역의 기관과 기업이 실제로 지역경제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행정 평가와 지원에 연결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지역순환경제기금은 2029년 말까지 50억원 조성을 목표로 매년 10억원 이상 적립하도록 규정했다. 기금은 저신용자 금융지원, 지역조달·사회공헌 기업 인센티브, 지역화폐 사업, 벤처투자조합 출자 등에 사용할 수 있다. 주민의 소비를 장려하는 수준을 넘어 금융과 투자 재원을 지역 안에서 다시 배분하려는 장치다.

국가 정책에서도 지역화폐의 역할은 개인 소비 지원을 넘어서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지역사랑상품권 활성화 기본계획(2026~2030)’은 개인 구매와 국비 지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기업·법인·공공기관의 상품권 구매를 늘리고, 각종 포인트를 상품권으로 전환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완주의 생산·유통 실험과 영암의 통합 제도는 지역순환경제가 농촌형 로컬푸드에서 도시에도 적용할 수 있는 공공조달·재투자 체계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료: 라이프인, 국가법령정보센터, 영암군, 완주군, 농림축산식품부, 행정안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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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혁 기자 ih.yoo@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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