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철새의 달력은 13.86일 빨라졌다…봄과 가을의 엇갈린 성적표

철새에게도 왕복 일정표가 있다. 번식지를 향해 떠나는 때와 번식을 마치고 비번식지로 돌아가는 때가 모두 맞아야 한 해의 여정을 무사히 이어갈 수 있다. 전 세계 자료를 모아 이 일정표의 변화를 분석한 결과, 철새 이동은 1970년부터 2019년까지 누적으로 13.86일 앞당겨진 것으로 추정됐다. 거의 2주에 해당하는 변화다. 그런데 일찍 움직인 결과는 계절마다 달랐다. 번식 전 이동을 더 빠르게 앞당긴 개체군은 개체수 추세가 상대적으로 양호했지만, 번식 후 이동까지 빠르게 앞당긴 개체군은 오히려 상대적으로 나쁜 추세를 보였다.
진 류, 원징 쉬, 리처드 A. 풀러, 토마스 뮐러, 치 양, 사오펑 왕 연구팀은 이 결과를 2026년 10월 2일 《Nature Ecology & Evolution》에 발표했다. 연구진이 분석한 것은 철새 549종에서 얻은 개체군 수준의 이동시기 변화율 4,351건이다. 4,351마리의 새에 발신기를 달아 추적했다는 뜻이 아니라, 여러 종과 개체군에서 계산된 이동 일정의 변화 속도 4,351건을 한데 모았다는 의미다. 13.86일 역시 모든 철새가 똑같이 그만큼 먼저 출발했다는 실측값이 아니라, 세계 자료를 통합해 산출한 누적 조기화 추정치다.
같은 조기화인데 봄과 가을은 달랐다
핵심은 이동이 빨라졌다는 사실만이 아니라 어느 계절의 이동이 얼마나 빨라졌느냐에 있었다. 연구진은 번식 전 이동과 번식 후 이동을 나눠 개체수 추세와 비교했다. 번식 전 이동은 북반구에서 대체로 봄 이동, 번식 후 이동은 대체로 가을 이동에 해당한다. 분석 결과 번식 전 이동이 더 빠르게 앞당겨진 개체군일수록 개체수 추세가 상대적으로 양호했다. 반대로 번식 후 이동이 빠르게 앞당겨진 개체군일수록 추세가 상대적으로 나빴다.
한 해 전체로 보아 순편익이 나타난 경우는 번식 전 이동의 조기화 속도가 번식 후 이동의 조기화 속도보다 클 때였다. 이 관계는 몸집이 큰 종에서 더 뚜렷했다. 봄 북행편만 일찍 끊는다고 기후변화에 잘 적응했다고 말할 수 없으며, 가을 남행편과 비번식지 도착까지 포함한 왕복 일정의 균형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봄철 조기화가 먹이 자원의 절정과 번식 시기를 맞추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반면 번식 후 이동을 지나치게 앞당기면 번식지에 머물며 회복하고 에너지를 쌓을 시간이 줄거나, 비번식지의 자원 시기와 어긋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이는 계절별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 제시한 가능한 메커니즘이다. 가을에 일찍 떠난 새의 사망이나 털갈이 부족, 지방 축적 실패를 직접 관찰해 원인으로 입증한 것은 아니다.
549종의 ‘가족관계’까지 통제한 분석
연구진은 4,351건의 이동시기 변화율을 개체수 추세, 번식지와 비번식지의 기후·식생 변화와 연결했다. 서로 가까운 종은 생태적 특성도 닮을 수 있기 때문에, 계통적으로 가까운 종 사이의 유사성을 통제하는 베이지안 계통 혼합모형인 MCMCglmm을 사용했다. 베이지안 혼합모형은 다양한 자료의 불확실성과 종·개체군 사이 차이를 함께 고려해 관계를 추정하는 통계 방법이다.
개체수는 IUCN의 증가·안정·감소 분류와 비교하는 한편, 조사 위치와 기간을 맞춘 시계열 자료로도 대조했다. 연구진은 두 분석 경로에서 번식 전 이동과 번식 후 이동의 방향이 일관됐다고 보고했다. 번식 전 이동, 번식, 번식 후 이동, 비번식기를 연결한 전 연중 생활사 이론모형도 사용했다. 이 모형은 계절별 에너지 섭취량과 자원의 절정에서 벗어날 때 생기는 에너지 부족을 바탕으로, 한 계절의 일정 변화가 다음 계절에 어떤 부담으로 넘어갈 수 있는지 검토했다.
이른바 이월효과를 생각하면 철새의 한 해는 릴레이에 가깝다. 비번식기의 몸 상태는 번식 전 이동에, 번식지 도착 시점은 번식에, 번식이 끝나는 시점은 다시 번식 후 이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연구의 전 연중 접근은 이 연결고리를 살펴보기 위한 것이었다. 다만 이론모형이 549종 각각의 번식 성공과 털갈이, 어린새의 성장, 지방 축적이나 이동 중 사망을 그대로 재현한 것은 아니다.
상관관계가 곧 원인은 아니다
이번 연구에서 말하는 ‘이익’과 ‘손해’는 개별 새의 생존과 사망을 실험한 결과가 아니다. 이동시기 변화율과 개체수 추세 사이에서 발견된 통계적 연관성이다. 따라서 봄 이동을 앞당겼기 때문에 개체수가 늘었고, 가을 이동을 앞당겼기 때문에 줄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상태가 좋은 개체군이 이동시기를 더 유연하게 조절했을 가능성이나, 개체수 변화가 관찰되는 이동일의 분포를 바꿨을 가능성도 있다.
서식지 손실과 농약, 사냥, 충돌, 빛공해, 먹이 감소, 기상 변화, 기착지 훼손처럼 이동시기와 개체수에 함께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도 많다. 원자료에는 첫 도착일과 평균·중앙 통과일, 이동 정점, 출발일 등 서로 다른 지표가 포함될 수 있다. 특히 첫 도착일은 관찰 노력과 개체수에 민감하다. 장기 자료가 유럽·북미와 관찰하기 쉬운 종에 상대적으로 집중됐을 가능성도 있어, 모든 지역과 이동경로를 똑같이 대표한다고 볼 수 없다.
기존 연구도 하나의 결론으로 모이지 않았다. 2023년 북미 솔새류 19종의 1961~2018년 포획자료를 분석한 연구는 봄·가을 이동시기 변화와 북미 개체수 추세가 함께 변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 2024년 서반구 150종 연구에서는 철새 이동 일정이 해마다 달라지는 실제 녹화 시점보다 장기 평균적인 봄 녹화에 더 가깝게 맞춰진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이동이 빨라지기만 하면 먹이의 절정을 따라잡는다는 공식이 항상 성립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한국에서도 ‘따뜻하면 무조건 일찍’은 아니었다
국내 자료에도 일정 변화와 그 복잡성이 함께 나타난다. 기상청 자료를 분석한 2018년 연구에서는 1995~2016년 24개 지역에서 수집된 기러기류 첫 도래일 자료 223건을 분석했다. 연도별 평균 첫 도래일은 연도 1년당 1.417일 앞당겨지는 회귀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는 큰기러기와 쇠기러기 등을 종별로 나눈 평균 이동일이 아니라 혼성 무리를 이루는 기러기류의 첫 관찰일 자료다.
같은 연구에서 조사기간의 9월 기온은 16.2~24.3℃였고, 장기 상승 추세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오히려 연도 효과를 통제해 같은 지역과 연도를 비교하자 9월이 따뜻할수록 도래가 늦어지는 관계가 나타났다. 장기적인 첫 도래일은 앞당겨졌지만, 개별 해의 따뜻한 9월이 곧 더 이른 도래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2015~2024년 전국 200개 습지의 겨울 물새는 연평균 약 130만 마리였다. 오리류 약 81만 마리, 기러기류 23만 마리, 갈매기류 12만 마리였다. 1999~2025년 장기 비교에서는 청둥오리가 약 34만 마리에서 14만 마리로, 흰뺨검둥오리가 약 10만 마리에서 9만 마리로 줄었다. 정부는 논 재배 방식 변화와 하천 정비, 습지 감소 등 복합적인 환경 변화를 영향요인으로 제시했다.
2026년 국내 종분포모형 연구는 논에 의존하는 오리과 6종의 월동 적합지 중심이 기후 시나리오에 따라 북쪽으로 약 26.3~26.8㎞ 이동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실제 철새가 그 거리를 이동했다고 관측한 결과가 아니라 미래의 적합한 환경이 어디에 형성될지를 계산한 전망이다. 세계 분석에 한국 개체군 자료가 몇 건 포함됐는지도 확인되지 않아, 이번 논문의 계절별 관계가 국내 철새에서 직접 입증됐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이번 연구가 던지는 메시지는 이동 달력의 한 날짜만 보지 말아야 한다는 데 있다. 철새의 기후 적응은 봄 도착을 며칠 앞당겼는지만으로 판정할 수 없다. 번식지와 이동경로, 기착지, 월동지에서 보낸 시간이 다음 계절로 이어지는 만큼, 왕복 여정 전체가 어떻게 다시 짜이고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자료: 베이징대학교, 젠켄베르크 생물다양성·기후연구센터, 매사추세츠대학교 애머스트, 퀸즐랜드대학교, 괴테대학교 프랑크푸르트, 미국 국립의학도서관, 기상청, 국립생물자원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