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고 늘어나는 심장에도 안정적으로 전력 공급…무선 이식기기 동물실험 성공

박동할 때마다 움직이고 형태가 달라지는 심장에 전선이나 배터리 없이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길이 동물실험에서 확인됐다. 전북대학교 문준호 교수팀은 서울대학교병원, 경희대학교, 서울대학교 연구진과 함께 토끼와 돼지 모델에서 무선 심장 페이싱이 작동하는 것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심장 페이싱은 전기 자극을 보내 심장이 일정한 리듬으로 뛰도록 돕는 기술이다. 하지만 이식기기에 무선으로 전력을 보내려면 몸 밖의 송신 코일과 몸속 수신 코일이 적절한 거리와 방향을 유지해야 한다. 기존 공진 유도결합 방식은 두 코일의 위치가 어긋나거나 이식체가 늘어나고 자극 부하의 임피던스가 바뀌면 공진 조건이 깨져 출력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 계속 움직이는 심장에서는 이런 변화가 동시에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 기술적 난제로 꼽혔다.
연구진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변형 내성 무선 전력 전송 기술’을 개발했다. 시스템은 비선형 패리티-시간 대칭 회로를 이용한 착용형 자가발진 송신기와 액체금속 기반의 신축성 이식형 수신기로 구성된다. 패리티-시간 대칭 회로는 송신기와 수신기의 결합 상태가 달라져도 안정적인 에너지 전달 조건을 찾도록 설계한 회로다. 송신기의 실시간 피드백 회로가 변화에 맞춰 작동 주파수를 자동으로 조절하고, 수신기는 조직의 움직임을 따라 늘어나면서도 저항으로 인한 전력 손실을 줄인다.
논문 초록에 따르면 수신기가 30% 늘어나고 송신 코일과 수신 코일이 30㎜ 어긋난 조건에서도 전력전송 효율은 50% 이상 유지됐다. 이는 몸 밖 충전기와 이식기기의 위치가 조금 달라지거나 심장 움직임 때문에 수신기가 변형돼도 전력을 계속 공급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토끼와 돼지의 피하 심장 표면에 기기를 이식하고 실시간 심전도를 관찰했다. 그 결과 좌심실과 우심실을 비롯한 여러 부위에서 심장 페이싱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돼지 실험에서는 등 부위에 착용형 송신기를 붙인 상태로 동물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동안 완전 무선 심장 페이싱을 시연했다.
유도된 부정맥을 정상 박동으로 되돌리는 ‘무선 오버드라이브 페이싱’도 적용했다. 오버드라이브 페이싱은 비정상적으로 빠른 박동보다 더 빠른 전기 자극을 짧게 보내 비정상 리듬을 끊고 정상 리듬의 회복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번 결과는 토끼와 돼지를 이용한 전임상 개념검증 단계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효능과 안전성, 장기 이식에 따른 발열·독성·내구성, 제품화 일정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거리 변화에 강한 무선전력 회로와 배터리·리드가 없는 이식형 심박조율기 연구의 흐름을 결합해, 변형과 정렬 오차가 함께 발생하는 생체 환경에서 작동을 보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 연구진은 초기 단계의 이식형 심부전 기기 기술을 확보했으며, 앞으로 다양한 심부전 동물 모델을 구축해 환자 맞춤형 이식기기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2026년 9월 25일 국제학술지 Nature Electronics에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A wearable-to-implant wireless power transfer technology with variation tolerance’이며 DOI는 10.1038/s41928-026-01714-0이다. 연구비는 기초과학연구원, 네이버 디지털바이오 혁신연구기금, 한국연구재단 과제의 지원을 받았다.
자료: 전북대학교, Nature Electronics, 서울대학교, 서울대학교병원, 경희대학교, 기초과학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