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에 정보 새겨지는 ‘찰나’의 두 경로 함께 포착

임형광 기자 · 입력 2026.10.09 05:24
KAIST 공동연구진, 10나노미터 HZO에서 핵생성과 도메인 전파의 동시 진행 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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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에 정보가 새겨지는 아주 짧은 순간, 나노미터 크기의 저장 영역은 한곳에서 차례로 커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 곳에서 새로 생기면서 동시에 주변으로 퍼져나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신소재공학과 홍승범 교수 연구팀은 전기및전자공학부 조병진 교수 연구팀, 독일 드레스덴 공과대학교 연구진과 함께 차세대 메모리 소재의 분극 반전 과정을 관찰해 이 같은 결과를 밝혔다.

연구 대상은 두께 10나노미터의 Hf0.5Zr0.5O2 커패시터다. Hf0.5Zr0.5O2는 하프늄과 지르코늄 산화물로 이뤄진 강유전체로, 줄여서 HZO라고 부른다. 10나노미터는 1미터의 1억분의 1에 해당한다. HZO는 기존 반도체 공정에서 쓰이는 하프늄 산화물 계열이어서 CMOS 공정과 함께 적용하기 쉽고, 매우 얇은 막으로 만들 수 있는 비휘발성 메모리 후보로 주목받는다. 비휘발성은 전원을 꺼도 기록된 정보가 남는 성질이다.

강유전체 메모리는 전압을 가해 소재 내부의 분극 방향을 뒤집는 방식으로 정보를 기록한다. 분극은 물질 안의 전기적 방향이 한쪽으로 정렬된 상태를 뜻한다. 방향이 같은 작은 구역을 ‘도메인’이라고 하는데, 기록 과정에는 새로운 도메인이 생기는 ‘핵생성’과 이미 생긴 도메인의 경계가 이동하며 영역이 커지는 ‘전파·성장’이 관여한다.

연구진은 전압 의존 압전응답 힘 현미경과 펄스 스위칭 측정을 함께 사용했다. 압전응답 힘 현미경은 전압에 반응하는 표면의 미세한 변화를 살펴 도메인의 움직임을 영상으로 확인하는 장비다. 여기에 소자 전체의 전기적 반응을 재는 펄스 측정을 결합해 나노 영역의 변화와 실제 소자 동작을 연결했다.

관찰 결과 핵생성과 도메인 전파는 어느 하나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시간대에 함께 진행됐다. 수정된 콜모고로프–아브라미–이시바시 분석에서도 핵생성과 성장의 시간상수가 비슷하게 나타났다. 이는 두 과정 중 하나를 중심으로 메모리 동작을 설명해 온 기존 관점을 보완하는 결과다.

하부 전극의 재료에 따라서도 동작 방식이 달랐다. 질화티타늄(TiN) 전극에서는 핵생성이 빠르게 일어났고 도메인이 결정립 경계를 넘어 전파됐다. 질화니오븀(NbN)에서는 결정립 내부에서 분극이 점진적으로 바뀌었으며, 이산화몰리브덴(MoO2)에서는 강유전 스위칭이 억제됐다. 가장 빠른 분극 반전은 섭씨 600도에서 열처리한 TiN/HZO/TiN 구조에서 관찰됐다.

앞선 같은 계열의 연구에서는 섭씨 500도 열처리 조건에서 최소 도메인 크기가, 600도에서는 최적의 잔류분극과 정전용량이 확인돼 열처리가 미세구조와 메모리 특성을 함께 좌우한다는 점이 제시됐다. 2024년 드레스덴 공과대학교와 NaMLab 연구진은 HZO의 국부 스위칭장이 결정상의 혼재, 무작위 결정립 배향, 결정립계의 결함과 전하 때문에 위치별로 고르지 않다고 보고했다. 반복 구동할수록 스위칭 가능한 영역이 추가되는 현상은 초기 작동 과정에서 성능이 변하는 ‘웨이크업 효과’와 연관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결과는 전극 선택과 열처리 조건이 도메인의 생성 및 확산 방식을 어떻게 바꾸는지 보여준다. 나노 도메인 영상과 소자 전체의 전기 측정을 함께 해석함으로써 더 빠르고 안정적인 강유전체 메모리를 설계할 때 두 과정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제1저자는 KAIST 부얀톡톡 밭조릭 박사후연구원이다. 논문은 ‘Nucleation-to-Propagation Switching Modes in Ferroelectric Hf0.5Zr0.5O2 Capacitors’라는 제목으로 Nano Letters 26권 33호 10971~10979쪽에 실렸다. 2026년 3월 31일 접수돼 6월 11일 승인됐으며 6월 15일 온라인 공개됐다.

자료: 한국과학기술원(KAIST), American Chemical Society, TU Dresden, NaMLab gGmb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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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형광 기자 hg.lim@k-rnd.net
반도체·일반공학 — 공정·소자·파운드리·메모리 및 기계·전기·토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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