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빙붕 아래 미생물 단백질, 어둠 속 철광층 형성 단서 제시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10.09 05:25
연세대 김지현 교수팀, 새 세균의 유전체와 Cyc2 단백질에서 철 산화 기능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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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John Sonntag

햇빛이 거의 닿지 않는 남극 빙붕 아래에서도 미생물이 물속 철을 광물로 쌓이기 쉬운 형태로 바꿀 수 있다는 증거가 나왔다. 연세대학교 시스템생물학과 김지현 교수팀은 남극 해저 퇴적물의 유전정보를 분석해 새로운 철 산화 세균을 찾아내고, 이 세균이 지닌 단백질의 철 산화 활성을 실험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분석에 쓰인 시료는 2013년 쇄빙연구선 아라온호가 남극 라르센 C 빙붕 인근의 수심 324m 해저에서 채취했다. 이 퇴적물에는 약 1만2천 년에 걸친 환경 기록이 담겨 있다. 연구진은 시료 속 미생물 유전정보를 분석해 빛과 산소가 부족한 조건에서 철을 산화하는 새로운 세균의 복원 유전체를 확보했다. 복원 유전체는 환경 시료에 섞인 여러 생물의 DNA 조각을 분석해 특정 미생물의 유전체를 다시 구성한 것이다.

연구진은 아직 배양하지 않은 이 잠정종을 ‘Candidatus Mariimomonas ferrooxydans’로 명명했다. 분류상 Nitrospirota 문과 Thermodesulfovibrionia 강에 속하며, 미국 국립생물공학정보센터의 생물 분류 식별번호는 2910918이다. 이 세균의 복원 유전체는 가장 가까운 공개 참조 유전체와 비교한 평균염기서열동일도, 즉 전체 유전체가 얼마나 비슷한지를 나타내는 ANI가 72%에 불과했다.

연구진은 형광 표지를 단 탐침으로 특정 유전물질을 찾아내는 형광 제자리 혼성화 방법을 이용해 퇴적물 속 세포의 존재도 확인했다. 이어 복원 유전체에서 2가 철인 Fe(II)를 산화할 후보 유전자 ‘cyc2’를 찾았다. 물에 녹아 있기 쉬운 Fe(II)가 산화돼 3가 철인 Fe(III)로 바뀌면 물속에서 침전물로 쌓일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된다.

Cyc2는 세균의 바깥막에 자리하는 포린–사이토크롬 융합 단백질이다. 포린은 막을 통과하는 통로 역할을 하고, 사이토크롬은 전자를 주고받는 반응에 관여한다. 연구진은 새 세균 자체를 순수 배양한 것이 아니라, 복원 유전체에서 찾은 Cyc2를 대장균에서 발현시켜 기능을 시험했다. 그 결과 이 단백질이 Fe(II)를 Fe(III)로 산화하는 활성을 지녔음을 확인했다.

이 결과는 오래된 띠철광층의 형성 과정을 이해하는 데 새로운 단서를 제공한다. 띠철광층은 철이 풍부한 층과 다른 광물층이 번갈아 쌓인 선캄브리아시대의 주요 철광석 자원이다. 기존의 생물학적 설명은 햇빛을 이용하는 광합성 미생물이 물에 녹은 Fe(II)를 산화하고 침전시켰다는 모델에 크게 기대왔다.

그러나 신원생대의 ‘눈덩이 지구’처럼 바다가 두꺼운 얼음으로 덮인 시기에는 빛이 제한되기 때문에 광합성만으로 철의 축적 과정을 설명하기 어렵다. 이번에 확인된 세균은 빛 대신 무기물의 산화환원 반응에서 에너지를 얻는 화학무기영양 미생물이다. 따라서 어둡고 산소가 거의 없는 환경에서도 미생물이 철 침전을 촉진할 수 있다는 현대의 유사 사례가 된다.

다만 라르센 C에서 얻은 시료는 홀로세 퇴적물이며 고대 띠철광층 자체는 아니다. 이번 연구는 눈덩이 지구 시기의 철광층 생성 원인을 직접 입증하거나 확정한 결과가 아니라, 그러한 환경에서 가능했을 형성 기작을 유전체 분석과 단백질 기능 실험으로 뒷받침한 증거로 해석해야 한다.

자료: 연세대학교, bioRxiv, 미국 국립생물공학정보센터(NC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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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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