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 개체군 규모 52년간 평균 73% 감소…보전하면 회복 가능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10.10 05:25
WWF 2026 지구생명보고서…담수 생태계 85% 줄고 호랑이·푸른바다거북은 회복 사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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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FWS

지구의 야생동물은 빠르게 줄고 있지만, 보호와 복원에 힘을 쏟으면 감소 흐름을 되돌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계자연기금(WWF)은 8일 ‘2026 지구생명보고서’를 발간하고, 1970년부터 2022년까지 52년 동안 전 세계 야생동물 개체군 규모가 평균 73%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과는 세계 지구생명지수(LPI)를 바탕으로 산출됐다. LPI는 포유류·조류·어류·파충류·양서류 5,790종에 속하는 3만5,803개 개체군의 증감 추세를 종합한 지표다. 여러 기업의 주가 변화를 한데 묶어 시장 흐름을 보여주는 주가지수처럼, 각 조사 지점에서 관찰한 척추동물 개체군의 상대적 변화를 종과 지역에 따라 가중해 전체 흐름을 나타낸다.

따라서 73%라는 수치는 전 세계 동물 개체 수의 73%가 사라졌거나, 조사한 종의 73%가 감소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조사 대상 개체군 가운데 43%는 증가했고 7%는 안정적인 상태였다. 다만 감소한 개체군의 하락 폭이 증가한 개체군의 상승 폭보다 훨씬 커 세계 지수가 전체적으로 73% 낮아졌다.

생태계별 감소 폭은 담수에서 가장 컸다. 강과 호수 같은 담수 생태계의 개체군 규모는 평균 85% 감소했고, 육상은 69%, 해양은 59% 줄었다. 지역별로는 라틴아메리카·카리브해가 95%로 감소 폭이 가장 컸으며 아프리카 80%, 아시아·태평양 49%, 북미 28%, 유럽·중앙아시아 23% 순이었다.

북미와 유럽의 감소율이 상대적으로 작다고 해서 자연 훼손이 가볍다는 뜻은 아니다. 이들 지역에서는 지수의 출발점인 1970년 이전에 이미 대규모 자연 훼손이 진행됐다는 ‘기준선 효과’가 반영됐다. 출발선에 도달하기 전에 벌어진 손실은 이번 감소율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개체군 감소 원인으로 가장 자주 보고된 것은 서식지 훼손과 상실이었다. 식량 생산을 위한 농업 확대 등이 야생동물이 먹이를 구하고 번식할 공간을 줄였으며, 남획과 기후변화, 오염, 침입종·질병도 감소 요인으로 뒤를 이었다.

보고서 판본 사이의 수치를 단순 비교하는 데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판마다 포함되는 종과 개체군, 관측 종료연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2026년판에는 2024년판보다 967개 개체군과 295종이 추가됐다. 두 판의 감소율 차이를 최근 2년 동안 일어난 변화량으로 해석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감소만 이어진 것은 아니다. 보호 조치가 실제 회복으로 연결된 사례도 확인됐다. 세계 야생 호랑이는 2010년 약 3,200마리에서 2025년 약 5,700마리로 70% 이상 증가했다. 푸른바다거북은 보호 활동과 어업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잡히는 ‘혼획’을 줄이는 조치 등을 거쳐 2025년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에서 멸종위기종에서 관심대상종으로 조정됐다.

국제사회는 2022년 채택한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에 따라 2030년까지 훼손된 생태계의 최소 30%를 효과적으로 복원하고, 육상·내수·연안·해양의 최소 30%를 보전·관리하기로 했다. 이 체계에는 4개 장기목표와 23개 2030년 목표가 담겼다. 이번 보고서는 생물다양성 감소의 규모를 보여주는 동시에 서식지 보호와 복원, 남획·혼획 저감 같은 구체적인 조치가 개체군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함께 제시했다.

자료: 세계자연기금(WWF), 런던동물학회(ZSL),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사무국(CB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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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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