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진청 시험 생산물 폐기·이월 관리 도마…“사유 기록하고 끝까지 추적해야”

국민 세금으로 만든 농업 연구용 생산물이 왜 버려졌는지, 다음 연도로 넘긴 물량은 결국 어떻게 처리됐는지를 명확히 남겨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문금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농촌진흥청 소속기관의 연구개발(R&D) 시험용 생산물이 폐기되거나 다음 연도로 이월되는 등 처분과 관리가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연구 과정에서 생산된 농축산물도 공공 자산인 만큼 발생부터 최종 처분까지 확인할 수 있는 기준과 기록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여기서 ‘시험용 생산물’은 밭이나 논에서 수확한 작물만을 뜻하지 않는다. 농촌진흥청 훈령 제1070호는 생산물의 범위에 농산물과 함께 가축, 식육, 우유, 계란 등 축산물, 곤충산물, 양잠산물과 부산물까지 포함한다. 연구를 위해 기른 동물이나 시험 과정에서 얻은 부수적인 산물도 관리 대상이 되는 셈이다.
농촌진흥청이 공개한 규정에는 생산물을 임의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하는 절차가 마련돼 있다. 기관장은 생산물을 시험연구용, 농업인 보급용, 매각용으로 나눈 처분계획을 세워야 한다. 먼저 연구에 필요한 물량을 배정하고, 남는 생산물은 품질에 따라 농업인에게 보급하거나 매각하도록 했다.
매각 대상은 정부 수매나 공판장 출하가 원칙이다. 다만 품질이 기준에 못 미치거나 물량이 적은 품목은 수의계약으로 처분할 수 있다. 생산물 관리대장과 처분대장에는 생산 수량, 남은 물량, 처분 방법과 금액 등을 기록하도록 규정돼 있다. 기록을 통해 생산물이 어디에 쓰였고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할 수 있게 한 장치다.
시험연구용 가축은 관리 항목이 더 세분화돼 있다. 별도 훈령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개체정보와 현재 상태, 번식과 혈통, 능력검정, 생산물, 질병 등 관리 전반을 전자적으로 처리하도록 규정한다. 가축 한 마리마다 연구와 사육 과정의 변화를 이어서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시험 특성상 폐기 불가피…사유 검증이 핵심
시험 생산물의 폐기를 일반 상품의 재고 폐기와 똑같이 볼 수는 없다. 농업 연구에서는 작물에 병해충을 접종하거나 농약과 재배 조건을 달리해 결과를 비교한다. 생육 도중 일부를 시료로 채취하기도 하고, 여러 품종이 섞이거나 목표 형질을 가진 개체만 골라내면서 수확량과 상품성이 낮아질 수 있다.
농촌진흥청의 공식 처분기준도 병해충 피해, 질병에 걸린 개체의 도태, 시료 채취, 덜 여문 계통, 품종 혼재 등을 생산량이 달라질 수 있는 사유로 제시한다. 연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발생한 손실이라면 폐기가 곧바로 예산 낭비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연구상 불가피한 폐기와 관리가 부족해 생긴 폐기를 구분할 수 있느냐다. 이를 위해서는 폐기 사유와 연구 목적의 연관성을 건별로 기록하고, 이월한 물량도 이후 사용·매각·폐기 가운데 어떤 방식으로 처리됐는지 끝까지 추적할 필요가 있다. 단순한 총량만으로 판단하기보다 처분 과정의 근거와 기록을 함께 살펴야 한다.
다른 정부기관의 기준도 참고할 수 있다. 국립종자원은 2024년 예규에서 재배시험 생산물의 자체 폐기를 원칙으로 두면서도, 잉여생산물은 먼저 매각 가능성을 검토하도록 했다. 물량이 적거나 상품가치가 낮고 출하비용이 지나치게 드는 경우 등에 한해 폐기나 기부를 허용하고, 관리·처분대장을 작성하도록 명문화했다.
시험 생산물 관리 강화의 핵심은 모든 폐기를 막는 데 있지 않다. 연구 과정에서 필요한 손실은 인정하되, 생산물이 생긴 시점부터 최종 처분까지 판단 근거가 끊기지 않도록 남기는 것이다. 폐기와 이월의 기준, 책임자, 후속 처리 결과가 연결돼야 연구의 특수성과 공공 자산 관리라는 두 요구를 함께 충족할 수 있다.
자료: 농촌진흥청,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국립종자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