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R&D부터 약 배송까지…국회가 따진 것은 ‘실행 기반과 안전’

인공지능으로 신약 후보를 찾고 의약품을 집까지 전달하는 시대가 가까워졌지만, 기술과 제도를 실제 환자에게 연결하려면 연구비뿐 아니라 데이터 보호와 배송 안전까지 함께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8일 국정감사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블록버스터 신약 육성과 인공지능 기반 신약개발 정책의 실행 기반을 점검했다. 세계 시장에서 큰 매출을 내는 신약을 뜻하는 블록버스터 신약을 키우려면 초기 연구개발뿐 아니라 임상시험, 기술사업화, 해외 진출로 이어지는 지원체계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위원회는 제약·바이오 산업의 글로벌 진출을 뒷받침할 정책수단과 K-MELLODDY 사업의 운영 구조 등을 살폈다.
다만 개별 보건의료 연구개발 사업의 감액 문제와 정부 전체 연구개발 투자 방향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편성한 2027년도 정부 연구개발 예산안은 총 39조5000억원이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거론된 개별 보건의료 사업의 구체적인 전년 대비 삭감액과 삭감률은 확인되지 않았으므로, 이를 정부 전체 연구개발 예산의 감소로 일반화할 수는 없다.
정부의 신약 지원은 연구비만 지급하는 방식이 아니다. 보건복지부는 2026년 3월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벤처와 제약사의 공동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기술개발부터 연구 인프라 활용과 글로벌 진출까지 연결하는 ‘K-바이오 기술사업화 함께달리기’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결성한 K-바이오·백신 1·2호 펀드 규모는 3066억원이다. 연구 결과가 논문이나 특허에 머물지 않고 제품과 투자로 이어지도록 정책금융과 사업화 지원을 함께 사용하는 구조다.
K-MELLODDY는 여러 기관에 흩어진 제약·의료 데이터를 활용해 신약개발 모델을 만드는 사업이다. 핵심은 원자료를 기관 밖으로 내보내지 않고 각 기관에서 인공지능을 학습시킨 뒤 그 결과를 결합하는 ‘연합학습’이다. 민감한 환자정보나 기업의 영업비밀을 한곳에 모으지 않으면서도 학습에 활용하는 데이터의 범위를 넓히려는 방식이다. 약물이 몸에서 어떻게 흡수·분포·대사·배설되는지와 독성이 있는지를 예측하는 모델, 데이터 공유 플랫폼 구축도 사업에 포함된다.
복지부는 10곳 이상의 글로벌 제약사가 참여하고 관련 성과가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유럽 MELLODDY를 국내 사업의 선행 모델로 제시했다. 국내 사업이 성과를 내려면 기관별 데이터를 안전하게 연결하고, 개발된 예측 모델을 실제 신약 연구와 사업화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운영체계를 갖추는 일이 중요하다.
비대면진료와 약 배송은 편의성보다 환자 안전을 먼저 확인해야 할 분야로 다뤄졌다. 비대면진료는 2025년 12월 의료법 개정으로 제도화됐으며 2026년 12월 24일 시행될 예정이다. 법제화 당시 약 배송 허용 대상은 섬·벽지 주민, 장기요양수급자, 장애인, 감염병 환자, 희귀질환자 등으로 한정됐다. 기존 시범사업에서도 의약품은 방문 수령이 원칙이었고 제한된 취약계층만 재택 수령할 수 있었다.
복지부는 2026년 8월 약 배송을 전체 환자로 확대하는 논의를 시작하면서 조제약의 품질관리, 실제 수령 여부 확인, 복약지도, 비대면진료 전담약국 금지 등을 하위법령 검토사항으로 제시했다. 비대면진료 처방에서는 마약류와 오남용 우려 의약품, 사후피임약 등도 제한돼 왔다. 배송 범위를 넓히기 전에 약이 변질되지 않았는지, 환자 본인이 받았는지, 올바른 복용법이 전달됐는지를 확인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혈액제제 운송도 일반 물류와는 다르다. 대한적십자사는 혈액관리법에 따라 HIV, B형·C형간염, 매독 등에 대한 선별검사를 거친다. 이후 의료기관에 공급될 때까지 적정 온도와 이동 기록을 유지하고 인계 과정을 확인해야 한다. 새로운 운송수단의 도입 여부만 볼 것이 아니라 온도 이탈이나 사고가 생겼을 때 회수하고 책임을 가릴 수 있는 추적체계까지 갖춰야 안전성을 판단할 수 있다.
자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대한적십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