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 감염을 줄이는 기술, ‘빛나는 천’에서 멈춰선 안 된다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10.11 05:32
자가 소독 면직물이 보여준 가능성과 병원 현장에 남은 검증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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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ia Monto

병원 감염을 줄이는 데 필요한 것은 더 강한 소독제만이 아니다. 나는 이번 자가 소독 면직물 연구에서 ‘표면이 스스로 방어에 참여한다’는 발상의 전환에 주목한다. 의료진이 닦아야만 깨끗해지는 병실에서, 평범한 조명 아래 놓인 섬유가 오염의 증가를 계속 억제하는 병실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스페인 공동 연구진이 개발한 면직물은 백색광을 받으면 활성산소를 만든다. 활성산소는 산소가 반응성이 높은 상태로 바뀐 물질로, 미생물의 막과 단백질 등을 손상시킬 수 있다. 연구진은 이 직물이 세균과 곰팡이, 재조합 아데노바이러스를 불활성화할 수 있음을 살폈고, 환자 12명의 병실에서 48시간 시험했을 때 빛이 닿는 침대 난간의 미생물 부하가 일반 면보다 75% 낮았다고 보고했다. 20회 세탁 후 성능도 평가했다는 점은 실험실의 신기한 소재를 넘어 반복 사용 가능성을 의식한 접근이라는 점에서 반갑다.

소독의 빈틈을 메우는 보조 기술

병실의 침대 난간이나 커튼처럼 손이 자주 닿는 곳은 오염과 청소가 반복된다. 그러나 수동 소독은 작업 간격 사이에 공백이 생기고, 닦는 방식과 인력 여건에 따라 결과도 달라진다. 광촉매 항균 소재는 빛을 받아 화학 반응을 일으키는 물질을 이용해 이런 시간적 빈틈을 줄이려는 흐름에 속한다. 특히 특수 자외선이 아니라 사람이 생활하는 공간의 백색광을 활용한다면 기존 병실에 적용하기가 한층 수월해질 수 있다.

다만 ‘미생물이 줄었다’와 ‘환자의 감염이 줄었다’는 같은 말이 아니다. 12개 병실과 48시간이라는 시험은 가능성을 보여주는 출발점이지, 임상적 결론은 아니다. 빛의 밝기와 거리, 그림자, 유기물 오염, 실제 세탁 방식이 달라져도 효과가 유지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활성산소가 피부에 장시간 닿을 때의 안전성, 가공 물질의 탈락 여부, 더 많은 세탁 뒤의 내구성도 살펴야 한다. 바이러스 시험 역시 재조합 아데노바이러스에서 얻은 결과를 모든 바이러스에 일반화해서는 곤란하다.

좋은 소재보다 중요한 것은 검증 체계다

나는 이 기술을 기존 손 위생과 표면 소독을 대체할 만능 해법으로 포장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오히려 청소가 놓치기 쉬운 시간을 메우는 보조 방어선으로 평가해야 한다. 다음 단계에서는 여러 병원이 참여하는 장기 비교시험을 통해 환자 감염률과 비용까지 확인하고, 세탁 후 성능과 인체 안전성을 함께 공개해야 한다. 우리 의료·섬유 산업도 항균이라는 표시 자체보다 실제 병실 조건에서 재현되는 효과를 인증하는 기준을 준비해야 한다. 병실의 천 한 장이 감염 관리의 일부가 되려면, 소재의 영리함만큼 검증의 엄격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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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화학·물리·의학·생명 — 신소재·촉매·양자·물성, 의학·제약·바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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