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빛으로 켜고 끄는 문신…수초 만에 색 바꾸는 3색 나노입자 잉크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10.11 06:45
자외선으로 색을 드러내고 가시광선으로 다시 감추는 ‘PhotoTat’…피부 속 입자는 남긴 채 분자구조만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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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tter & Light·Bruns et al.

다리에 새긴 검은 물고기의 비늘 안쪽은 평소 거의 비어 보인다. 그러나 365나노미터 자외선을 몇 초 비추면 파랑·마젠타·노랑 계열의 색이 나타난다. 밝은 가시광선으로 색을 끈 뒤에는 같은 자리에 다른 무늬를 만들 수 있다. 문신을 피부에서 없앴다가 다시 넣는 것이 아니다. 피부 속에 남아 있는 잉크 분자의 구조와 색만 빛으로 바꾸는 방식이다.

미국 콜로라도대학교 볼더 연구진은 세 가지 광변색 채널을 갖춘 나노입자 문신 잉크 ‘PhotoTat’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2026년 10월 9일 《Matter & Light》에 게재됐다. 문신 색소가 오래 남는다는 물질적 영구성과, 눈에 보이는 색은 필요에 따라 바꿀 수 있다는 시각적 가변성을 분리한 연구다.

잉크를 없애지 않고 분자의 ‘자세’를 바꾼다

PhotoTat의 핵심은 다이아릴에텐 광스위치, 즉 빛을 받으면 분자구조와 색이 바뀌는 물질이다. 연구진은 파랑·마젠타·노랑 계열의 다이아릴에텐 염료를 각각 PMMA 나노입자 안에 넣었다. PMMA는 아크릴 또는 플렉시글라스로 알려진 투명 고분자이며, PhotoTat 입자의 크기는 수백 나노미터 수준이다.

다이아릴에텐은 빛을 치운 뒤에도 바뀐 상태가 유지되는 P형 광변색 물질이다. 365나노미터 UVA를 받으면 거의 무색인 ‘열린 구조’에서 색을 띠는 ‘닫힌 구조’로 전환된다. 가시광선을 비추면 반대 방향으로 돌아간다. 강한 실험용 자외선이나 가시광선 아래에서 색을 켜고 끄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2∼3초로 보고됐다. 다만 이 속도는 광원의 세기와 거리, 피부 상태, 잉크 농도에 따라 달라지는 조건부 값이다.

이는 자외선을 받고 있는 동안에만 형광을 내는 일반적인 블랙라이트 문신과 다르다. PhotoTat은 빛이 분자의 구조를 바꾼 뒤에도 색 상태가 이어진다. 실내에서 활성화된 색은 조명 조건에 따라 수시간∼수일 유지될 수 있다. 전선이나 배터리는 없지만, 작동 개념은 종이에서 잉크를 지우는 것보다 전자종이의 픽셀 상태를 뒤집는 데 가깝다.

여기서 가시광선으로 색을 ‘지운다’는 말은 주의해서 이해해야 한다. PMMA 입자를 피부에서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입자 속 염료를 거의 무색인 광학적 상태로 바꾸는 것이다. 입자는 계속 진피에 남기 때문에 레이저로 문신 색소를 제거하는 과정과는 전혀 다르다.

세 색을 모두 켠 뒤 필요한 성분만 빼낸다

다색 표현 방식도 화면과는 다르다. 세 잉크를 같은 영역에 넣고 모두 활성화한 다음, 빨강·초록·파랑 계열의 가시광선을 골라 비추면 그 빛을 흡수하는 색 채널을 선택적으로 줄일 수 있다. 빛을 더해 색을 만드는 RGB 디스플레이보다, 여러 색을 겹쳐 놓고 특정 성분을 빼는 인쇄용 감산혼합에 가까운 원리다.

연구진은 이 방식으로 실리콘 인공피부와 적출한 돼지 피부에 다색 이미지를 전사하고, 선택한 색 성분을 소거했다. 원자료와 분석 코드는 2026년 8월 14일 공개됐다. 자료에는 365나노미터 LED와 햇빛 아래의 활성화, 네 가지 조도에서 백색광을 이용한 비활성화, 파장 선택적 레이저 실험, 흡수스펙트럼과 피부모형 비교 등이 포함됐다.

사람 피부에서의 3색 실증은 연구책임자 카슨 J. 브런스 본인 1명에게서만 이뤄졌다. 브런스는 자신의 다리에 있는 검은 물고기 비늘 윤곽 안에 세 색소를 서로 다른 시기에 넣었다. 색 채널별 기능 관찰기간은 약 1.4∼2.2년으로 전해졌지만, 여러 사람을 추적한 임상시험 결과가 아니라 시술 시점이 서로 다른 한 사람의 자기실험 기록이다. 브런스는 관련 기술을 사업화하는 HYPRSKN의 공동창업자이기도 하다. 연구비에는 HYPRSKN과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콜로라도대학교 공과대학의 지원이 포함됐다.

‘풀컬러·무한 재기록’과는 거리가 있다

이번 결과는 기존의 단색 광변색 문신을 세 가지 색 채널과 선택적 소거로 확장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그러나 모든 색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완성형 기술은 아니다. 파랑 색소가 인쇄에 쓰이는 이상적인 시안과 달라 구현 가능한 색역이 제한되고, 녹색 같은 일부 색을 선명하게 만들기 어렵다. 흰색 채널도 없어 피부색보다 밝은 색이나 흰 하이라이트를 표현하기 어렵다.

내구성도 색마다 다르다. 파랑 채널은 반복 전환 뒤 마젠타와 노랑보다 성능이 빠르게 떨어지고 보라색 잔상을 남길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따라서 ‘몇 번이고 무한히 다시 쓰는 문신’이라고 부를 단계는 아니다. 어두운 피부 모형에서도 색을 식별했다는 연구진의 보고가 있지만 대비는 낮아졌다. 실제 사람 자료는 밝은 피부의 한 명뿐이어서 다양한 피부색에서 같은 선명도와 속도가 재현되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야외 환경은 더욱 복잡하다. 햇빛에는 색을 켜는 자외선과 색을 끄는 가시광선이 함께 들어 있어 두 과정이 경쟁한다. 날씨와 그늘, 시간대 등에 따라 색이 완전히 켜지거나 꺼지지 않고 중간 상태에 머물 수 있다. 365나노미터 UVA 역시 살균용 UVC보다 파장이 길다는 이유만으로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 반복적인 근거리 조사에 따른 광노화와 광독성, 누적 피부영향은 별도로 평가해야 한다.

의료용 표시의 가능성, 그러나 안전성은 이제부터

연구진은 장식 외에도 방사선치료 정렬점이나 피부 생검 위치를 필요할 때만 보이게 하는 용도, 반영구 화장 등을 응용 후보로 제시했다. 병원에서는 위치표시를 드러내고 일상에서는 감추는 구상이다. 다만 환자를 대상으로 위치 정확도나 치료 흐름을 검증한 결과가 아니며, 의료기기로 승인된 기술도 아니다.

가장 큰 남은 질문은 사람 안전성이다. 3색 PhotoTat에는 세 제형의 세포독성·광독성·알레르기·무균성·불순물과 장기 면역반응을 평가한 다인원 임상자료가 없다. PMMA에 의료사용 이력이 있더라도 입자의 크기와 표면, 함께 넣은 염료와 불순물, 광분해 부산물, 투여 위치가 달라지면 생물학적 반응도 달라질 수 있다. 수십 년 동안의 잔류와 림프절 이동, 염료 누출 및 분해산물에 관한 자료도 확인되지 않았다.

국내에 유통하려면 별도의 규제 검증도 필요하다. 문신용 염료는 2025년 6월 14일부터 「위생용품 관리법」상 위생용품으로 관리되고 있다. 제조·수입 신고와 기준·규격, 자가품질검사 및 수입검사의 적용 대상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6년 6월 15일부터 수입 문신용 염료에 무작위표본검사를 추가했다. PhotoTat 역시 완성된 제형 자체로 성분·색소, 중금속과 미생물 등 관련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문신사법」은 2025년 10월 28일 제정됐지만 새 문신사 면허와 업소등록 체계는 2027년 10월 29일 시행될 예정이어서 2026년 10월 현재는 시행 전이다.

PhotoTat이 보여준 것은 ‘완성된 변신 문신’이라기보다 새로운 설계 원리다. 피부 속 물질은 오래 남기면서 눈에 보이는 상태만 빛으로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었다. 이를 실제 선택지로 만들려면 독립 연구팀의 재현과 다양한 피부색을 포함한 다피험자 연구, 장기 안전성 및 반복 전환 내구성 검증이 뒤따라야 한다.

자료: Cell Press, 콜로라도대학교 볼더, Mendeley Data, 식품의약품안전처, 국가법령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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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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