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게놈이 커질수록 염색체판은 넓어진다…‘세제곱근 법칙’이 드러낸 분열의 설계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10.13 06:44
효모부터 동식물까지 25종 비교…염색체 혼잡과 미세소관의 힘이 중기 염색체판 폭을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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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라는 짐이 8배 늘어나면 세포는 그 짐을 늘어놓을 공간도 8배 넓혀야 할까. 답은 약 2배였다. 부피가 8배인 비슷한 모양의 상자는 한 변만 보면 2배 커지는 것과 같은 세제곱근 관계다. 효모와 원생생물부터 식물과 동물까지 진핵생물 25종을 비교한 연구에서, 게놈이 커질수록 분열 중인 염색체가 중앙에 늘어선 ‘중기 염색체판’의 가로 폭이 게놈 크기의 약 세제곱근만큼 넓어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연구 결과는 2026년 10월 9일 《Nature Cell Biology》에 발표됐다. 여기서 세제곱근 관계가 가장 뚜렷했던 대상은 방추체 전체 크기나 양쪽 극 사이의 길이가 아니라 중기 염색체판의 폭이었다. 방추체를 경기장에 비유하면 기존 연구가 주로 양쪽 골대 사이의 거리를 물었다면, 이번 연구는 선수에 해당하는 염색체들이 중앙선에 빽빽하게 섰을 때 필요한 가로 공간을 물은 셈이다.

1만 배 넘는 게놈 차이를 폭의 약 3분의 1제곱이 담았다

연구진은 기존 논문에 보고된 수치와 공개 현미경 영상을 다시 측정한 값을 모아 25종의 게놈 크기와 방추체·염색체판 치수를 비교했다. 게놈 크기는 종 사이에서 1만 배 넘게 달랐지만 관찰된 방추체 크기는 1마이크로미터 미만부터 60마이크로미터까지 약 100배 범위였다. 다세포생물에서는 주어진 게놈을 담을 수 있는 방추체 크기의 물리적 하한에 가까이 가기 위해 주로 작은 분화세포를 골랐다.

가장 강한 관계는 게놈 크기 G와 중기 염색체판 폭 W 사이에서 나왔다. 식으로 쓰면 W∝G0.33이었다. 0.33은 약 3분의 1이므로 게놈이 2배면 폭은 약 1.26배, 8배면 약 2배, 27배면 약 3배가 된다는 뜻이다. 게놈이 1000배 커져도 폭은 약 10배, 1만 배라면 약 21.5배로 늘어나는 계산이다. 이는 세제곱근을 적용한 설명용 근삿값이지 특정 종에서 직접 측정한 증가율은 아니다.

종간 회귀의 R2는 0.94, P값은 1×10-15이었다. R2는 관찰된 폭의 차이를 게놈 크기와의 관계가 얼마나 잘 설명하는지 나타내는 값이지, 그 자체로 원인과 결과를 증명하는 수치는 아니다. 연구진이 염색체판을 원통으로 보고 V=πTW2/4로 부피를 근사했을 때 판 부피는 게놈 크기의 0.96제곱으로 증가했다. 거의 비례 관계에 가까웠다. 이때 T는 판의 두께다.

염색체 사이 빈 공간까지 포함한 판 전체의 기하학적 유효 DNA 밀도는 세제곱마이크로미터당 6.27±0.99메가염기쌍이었고, 폭과 두께의 비는 1.89±0.59였다. 이는 개별 염색체 내부를 직접 3차원 측정한 밀도가 아니라 단순화한 판 부피에 DNA량을 대응시킨 유효값이다.

염색체가 서로 밀고 미세소관이 안쪽으로 붙든다

왜 세제곱근에 가까운 관계가 생겼을까. 연구진의 설명은 ‘혼잡’이다. DNA량이 늘면 응축된 염색체의 총부피도 커진다. 중기판에 모인 염색체들은 출근길 승객처럼 서로 공간을 차지하며 밀어낸다. 반대편에서는 미세소관이 휘어진 낚싯대처럼 염색체를 안쪽으로 붙든다. 염색체의 바깥쪽 밀어내는 힘과 미세소관의 굽힘력이 균형을 이루는 지점에서 판의 폭이 정해진다는 것이다.

최소 물리모델은 염색체를 압축할 수 있는 탄성체로, 미세소관을 휘어지는 구조물로 단순화했다. 사람 세포 조건을 기준으로 게놈 크기를 바꾼 모델은 폭의 스케일링 지수로 0.37을 예측했다. 관측값 0.33과 가깝지만 똑같지는 않았다. 개별 염색체 크기를 유지하면서 염색체 수를 늘린 별도 모델에서는 지수가 0.43이었다. 실제 염색체의 모양·강성·응축도와 결합단백질, 모터단백질까지 모두 재현한 모델은 아니라는 점도 남는다.

중요한 것은 염색체의 ‘개수’보다 전체 염색질의 부피가 종간 차이를 더 잘 설명했다는 점이다. 염색체 수가 32∼42개로 비슷한 종만 추려도 게놈 크기와 판 폭의 관계는 유지됐고, R2는 0.97, P값은 0.0028이었다. 같은 이삿짐을 큰 상자 몇 개에 담느냐 작은 상자 여러 개에 나눠 담느냐보다 전체 짐의 부피가 필요한 공간을 더 크게 좌우하는 것과 비슷하다. 다만 염색체 수가 무관하다는 뜻은 아니며, 총 염색질 부피에 견줘 부차적인 역할을 한다는 해석이다.

DNA량을 바꾸고 세포를 눌러 상관관계를 시험했다

연구진은 종간 비교에 그치지 않고 배수성, 즉 한 세포가 지닌 염색체 세트 수가 다른 연구계에서 관계를 점검했다. 사람 세포주와 환자 유래 대장암 오가노이드, 생쥐 장 유래 3차원 배양세포, 사람·생쥐 난자와 초기배아 등이 분석 대상이었다. 암세포와 오가노이드는 치료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DNA량 차이가 판의 폭에 미치는 영향을 살피는 연구계로 쓰였다.

근반수체 사람 종양세포의 중기 염색체판은 근이배체 세포보다 약 18% 좁았다. 복제되지 않은 게놈으로 유사분열에 들어간 MUG 세포에서는 방추체 폭이 약 43% 감소했지만 길이는 유지됐다. 사람 난자의 감수분열 I 중기판은 감수분열 II보다 23%, 생쥐 난자에서는 33% 넓었으나 방추체 길이 차이는 각각 7% 이하였다. 생쥐 초기배아를 사배체화했을 때 판 폭은 17%, 돼지 난자를 사배체화했을 때는 26% 증가했다.

세포를 급성 압박한 실험도 힘의 균형을 시험했다. U2OS 세포를 약 1분간 누르자 높이는 약 44% 낮아지고 염색체판 폭은 약 30%, 두께는 약 50% 늘었지만 길이에는 유의한 변화가 없었다. 젤리를 누르면 납작해지며 옆으로 퍼지는 모습과 닮았지만, 살아 있는 세포에서는 염색체와 미세소관, 세포질의 힘이 함께 작용한다. 관찰된 변형을 모델로 해석한 결과 염색체 사이의 밀어내는 힘은 약 100∼300피코뉴턴으로 증가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힘 센서로 직접 측정한 값이 아니다.

폭과 길이는 서로 다른 손잡이로 조절된다

일련의 결과는 방추체의 폭과 길이가 하나의 손잡이로 함께 조절되는 치수가 아님을 보여준다. 폭은 염색체 총부피와 혼잡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반면, 길이는 미세소관 동역학과 세포 크기, 세포질의 힘에 더 크게 좌우됐다. 세포질 부피와 튜불린 농도, 세포 경계, 미세소관의 생성과 동역학 등 기존 설명이 폐기된 것이 아니라 염색질량이라는 별도의 조절 축이 추가된 셈이다.

다만 이 결과를 모든 진핵생물에서 확정된 절대법칙으로 부르기는 이르다. 25종은 폭넓은 표본이지만 진핵생물 전체 다양성에 비하면 제한적이다. 자료 상당수도 같은 장비와 조건으로 새로 촬영한 것이 아니어서 고정·염색·해상도·투영 방식과 측정 정의의 차이가 남는다. 가까운 종끼리는 공통 조상과 여러 특징을 공유하지만 명시적인 계통발생 보정 결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종간 게놈 크기와 세포 크기가 함께 변하는 영향도 완전히 제거됐다고 볼 수 없다.

개별 세포계의 지수는 0.29와 0.41, 모델에서는 0.37로 나타나 모든 조건에서 정확히 3분의 1인 것도 아니다. 배수성을 바꾸면 DNA량뿐 아니라 세포 크기와 중심체 수, 유전자 발현, 염색체 응축 상태도 달라질 수 있다. 압박 실험 역시 염색체만이 아니라 세포 전체를 함께 변형했다. 따라서 이번 결과는 ‘완성된 보편 법칙’이라기보다 폭넓은 25종에서 관찰되고 여러 교란 실험과 물리모델로 뒷받침된 공통 스케일링 원리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세포가 크게 다른 DNA 짐을 어떻게 제한된 공간에 정렬하는지 설명할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지만, 더 많은 종과 표준화된 측정, 독립적인 재현이 그 적용 범위를 가려야 한다.

자료: 루제르 보슈코비치 연구소·자그레브대학교·스플리트대학교·RPTU 카이저슬라우테른–란다우·Hubrecht Institute·Oncode Institute·UMC Utrecht·MIT Koch Institute for Integrative Cancer Re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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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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