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DNA 특화 AI, 멜론 원인변이 후보 2494개 중 1위로 골랐다

수천 개의 유전자 변이 가운데 먼저 실험할 후보를 고르는 데 식물 DNA를 학습한 인공지능이 활용될 가능성을 보여줬다. AI 연구소 리빙 모델스는 범용 언어모델 젬마 4와 식물 유전체 언어모델 ‘보타닉-1’을 결합해, 멜론의 형질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이미 확인된 단일염기변이를 후보 2494개 중 1위로 올렸다고 밝혔다.
분석 대상은 멜론 염색체 2에 있는 ‘CmEIN3’ 단일염기변이였다. 단일염기변이는 DNA를 이루는 염기 한 글자가 다른 형태로 바뀐 것을 뜻한다. 이 변이는 과거 실험으로 원인성이 확인돼 있어, 이번 작업은 새로운 유전자를 처음 발견한 연구가 아니라 정답을 알고 치르는 후향적 후보 순위 시험에 해당한다.
연구진은 전체 4만7492개 변이를 유전학적 매핑으로 3061개까지 좁혔다. 이어 삽입·결실과 구조변이 567개를 제외하고 남은 단일염기변이 2494개를 보타닉-1으로 평가했다. 젬마 4는 분석 계획 수립과 데이터 정리, 도구 실행을 맡고, 보타닉-1은 각 변이가 식물의 기능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점수화했다.
기존의 집단분리분석은 서로 다른 형질을 지닌 부모를 교배한 뒤 자손을 형질별 집단으로 나누고 DNA 차이를 비교해 후보 구간을 찾는다. 하지만 염색체에서 가까운 변이들은 함께 유전되는 경향이 있어, 실제 원인변이와 주변에서 따라온 변이를 구별하기 어렵다. 보타닉-1은 특정 DNA 서열이 여러 식물의 진화 과정에서 얼마나 보존됐는지를 살펴보는 신호를 더해 후보의 우선순위를 정한다.
20회 반복 평가에서 보타닉-1을 결합한 조건의 Recall@1은 0.90이었다. 이는 20번 가운데 원인변이를 1위로 찾은 비율이 90%였다는 뜻이다. 별도 도구를 쓰지 않은 조건은 0.00, 기존 생물정보학 도구를 사용한 조건은 0.15였다. 보타닉-1 결합 조건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변이를 제시한 사례가 없었지만, 기존 도구 조건에서는 두 유형의 허구 변이가 각각 3회와 4회 발생했다.
보타닉-1은 320종의 육상식물에서 얻은 3146억 개 염기 토큰을 학습했다. 한 번에 다룬 DNA 창의 길이는 8192개 염기였다. 모델은 3억1800만개부터 32억개까지 네 가지 크기로 개발됐으며, 공개된 L 모델은 21억개 매개변수와 72개 BiMamba2 블록으로 구성됐다. BiMamba2는 DNA의 앞뒤 맥락을 함께 읽으면서 긴 서열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도록 설계된 구조다.
최신 공식 결과에서 비공개 XL 모델은 14종 식물과 545개 연구에서 검증된 원인변이를 상위 1% 안에 넣은 비율이 49.9%였다. 후보 구간의 변이 수 중앙값은 5904개였으므로 상위 1%는 약 60개다. 이는 AI가 인과성을 확정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연구자가 먼저 확인할 실험 대상을 줄였다는 의미다.
모델은 주변 DNA 서열을 바탕으로 기준 염기와 대체 염기의 조건부 확률비를 계산한다. 수확량을 직접 예측하거나 작물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실제 인과성과 농업적 효과는 교배, 유전자 편집, 온실·포장시험으로 따로 검증해야 한다. 공개된 S·M·L 모델도 비상업 연구용으로 제한되며, 이용자는 게이트를 통과해야 한다. XL 모델은 공개되지 않았다. 기술보고서 역시 동료평가 학술지 논문이 아닌 사전논문 단계다.
이번 사례의 의미는 범용 AI 하나에 전 과정을 맡기지 않고, 데이터 처리에 강한 모델과 식물 유전체에 특화된 모델을 나눠 썼다는 데 있다. 후보를 신속하게 줄이면 연구자는 많은 변이를 같은 비중으로 시험하는 대신 가능성이 큰 대상을 먼저 검증할 수 있다. 다만 이를 고수확 멜론 개발 성과로 해석하려면 실제 재배 환경에서의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자료: Living Models, Google DeepMind, Cold Spring Harbor Laboratory bioRxiv, Hugging Face, INRA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