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센서로 항암제 심장 손상 전조 찾는다…경희대, 80억 원 규모 연구 착수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10.14 05:28
분자 양자센서와 심장 오가노이드 칩 결합…4년 6개월간 조기진단 통합 플랫폼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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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제가 심장세포를 손상시킨 뒤가 아니라, 손상으로 이어질 미세한 변화를 먼저 찾아내는 양자의료 연구가 시작됐다. 경희대학교는 양자센싱과 심장 오가노이드 기술을 결합해 항암제 유발 심독성을 조기에 진단하는 플랫폼 개발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번 과제는 보건복지부가 지원하고 한국보건산업진흥원 K-헬스미래추진단이 관리하는 2026년도 한국형 ARPA-H 프로젝트의 하나다. 정부 지원 연구비는 약 80억 원이며 연구기간은 4년 6개월이다. 2026년 통합공고에 제시된 9개 연구개발 제안요청서 가운데 ‘양자센싱 기반 초고감도·조기진단 기술개발’에 해당하는 RFP 5로 선정됐다. 이 과제는 5대 임무 중 ‘바이오헬스’에 포함됐으며 공모 접수는 6월 10일부터 7월 1일까지 진행됐다.

한국형 ARPA-H는 2024년부터 2032년까지 9년간 총사업비 1조1628억 원을 투입하는 임무 중심형 연구개발 사업이다. 보건안보, 미정복질환, 바이오헬스, 복지돌봄, 필수의료를 5대 임무로 두고 있다. 이번 연구는 개별 장비의 감도를 높이는 데 머물지 않고, 실제 생체환경에서 얻은 신호를 의료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연구의 첫 적용 대상은 일반적인 심근손상 전체가 아니라 항암제 유발 심독성이다. 현재 항암치료 과정에서는 심초음파와 심장 근육의 변형을 살피는 GLS, 트로포닌 같은 심장 바이오마커를 조합해 심장 독성을 감시한다. 연구팀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심근세포 손상이 뚜렷해지기 전에 나타나는 산화스트레스인 ROS, 국소 온도, 대사 활성의 변화를 정량적으로 읽겠다는 구상이다.

핵심은 생체친화형 분자 양자센서인 MoQN과 심장 오가노이드 기반 Organ-on-Chip을 결합하는 것이다. 오가노이드는 실제 장기의 일부 구조와 기능을 본뜬 작은 조직 모델이며, Organ-on-Chip은 이런 조직을 미세한 칩 위에 구현해 생체 반응을 관찰하는 기술이다. 연구팀은 이 환경에서 임상적으로 드러나기 전의 미세 생체신호를 포착하고, 심근손상으로 이어질 초기 위험신호를 규명할 계획이다.

경희대 손석균 교수 연구팀이 분자 기반 양자센서와 측정 플랫폼 구축을 총괄한다. 경희의료원은 심장 오가노이드 질환 모델과 생물학적 검증, 조선대는 양자신호 해석과 인공지능 분석을 맡는다. 한국전자기술연구원은 MEMS 미세유체 기술을 이용한 칩 내 센서 집적, 고려대는 다이아몬드 내부의 미세 결함을 센서로 활용하는 NV 센터 기반 양자센싱과 교차검증을 담당한다. LCI는 의료 플랫폼 연계 시제품과 사업화 전략을 맡는다.

살아 있는 세포에서 양자센서로 미세 변화를 읽는 접근에는 선행 사례가 있다. 기존 연구에서는 형광 나노다이아몬드 NV 센서가 살아 있는 단일세포의 자유라디칼을 센서 주변 10~20나노미터 범위에서 측정했다. 단일 심근세포가 산소 부족과 재공급을 겪는 동안 미토콘드리아의 자유라디칼 변화를 측정한 사례도 보고됐다. 심장 오가노이드로 항암제 독소루비신에 따른 박동 저하와 섬유화, 미토콘드리아 손상을 재현한 연구도 있다. 다만 이 결과들은 이번 과제의 성과가 아니라 연구 방향을 뒷받침하는 선행 사례다.

참여기관들은 신규 과제 선정 뒤 열린 킥오프 워크숍에서 양자센싱 소재·소자·측정 플랫폼 개발, 생체신호의 측정·분석·검증, 단계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연구팀은 항암제 유발 심독성에서 가능성을 검증한 뒤 심혈관질환과 다른 난치성 질환으로 적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손상이 발생한 뒤 확인하는 진단에서 벗어나, 손상 전 위험신호를 감지하고 예측할 수 있는지가 연구의 핵심 과제다.

자료: 경희대학교, 보건복지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K-헬스미래추진단, 범부처통합연구지원시스템, 미국 국립의학도서관, 유럽심장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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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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