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에서도 버티는 유기 광전극…12시간 뒤 성능 92% 유지

햇빛과 물로 수소를 만드는 유기 광전극이 장시간 작동을 가로막던 소재 불안정 문제를 고분자 설계로 풀었다. 빛을 흡수하는 층 자체를 더 단단하고 안정적으로 만들어, 별도의 방수막에만 의존하지 않고 수명을 늘릴 가능성을 보여준 연구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신소재공학과 조한희 교수팀과 성균관대학교 화학과 고두현 교수팀은 작은 분자를 길게 이어 붙인 고분자 전자받개를 이용해 내구성을 높인 유기 광전극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유기 광전극은 유기계 반도체가 빛을 흡수할 때 생긴 전자를 촉매로 보내 물에서 수소가 만들어지는 반응을 일으키는 장치다.
실리콘 같은 무기 반도체와 달리 유기 반도체는 소재를 용액에 녹인 뒤 넓은 면적에 바르는 방식으로 제조할 수 있어 대량 생산에 유리하다. 그러나 물과 직접 맞닿은 상태로 오래 작동하면 전해질이 광활성층 안으로 스며들고, 섞여 있던 성분이 이동하거나 서로 크게 갈라지는 상분리가 일어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빛을 전기로 바꾸는 미세구조가 흐트러지면 수소 생산 성능도 떨어진다.
유기 광전극의 광활성층은 일반적으로 전자를 내주는 전자주개와 전자를 받는 전자받개를 섞은 ‘벌크 이종접합’ 구조로 만든다. 서로 다른 두 물질이 아주 작은 규모로 맞닿아 있어 빛으로 생긴 양전하와 음전하를 효율적으로 갈라놓는 구조다. 하지만 성분이 움직여 접촉 구조가 무너지면 전하가 촉매까지 전달되기 어려워진다.
연구진은 소분자 전자받개 Y6를 사용한 PM6:Y6 광전극과, Y6 계열 물질을 긴 사슬 형태로 고분자화한 PY-IT를 사용한 PM6:PY-IT 광전극을 비교했다. 최적화한 PM6:PY-IT 광전극은 연속 작동 12시간 뒤 초기 성능의 92%를 유지했고, 40시간 뒤에도 68%가 남았다. 수소 생성의 패러데이 효율은 97.8±2.6%였다. 패러데이 효율은 흘려준 전하 가운데 실제 수소 생성에 쓰인 비율을 뜻한다.
성능 향상에는 전기적 특성과 물리적 안정성이 함께 작용했다. PY-IT는 물이 환원돼 수소가 되는 반응의 전위와 잘 맞는 에너지 준위 배열을 형성해 광활성층에서 촉매층으로 전하가 이동하도록 했다. 동시에 긴 고분자 사슬은 작은 분자보다 잘 확산하지 않아 전해질 침투와 장거리 상분리를 억제했다.
이번 접근법의 특징은 완성된 전극 바깥에 보호층이나 봉지 구조를 덧붙이는 데 그치지 않고 전자받개 자체를 고분자화했다는 점이다. 전하가 이동하는 에너지 경로와 광활성층의 형태 안정성을 하나의 소재 설계로 함께 개선한 것이다.
앞선 연구들도 유기 광음극의 안정성을 높이는 조건을 제시했다. 2020년 연구에서는 계면에 쌓이는 광생성 전자량을 약 100나노쿨롱/제곱센티미터 이하로 제한해야 12시간을 넘는 안정 작동이 가능하다고 보고했다. 당시 산화루테늄 촉매를 적용한 장치는 20시간 작동 뒤 광전류가 33% 감소했다.
2022년 연구에서는 금속 봉지 구조를 사용한 유기 광음극이 30시간 동안 최대 광전류의 95.4% 이상을 유지했다. 다만 이는 외부 보호 구조로 물과의 접촉을 관리한 결과다. 이번 연구는 광활성층을 이루는 소재 자체가 물속에서 형태를 유지하도록 설계했다는 점에서 다른 방향의 해법을 제시한다.
연구 결과는 학술지 ‘Energy & Environmental Science’ 2026년 제19권 6487~6497쪽에 실렸으며, 논문명은 ‘Deciphering the Dual Role of Polymerized Small Molecule Acceptors in Enhancing the Operational Stability of Organic Photocathodes’다. 해당 논문은 학술지가 선정한 2026년 HOT Article로 표시됐으며, 이는 그해 논문 가운데 상위 10%에 해당한다.
자료: 울산과학기술원(UNIST), 성균관대학교, Royal Society of Chemistry, American Chemical Societ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