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마른 뒤에도 남는 2피코리터 물방울…성균관대·KAIST, ‘물다리’ 안정 원리 규명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10.15 05:27 · 수정 2026.10.15 05:26
모세관 힘과 고체 표면 흡착의 균형을 X선 현미경으로 관찰…미세공정 잔류수 제어 연구에 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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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는 완전히 마른 것처럼 보이는 곳에도 1조분의 1리터 단위의 물이 입자 사이에 남을 수 있다는 사실이 고해상도 X선 영상으로 확인됐다. 성균관대학교 원병묵 교수 연구팀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 강성훈 교수 연구팀은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미세한 틈에서 물이 끝까지 증발하지 않고 ‘물다리’ 형태로 유지되는 원리를 규명했다.

물다리는 서로 가까이 놓인 두 입자 사이를 물이 다리처럼 연결한 구조다. 연구팀은 포항가속기연구소 PLS-II의 7C X선 나노영상 빔라인을 이용해 물이 줄어드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찰했다. 이 장비의 영상 해상도는 통상 40나노미터이며 최고 20나노미터에 이른다. 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로, 일반 광학현미경으로 살피기 어려운 작은 영역을 들여다볼 수 있는 수준이다.

논문 부가자료에 따르면 실험에는 지름 266마이크로미터인 구형 입자가 쓰였다. 주변의 물이 모두 증발한 뒤에도 두 입자 사이에는 약 2피코리터 부피의 물다리가 남아 안정된 형태를 유지했다. 1피코리터는 1조분의 1리터다. 다만 이 잔류량이 모든 재료와 습도 조건에서 똑같이 나타난다는 뜻은 아니다.

연구팀은 물 표면이 오목하게 휘면서 생기는 모세관 힘과 물 분자가 고체 표면에 붙는 흡착 작용이 균형을 이룬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 균형이 물다리의 에너지를 낮은 상태로 유지해 물 분자가 공기 중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억제한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증기가 주변으로 퍼지는 현상과 모세관 효과를 중심으로 증발을 설명했지만, 이번 연구는 피코리터 규모 물다리의 장기 안정성을 이해하려면 고체 계면의 흡착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모델을 제시했다.

이는 연구진이 2016년에 발표한 펨토리터 규모 물다리 연구를 확장한 결과다. 당시에는 구형 입자와 평면 사이의 약 240펨토리터 물다리를 투과 X선 현미경으로 관찰해 낮은 내부 압력이 증기 확산과 증발 속도를 낮추는 과정을 분석했다. 펨토리터는 1000조분의 1리터로 피코리터보다 더 작은 단위다. 당시 모델에서는 물이 결국 사라졌지만, 새 연구는 더 큰 피코리터 영역에서 흡착을 포함해야 물이 남는 현상을 설명할 수 있음을 보였다.

조건에 따른 변화도 관찰됐다. 세 입자를 이용한 실험에서는 상대습도 70%를 넘는 습윤 조건에서 물다리 부피가 진동했다. 별도 실험에서는 에탄올 세척으로 물다리가 제거됐다. 물다리가 단순히 고정된 구조가 아니라 주변 습도와 표면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세한 물다리는 입자의 접착, 분말의 유동과 마찰, 잉크 침적, 미세화학 용기와 관련된다. 반도체의 나노미터급 구조에서는 세정 뒤 남은 수분이 부식이나 합선 같은 불량 요인이 될 수 있어, 이번 결과는 잔류수가 생기고 유지되는 조건을 이해하는 기초 자료가 될 수 있다. 다만 이번 연구가 반도체 공정의 불량률을 실제로 낮췄거나 잔류 수분을 완전히 제어했다는 실증 결과를 제시한 것은 아니다.

논문에는 오건·전도현·강성훈·원병묵 연구자가 참여했으며, 원병묵 교수는 성균관대와 엑스그래피 소속을 함께 표기했다. 논문은 2026년 3월 3일 접수돼 8월 25일 게재 승인을 받았고 9월 10일 온라인 공개됐다. 제목은 ‘Spontaneous formation of picoliter water bridges’이며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실렸다.

자료: 성균관대학교, 한국과학기술원, Nature Communications, 포항가속기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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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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