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인에게 ‘석션’ 지시한 의사도 유죄…대법원 확정

병원에서 간병인이 환자의 기도에 관을 넣어 가래를 빼내는 ‘석션’을 하도록 지시한 의사에게 유죄가 확정됐다. 겉보기에는 가래를 제거하는 처치지만, 대법원은 환자의 숨길 안쪽에 도구를 넣는 만큼 의료인이 맡아야 할 의료행위라고 판단했다.
사건은 2021년 4월 발생했다. 목에 관을 꽂고 호흡하던 환자의 담당 의사는 간병인에게 기도에 카테터를 넣어 가래를 흡인하는 석션 시술을 지시하고 방법을 교육했다. 카테터는 이 사건에서 가래를 뽑기 위해 기도에 넣은 관을 뜻한다. 그러나 새벽 시간 간병인이 석션 기기를 환자 목에 꽂아 둔 채 잠들었고, 환자는 두 달간 치료를 받다가 산소 부족으로 뇌가 손상되는 저산소성 뇌 손상으로 숨졌다.
검찰은 의사와 간병인이 무면허 의료행위를 함께 했다고 보고 두 사람을 기소했다.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간병인에게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도 추가했다. 의사 측은 석션에 고도의 전문지식이 필요하지 않아 의료행위가 아니며, 직접 지시하거나 간병인과 공모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1심은 석션이 신체 내부의 기관에 도구를 직접 삽입하는 시술이라고 봤다. 잘못 시행하면 감염이나 저산소증처럼 생명에 치명적인 위해가 생길 우려가 커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간병인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의사에게 벌금 200만 원의 선고유예를 선고했다.
의사는 석션이 의료행위가 아니고 공모도 성립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항소했다. 검찰도 형량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했지만 2심은 양측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2심은 1심이 의료계의 열악한 현실을 충분히 고려해 형량을 정했고, 법리 판단에도 잘못이 없다고 봤다.
대법원에서도 의사는 같은 주장을 이어갔지만 상고는 기각됐다. 이로써 의사와 간병인에 대한 유죄 판결은 모두 확정됐다. 대법원은 의료인이 직접 하지 않으면 환자의 생명과 신체에 보건위생상 위해를 줄 우려가 있는 행위는 자격을 갖춘 의료인이 해야 한다는 원칙을 확인했다. 석션은 단순히 가래를 청소하는 일이 아니라 환자의 숨통을 직접 다루는 고위험 의료 처치라는 판단이다.
이번 판결은 열악한 의료 현장이 형량을 정할 때 고려될 수는 있어도, 비의료인에게 석션을 맡긴 행위 자체가 의료행위가 아니라는 근거가 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자료: 대법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