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적으로 숨 쉬면 뇌 안 물이 흐른다"…메이요 클리닉, 깨어 있을 때 호흡이 뇌척수액 흐름 키운다는 증거 제시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07.23 16:27
심장 박동 중심으로 설명되던 뇌척수액 순환에 '호흡'이라는 새 변수…한국형 복식호흡 훈련 모델로 실측,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게재
"의식적으로 숨 쉬면 뇌 안 물이 흐른다"…메이요 클리닉, 깨어 있을 때 호흡이 뇌척수액 흐름 키운다는 증거 제시
(사진=메이요 클리닉 폴 민 연구팀 제공)

사람은 잠든 사이 뇌를 씻어낸다고 알려져 왔다. 그런데 눈을 뜨고 깨어 있는 동안에도, 스스로 조절하는 '깊은 호흡'만으로 뇌를 감싼 물의 흐름을 키울 수 있다는 실측 증거가 나왔다. 무의식의 심장 박동에 맡겨 두던 뇌 속 순환을, 사람이 의지로 밀어낼 여지가 있다는 이야기다.

미국 메이요 클리닉 연구팀은 깨어 있는 상태에서 깊은 복식호흡을 하면 뇌척수액이 한 방향으로 흐르는 순(純)이동량이 커진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최신 호에 게재됐다.

심장 박동에서 호흡으로, 설명의 축이 옮겨가다

뇌척수액은 뇌와 척수를 감싸 충격을 흡수하고, 뇌 안에 쌓이는 노폐물을 씻어 내보내는 맑은 액체다. 이 액체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그동안 주로 심장 박동에 따른 압력 변화, 즉 맥박에 맞춰 출렁이는 진동으로 설명돼 왔다. 흐름이라기보다 제자리에서 밀렸다 되돌아오는 '왕복 운동'에 가깝게 이해된 셈이다.

연구팀은 여기에 '호흡'이라는 변수를 정면으로 세웠다. 숨을 깊이 들이쉬고 내쉴 때 가로막(횡격막)이 오르내리며 만들어내는 압력 차이가, 뇌척수액을 한 방향으로 실어 나르는 순이동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심장이 만드는 진동과 달리, 호흡은 사람이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다르다.

복식호흡 훈련자를 자기공명영상으로 실측

연구팀은 오랜 기간 배 중심의 구조적 복식호흡 훈련을 받은 참가자를 대상으로, 뇌척수액이 실제로 얼마나 빠르게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지를 자기공명영상으로 측정했다. 사용한 기법은 위상대조 자기공명영상(PC-MRI)으로, 액체가 흐르는 속도와 방향을 실시간으로 정량화할 수 있는 촬영 방식이다. 그 결과 깊은 호흡을 하는 동안 뇌척수액이 한 방향으로 흐르는 순이동 패턴이 관찰됐다.

이번 연구에는 한국의 복식호흡 훈련 프로그램인 석문호흡이 참여 기관으로 이름을 올렸다. 실험에 쓰인 구조화된 복식호흡 모델을 제공하는 역할을 맡았다. 논문의 제1저자는 임석빈 연구원, 교신저자는 폴 민(Paul H. Min) 박사이며, 페트리스 코그스웰(Petrice M. Cogswell) 연구자가 공동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노화로 떨어지는 뇌 청소 기능, 호흡으로 보완할까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심장 박동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던 뇌 내부의 순응(compliance) 조절에 호흡이 관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나이가 들거나 병이 진행되면서 뇌척수액의 역동성이 떨어지는 것을, 호흡 훈련으로 상쇄할 수 있을지 살펴볼 단서가 된다는 것이다. 뇌 노폐물 축적이 퇴행성 뇌질환과 관련이 깊다는 점에서, 약이 아닌 호흡이라는 접근이 열린다면 파급력은 작지 않다.

다만 아직은 원리를 확인한 초기 단계다. 이번 결과가 실제 인지 기능 유지나 퇴행성 질환 예방으로 이어지는지는 더 넓은 연령대와 환자 집단을 대상으로 한 후속 연구가 증명해야 한다. 연구팀도 다양한 연령·질환군으로 대상을 넓혀 인지 기능 및 신경퇴행과의 연결을 파고드는 임상 연구로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숨으로 뇌를 씻는다'는 가설이 치료의 언어가 되기까지는, 검증이라는 긴 단계가 남아 있다.

자료: 메이요 클리닉 폴 민 연구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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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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