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재발, 아미노산 '농도'보다 '연결망'이 먼저 알려준다…KAIST, 혈액 예측 정확도 높였다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07.23 16:27 · 수정 2026.09.07 13:54
혈청 속 18종 아미노산의 상호 관계를 분석해 기존 종양표지자보다 재발·전이 위험 예측력 향상, 152명 데이터로 검증
대장암 재발, 아미노산 '농도'보다 '연결망'이 먼저 알려준다…KAIST, 혈액 예측 정확도 높였다
(사진=KAIST 제공)

대장암이 다시 자라날지 여부를 미리 알려면 지금은 조직검사나 영상 검사에 상당 부분 기대야 한다. 혈액 한 번으로 그 위험을 가늠하려는 시도는 오래됐지만, 개별 물질의 양만 재는 방식은 한계가 뚜렷했다. KAIST 연구진은 발상을 바꿨다. 혈액 속 아미노산의 '양'이 아니라, 이들이 서로 얼마나 긴밀히 연결돼 움직이는지 그 '관계망'을 읽었더니 재발·전이 위험이 더 정확하게 드러났다.

개별 농도가 아니라 '대사의 지도'를 읽다

KAIST 의과학대학원 이지민 교수와 화학과 김현우 교수 공동연구팀은 대장암 환자의 혈청(피에서 혈구를 뺀 맑은 액체)에 들어 있는 18종의 순환 아미노산을 정밀 측정하고, 이들 사이의 상관관계를 하나의 연결망으로 재구성했다. 아미노산은 단백질을 이루는 기본 단위이자 몸속 대사 상태를 비추는 거울인데, 지금까지의 검사는 특정 아미노산 하나의 농도가 높은지 낮은지만 따졌다.

연구팀은 여기에 '네트워크 분석'을 더했다. 아미노산 각각의 값이 아니라, A가 늘 때 B가 함께 늘거나 주는 식의 연결 구조 자체를 지표로 삼은 것이다. 그 결과 병이 진행될수록 발린·류신 같은 분지사슬 아미노산(곁가지 구조를 가진 아미노산으로, 근육 대사와 밀접하다)의 비중은 줄고, 글리신·세린처럼 세포 증식에 필요한 재료를 공급하는 '일탄소 대사' 관련 아미노산의 비중은 늘어나는 방향으로 연결망이 통째로 재편됐다.

종양표지자 단독보다 높은 예측력

검증은 대장암 환자 152명의 데이터로 이뤄졌다. 병기별로는 1기 22명, 2기 30명, 3기 35명, 4기 65명이 포함됐다. 측정에는 불소 원자를 표지로 붙여 아미노산을 읽어내는 '불소 핵자기공명분광법(19F NMR)'이 쓰였다.

핵심은 예측 성능이다. 현재 대장암 추적에 널리 쓰이는 혈액 종양표지자 CEA(암태아성 항원)만 쓴 모델의 예측 정확도(AUC)가 0.608이었던 데 비해, 아미노산 농도와 연결망 정보에 CEA까지 합친 통합 모델은 0.806까지 올라갔다. AUC는 1에 가까울수록 정확하고 0.5면 동전 던지기 수준을 뜻하는 지표로, 0.6대에서 0.8대로의 상승은 '판별력이 약한 검사'가 '쓸 만한 검사'로 넘어가는 구간에 해당한다. 아미노산 구성 비율에서도 분지사슬 아미노산 비중은 병기 간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P=0.0334)를 보였다.

혈액검사만으로 맞춤 치료까지

이지민 교수는 "혈액 속 개별 아미노산 농도가 아니라 아미노산 간 연결 구조를 함께 분석해 대장암이 몸 전체의 대사 체계를 어떻게 바꾸는지를 규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혈액검사만으로 대장암 환자의 재발 위험을 보다 정확하게 예측하고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새로운 정밀의료 기술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단일 기관 환자 데이터를 중심으로 검증됐고, 서울아산병원의 별도 혈장 코호트로 외부 검증을 거치긴 했지만 아직 소규모다. 실제 진료 현장의 표준 검사로 자리 잡으려면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전향적 연구와 표준화가 남아 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지난달 9일 온라인 게재됐다.

자료: 한국과학기술원(KAIST) (Advanced Science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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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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