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계리의 단층은 아직 잠들지 않았다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09.20 05:51
17년치 지진자료가 던지는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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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학교 부산대학교 장전캠퍼스 정문 (사진 출처=Wikimedia Commons·RedMosQ, CC BY-SA 3.0)

북한 함경북도 풍계리 만탑산 일대에서 2017년 있었던 6차 핵실험 이후, 그 아래 단층이 여전히 움직이고 있었다는 사실이 이번 연구로 확인됐다. 부산대 김광희 교수팀이 한중 공동연구로 17년치 지진자료를 분석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이 결과를 보며 필자가 먼저 떠올린 것은 '핵실험은 끝났지만 그 여파는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폭발 한 번으로 그친 줄 알았던 지각 변형이 수년에 걸쳐 서서히 이어졌다는 것은, 이 지역을 단발성 사건이 아니라 장기 관찰 대상으로 다뤄야 한다는 뜻이라고 필자는 본다.

유발지진, 낯설지 않은 현상

인위적 힘이 가해진 뒤 기존 단층이 뒤늦게 반응하는 현상을 지진학에서는 '유발지진(誘發地震)'이라 부른다. 땅속에 물을 주입하는 지열발전이나 셰일가스 채굴 현장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여러 차례 보고된 바 있다. 원리는 단순하다. 단층은 원래도 응력을 품은 채 버티고 있는데, 외부 충격이 그 균형을 깨뜨리면 즉각이 아니라 수개월, 수년에 걸쳐 서서히 미끄러짐이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2017년 6차 핵실험은 북한이 실시한 것 중 규모가 가장 컸던 것으로 알려져 있고, 그 직후에도 만탑산 정상부 함몰이나 여진 우려가 국내외에서 제기된 바 있다. 이번 연구는 그 막연한 우려를 17년치 자료로 뒷받침한 셈이라고 필자는 평가한다.

감시는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

필자가 이 연구에서 가장 반가운 대목은 한중 공동연구라는 형식 그 자체다. 북한 지역에 직접 접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주변국의 지진관측망 자료를 모아 장기 추세를 읽어낸 것은, 폐쇄된 지역의 지각 안정성을 감시하는 사실상 유일한 방법이라고 본다. 다만 아쉬운 지점도 있다. 원격 관측만으로는 단층 깊이나 균열의 실제 형태까지 정밀하게 들여다보기 어렵고, 자료 공백이 생길 때마다 해석에 불확실성이 끼어들 수밖에 없다. 이런 한계를 메우려면 한반도 남쪽에서도 관측망을 촘촘히 확충하고, 이번처럼 국경을 넘는 공동연구를 꾸준히 이어가야 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단층이 다시 깨어났다는 사실 자체보다, 그것을 놓치지 않고 붙잡아낸 17년의 꾸준함에서 앞으로의 감시가 나아갈 방향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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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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