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치료 연구, 성적표에 당사자의 하루를 담아야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09.15 05:57
뉴로벤티 후보물질의 가능성을 평가하려면 전체 결과와 일상의 변화를 함께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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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로벤티 중앙연구소 연구원이 실험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뉴로벤티)

자폐 치료 연구의 성과를 평가할 때 필자는 점수가 얼마나 움직였는지와 함께, 당사자의 하루가 어떻게 달라질지를 묻고 싶다. 통계표의 변화가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덜고 스스로 선택할 기회를 넓히는 변화로 이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뉴로벤티의 후보물질 발표도 그 기준에서 기대하고 검증해야 한다고 본다.

뉴로벤티는 의사소통과 행동 등의 특성이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자폐스펙트럼장애의 후보물질 NV01-A02를 개발하고 있다. 회사는 효과와 안전성을 탐색하는 임상 2상에서 사회성과 문제행동 관련 지표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변화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우연한 변동인지 따지는 통계 검정에서 기준을 충족했다는 뜻이다. 다만 해당 항목은 사전 등록된 2차 유효성 지표다. 시험의 핵심 질문을 평가하는 1차 지표를 보완해 약효를 살피는 항목이라는 의미다.

여기서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결과를 해석하는 순서다. 일반적으로 임상시험에서 여러 항목을 검사하면 우연히 기준을 통과하는 결과가 생길 가능성도 커진다. 미국 식품의약국이 여러 지표의 분석 순서와 통계적 조정을 강조하는 이유다. 사전에 항목을 등록했다는 점은 의미 있지만, 그것만으로 우연을 걸러내는 절차까지 확인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2차 지표라는 이유만으로 관찰된 변화를 버릴 일도 아니다. 다음 연구에서 검증할 유용한 단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발표의 가치는 1차 지표 결과와 위약, 즉 약효 성분이 없는 비교용 제제 대비 효과가 함께 나올 때 더 분명해진다. 약을 받은 집단의 점수가 달라졌는지, 위약 집단보다 얼마나 더 달라졌는지는 구별해야 한다. 제공된 정보만으로는 그 차이의 크기와 확실성을 판단하기 어렵다. 필자는 회사가 지표별 전체 결과와 분석 방법, 부작용과 중도 탈락 현황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본다. 1차 결과를 모르는 상태에서 성공이나 실패를 앞당겨 판정할 근거는 부족하다.

여기에 자폐 연구가 풀어야 할 더 근본적인 질문이 있다. 같은 진단을 받아도 당사자가 겪는 어려움과 필요한 지원은 다양하다.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도 개인별 필요에 맞춘 지원을 강조하며, 약물은 불안이나 과민성 같은 특정 증상을 다루는 수단으로 설명한다. 이런 맥락에서 사회성 점수의 평균 변화만으로 모든 당사자가 얻을 이익을 말하기는 어렵다.

필자는 후속 연구가 누가 어떤 도움을 얻었는지까지 설명해야 한다고 본다. 예컨대 불편과 고통이 줄었는지, 원하는 의사를 표현하기 쉬워졌는지, 그 변화가 얼마나 유지됐는지를 살펴야 한다. 이는 이번 시험에서 확인됐다는 결과가 아니라 앞으로 요구할 평가 방향이다. 당사자와 가족이 중요하게 여기는 변화를 연구 설계 단계부터 반영해야 점수의 의미도 선명해진다.

국내 신약 개발을 응원하는 사회라면 전체 결과의 공개와 재검증에도 가치를 매겨야 한다. 일부 지표의 변화가 다음 시험의 질문을 정교하게 만드는 성과라면 그 자체로 평가하면 된다. 필자는 뉴로벤티의 가능성이 당사자의 삶에서 확인되기를 기대한다. 그 기대를 지탱할 것은 충분히 공개된 데이터와, 누구의 어떤 어려움을 덜려는지 분명한 연구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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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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