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V 경쟁력, 더 적은 빛보다 더 넓은 공정 창에서 완성된다

첨단 반도체 경쟁에서 중요한 것은 더 미세한 회로를 그리는 능력만이 아니다. 같은 회로를 얼마나 빠르고 안정적으로 반복해 그리느냐가 진짜 제조 경쟁력이다. 그런 점에서 아주대와 삼성전자 공동연구팀이 300mm 웨이퍼 극자외선(EUV) 공정에서 노광량을 최대 23.7% 낮춘 하이브리드 포토레지스트를 개발했다는 소식은 눈여겨볼 만하다. 필자가 주목한 대목은 기록 자체보다 ‘빛에 덜 의존하는 공정’의 가능성이다.
감도 향상은 생산성의 문제다
포토레지스트는 웨이퍼 위에 바르는 감광재, 즉 빛을 받아 회로 밑그림을 만드는 얇은 막이다. EUV 노광량이 적게 든다는 것은 사진을 찍을 때 더 짧은 노출로도 상을 얻는 것과 비슷하다. 필요한 빛이 줄면 노광 장비가 웨이퍼 한 장을 처리하는 시간이 짧아질 여지가 생기고, 고가 장비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도 유리하다.
다만 포토레지스트 개발에는 오래된 난제가 있다. 빛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감도, 선을 또렷하게 구분하는 해상도, 가장자리의 거칠기와 결함을 동시에 개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반응성을 지나치게 높이면 원치 않는 부분까지 변하거나 미세한 선이 흔들릴 수 있다. 유기계 소재는 가공과 조성이 비교적 유연하고, 무기계 소재는 열과 식각 공정에 견디는 힘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성격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접근이 반가운 이유는 이 상충관계를 소재 설계로 풀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최대 23.7%’ 다음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최대 개선값만으로 양산성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반도체 공장은 한 번의 좋은 결과가 아니라 웨이퍼 전체와 여러 생산 묶음에서 같은 품질이 이어지는지를 본다. 미세 결함, 선폭 균일도, 식각 내구성, 보관 안정성, 기존 장비·세정 공정과의 호환성까지 함께 검증해야 한다. 노광량 절감으로 얻은 속도가 검사와 수율 손실로 되돌아온다면 기술적 이익은 작아진다.
우리 산업도 소재 국산화를 단순한 대체재 확보로 좁혀 봐서는 안 된다. 대학의 분자 설계, 기업의 300mm 공정 검증, 소재업체의 정밀 합성과 품질관리가 초기 단계부터 연결돼야 한다. 이번 결과는 EUV 소재 경쟁이 장비만의 경쟁이 아니라 화학과 공정, 계측을 묶는 시스템 경쟁임을 보여준다. 이제 필요한 것은 더 화려한 최고 기록이 아니라 공정 허용범위, 즉 조건이 조금 흔들려도 양품을 만드는 구간을 넓히는 일이라고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