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 황규호 교수팀, DNA 안 끊고 1만2,100염기 통째로 갈아끼우는 '프라임 어셈블리' 개발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09.19 07:43
이중나선 절단 없이 대용량 DNA 삽입·최대 100만염기 구조 변형까지…편집 결과 읽어내는 분석 프로그램도 함께 발표
한양대 황규호 교수팀, DNA 안 끊고 1만2,100염기 통째로 갈아끼우는 '프라임 어셈블리' 개발
황규호 한양대학교 화학과 교수. (사진 출처=한양대학교)

유전자 하나를 통째로 바꿔 끼우면서도 DNA를 잘라내지 않는 유전자 편집 기술이 나왔다. DNA 이중나선을 끊는 기존 크리스퍼(CRISPR) 유전자가위와 달리 절단 없이도 1만 염기가 넘는 대용량 유전정보를 정확한 위치에 심을 수 있어, 다양한 유전질환에 새로운 치료 전략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양대 자연과학대학 화학과 황규호 교수는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 보스턴아동병원 다니엘 바우어 교수 연구팀과 함께 새 유전자 편집 기술 '프라임 어셈블리(prime assembly)'를 공동 제1저자로 개발해 지난 16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이 기술은 기존 유전자 교정 기술인 '프라임 에디팅(prime editing)'을 한 단계 확장한 것이다. 프라임 에디팅은 DNA 이중나선을 자르지 않고도 유전정보를 고쳐 쓸 수 있어 차세대 유전자가위로 주목받아 온 기술이다.

프라임 어셈블리는 표적 DNA의 두 가닥 각각에 작은 흠집(닉)을 내 짧은 단일가닥 부위를 만든 뒤, 미리 설계한 공여 DNA를 그 자리에 결합시키고 세포 안의 복구 효소가 틈을 메우도록 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하버드 의과대학 보도자료에서 바우어 교수는 이 기술이 게놈의 각 가닥에 하나씩 '플랩'을 만들어 씀으로써 DNA 교체가 정확히 어디서 시작되고 끝나는지 조절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시험관 안에서 여러 DNA 조각을 순서대로 이어 붙이는 분자생물학 기법인 '깁슨 어셈블리(Gibson assembly)'의 원리를 살아 있는 세포 안에서 구현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연구팀은 최대 1만2,100염기 길이의 DNA를 원하는 유전체 위치에 삽입하는 데 성공했다. 삽입 부위는 설계한 서열대로 정확히 연결됐고, DNA를 이중으로 끊는 기존 방식에서 흔히 나타나는 접합부 변이도 적게 나타났다. 프라임 어셈블리는 대용량 DNA 삽입뿐 아니라 최대 100만 염기 규모의 유전체 재배열, 결손, 역위 같은 구조 변형을 유도하는 데도 활용됐다. 특히 세포 분열이 활발하지 않은 상태의 세포와 휴지기 T세포에서도 편집이 이뤄지는 것을 확인해, 세포 분열에 의존하던 기존 방식의 한계를 극복할 가능성을 보였다. 보스턴아동병원은 향후 혈액 질환 치료에 쓰이는 조혈줄기세포 등 질환 관련 인간 세포로 이 기술의 전달 효율을 높이는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황 교수는 같은 연구팀과 함께 대규모 유전자 편집 실험 결과를 정밀하게 분석하는 프로그램 '크리스퍼룽고(CRISPRLungo)'도 제1저자로 개발해 지난달 20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Nature Biomedical Engineering)」에 발표했다. 이 프로그램은 긴 DNA 조각을 한 번에 읽어내는 롱리드 시퀀싱(long-read sequencing) 데이터를 활용해 편집 과정에서 생기는 삽입, 결손, 역위 등 구조적 변화를 유형별로 구분하고 정량한다. 별도 설치 없이 웹브라우저에서 바로 쓸 수 있어 접근성을 높였다. 연구팀이 이 프로그램을 겸상적혈구빈혈 치료 연구 데이터에 적용한 결과, 기존 분석으로는 찾아내지 못했던 역위 변이를 검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황 교수는 "이중가닥 절단 없이 유전자 하나를 통째로 바꿀 수 있게 된 만큼, 돌연변이가 다양한 유전질환에도 하나의 전략으로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며 "새로운 편집 기술이 치료로 이어지려면 그 결과를 정확히 읽어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두 기술을 함께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크리스퍼룽고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세종과학펠로우십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자료: 한양대, 하버드 의과대학, 보스턴아동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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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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