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간 개선 없이 간 종양 줄었다…MLKL 단백질의 새 역할 규명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09.15 12:09 · 수정 2026.09.15 12:08
오클라호마대, 생쥐 간세포의 MLKL 제거 효과 확인…미토콘드리아 기능과 종양 성장 연결
지방간 개선 없이 간 종양 줄었다…MLKL 단백질의 새 역할 규명
미국 오클라호마대 의과대학 디파 사티아실란 교수. 지방간에서 MLKL 단백질이 간 종양을 촉진하는 경로를 규명한 연구의 책임저자다. (사진=미국 오클라호마대학교)

간에 쌓인 지방이나 염증이 줄지 않아도 특정 단백질을 제거하면 간 종양이 감소한다는 생쥐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방간 자체의 개선과 종양 억제가 서로 다른 경로로 이뤄질 수 있음을 보여줘, 지방간과 관련된 간암의 새로운 치료 표적을 찾는 단서가 됐다.

미국 오클라호마대학교 의과대학 디파 사티아실란 교수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를 9월 10일 발표했다. 논문은 앞서 8월 4일 국제학술지 ‘헤파톨로지’에 온라인으로 선게재됐다. 연구팀은 동물실험과 세포실험에 더해 사람의 간암 데이터와 종양 조직도 분석했다.

연구의 중심에는 혼합계통키나아제 도메인 유사 단백질인 ‘MLKL’이 있다. 이 단백질은 세포가 죽는 방식의 하나인 네크롭토시스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이 고지방 서구식 식단을 먹인 생쥐를 살펴보니 간세포의 MLKL 수치가 증가했다. 그러나 이번에 확인된 역할은 예상했던 간세포 사멸과 달랐다.

MLKL은 세포의 에너지 생산을 담당하는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을 떨어뜨리고 간 종양 발생을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생쥐의 간세포에서 MLKL을 제거하자 종양의 개수와 크기가 모두 줄었다. 세포사멸에 관여한다고 알려진 단백질이 세포의 에너지 생산과 종양 성장을 연결하는 역할도 한다는 결과다.

이 연결고리에서 중요한 단백질은 ‘미토퓨신 2’, 줄여서 MFN2였다. MFN2는 미토콘드리아가 정상적으로 기능하도록 돕는다. 고지방 식단으로 MLKL이 증가하면 MFN2가 감소하면서 미토콘드리아 기능이 저하됐다. 반대로 MLKL을 제거하면 MFN2 수치와 미토콘드리아 기능이 회복되고 종양 성장도 감소했다.

연구팀은 MFN2가 실제로 이 효과를 매개하는지도 확인했다. 간암 세포에서 MLKL을 제거했을 때 나타난 세포 증식 감소와 미토콘드리아 호흡 개선은 MFN2까지 추가로 제거하자 되돌아갔다. 단순히 두 단백질의 수치가 함께 변한 것을 넘어, MLKL 제거에 따른 변화에 MFN2가 관여한다는 실험 근거를 확보한 셈이다.

주목할 점은 종양이 감소해도 지방간과 간 염증, 섬유화, 간 손상은 줄지 않았다는 것이다. 섬유화는 간에 흉터 조직이 쌓이는 변화다. MLKL 결핍 생쥐에서는 간의 지방 축적이 오히려 늘었지만 세포에 독성을 주는 지질 종류는 감소했다. 이번 실험에서는 지방 축적량과 종양 발생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연구팀은 MLKL이 지방간과 섬유화가 악화돼 간암으로 이어지는 경로와 별개로 종양 발생을 조절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연구진은 2023년에도 특정 유전자를 제거하면 섬유화 감소 없이 간암이 줄어드는 생쥐 연구 결과를 보고했다. 이번에는 간세포에 한정해 MLKL을 제거하고 MFN2와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분석해 작용 경로를 구체화했다.

유전자 제거뿐 아니라 약물 실험도 진행했다. 사람 MLKL을 억제하는 물질인 네크로설폰아마이드(NSA)는 HepG2 세포를 이식한 동물모델에서 종양 성장을 억제했다. 사람의 간암 데이터와 종양 조직 분석에서는 MLKL 발현이 높은 종양을 가진 환자의 전체 생존율이 더 낮은 연관성이 관찰됐다.

지방간을 이해하는 질병 분류도 바뀌고 있다. 2023년 국제 학회 합의로 도입된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질환(MASLD)’은 간에 지방이 쌓인 상태와 함께 비만이나 혈당 이상 등 다섯 가지 심혈관대사 위험요인 중 하나 이상이 있는 경우를 포괄한다. 간의 지방 축적을 몸의 대사 상태와 함께 살피는 명칭이다.

다만 지방간이 모두 간암으로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국립당뇨병·소화기병·신장병연구소는 단순 지방간은 대체로 간 합병증으로 진행하지 않지만, 염증과 세포 손상을 동반한 지방간염은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이번 결과는 지방간 전체를 같은 위험 상태로 보는 근거가 아니라, 종양 발생에 관여하는 특정 경로를 밝힌 연구로 이해해야 한다.

연구팀은 앞으로 MLKL 억제제를 간암 치료에 활용할 가능성과 기존 항암치료와 함께 사용할 가능성을 연구할 계획이다. MLKL을 질병 상태를 가늠하는 생체지표로 활용할 수 있을지도 평가한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후속 연구를 위한 실험 근거를 제시했다.

자료: 미국 오클라호마대학교 의과대학·헬스캠퍼스, 미국 국립의학도서관(NLM·PubMed), 미국간학회(AASLD), 미국 국립당뇨병·소화기병·신장병연구소(NIDDK)

저작권자 © 한국R&D신문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화학·물리·의학·생명 — 신소재·촉매·양자·물성, 의학·제약·바이오
댓글 0 최신순 추천순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0 / 400 · 회원 로그인 시 닉네임으로 작성 · 비회원 수정은 작성 후 1분 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