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대뇌피질 없앤 생쥐에 사람 뇌세포를 입주시켰더니, 석 달 만에 방이 채워졌다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09.18 07:11
스탠퍼드 연구팀, 유전자로 비워낸 생쥐 뇌에 사람 대뇌피질 오르가노이드 이식해 기능하는 신경망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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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Nreis1 (Wikimedia Commons), CC BY 4.0)

집을 지을 때 방 두 칸을 통째로 비워두고, 그 자리에 다른 사람이 살림을 들여놓는다면 어떨까. 미국 스탠퍼드 의대 세르지우 파샤 교수 연구팀이 생쥐 뇌를 상대로 실제로 이런 실험을 했다. 유전자 조작으로 생쥐의 대뇌피질과 해마 자리를 거의 비워둔 뒤, 그 빈 공간에 사람 세포로 만든 뇌 조직 덩어리를 입주시킨 것이다. 석 달이 지나자 그 자리의 90% 이상이 사람 조직으로 채워졌고, 놀랍게도 그 안에서 신경 신호가 오갔다. 연구팀은 이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하며 이 기법에 “이종(異種) 피질화”라는 이름을 붙였다.

대뇌피질 자리에 빈 방 두 칸을 만들다

이 실험의 출발점은 사람 뇌세포가 들어가 자랄 “빈 공간”을 가진 생쥐를 만드는 일이었다. 연구팀은 배아 발달 과정에서 대뇌피질과 해마로 자라날 부위에서만 켜지는 유전자 ‘Emx1’을 표지로 삼아, 그 부위의 세포에서 염색체를 정상적으로 나누는 데 필요한 유전자 ‘Esco2’를 없앴다. 그 결과 정상 생쥐에 비해 대뇌피질과 해마가 약 98%나 소실된, 사실상 그 자리가 텅 빈 생쥐가 태어났다. 여기에 사람 세포를 이식해도 면역 거부반응이 일어나지 않도록, 중증복합면역결핍(SCID) 상태로 만들어둔 생쥐를 바탕으로 삼았다.

이식할 재료는 사람의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약 2개월간 접시에서 입체적으로 배양해 만든 대뇌피질 오르가노이드였다. 오르가노이드란 줄기세포를 특정 장기의 초기 발달 과정과 비슷하게 키워, 실제 장기의 축소판처럼 여러 세포 유형이 섞인 조직 덩어리를 말한다. 연구팀은 세포 약 10만 개 규모의 이 오르가노이드를, 생쥐가 태어난 지 이틀쯤 됐을 때 수술로 이식했다. “생쥐 뇌의 핵심 배선이 이미 갖춰진 뒤”를 이식 시점으로 고른 것은, 사람 세포가 생쥐의 복잡한 인지 기능 전체를 장악해버리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였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실제로 이식을 시도한 29마리 가운데 25마리(약 86%)에서 사람 조직이 자리를 잡는 데 성공했으며, 스탠퍼드 발표 자료는 이 이식 성공률을 “90% 이상”으로도 소개했다.

석 달 만에 채워진 90%, 그리고 낯선 뉴런 하나

이식된 사람 세포는 단순히 그 자리에 얹혀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식 후 2~3개월 사이 조직의 부피는 약 4.7배(자료에 따라 약 5배로 소개되기도 한다)로 불어났고, 3개월이 지날 무렵에는 생쥐의 대뇌피질이 있어야 할 자리의 90% 이상을 사람 조직이 채웠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조직이 단순한 세포 덩어리에 머물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람 유래 조직은 다양한 피질 세포 유형으로 분화했고, 생쥐의 신경계와 멀리 떨어진 부위까지 연결을 뻗어 회로를 이뤘으며, 조직화된 전기적 활동까지 보였다. 이식받은 생쥐들은 운동 능력이나 작업기억을 확인하는 여러 행동검사에서 같은 나이의 정상 생쥐와 대체로 비슷한 수행을 보였다. 다만 연구팀은 이 결과만으로 사람 신경세포가 해당 행동을 직접 좌우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신중하게 선을 그었다.

이 사람 유래 조직 안에서는 뜻밖의 발견도 나왔다. 폰 에코노모 신경세포로 추정되는 세포가 관찰된 것이다. 이 세포는 사람이나 고래, 코끼리처럼 유난히 큰 뇌를 가진 동물에서만 드물게 보고돼 온 신경세포로, 전측두엽치매에서 특히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뇌피질 신경세포 약 9만 개 중 1개꼴로만 존재하는 희귀한 세포인데, 살아있는 동물의 뇌 속에 이식된 사람 조직에서 이 세포가 관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알려졌다. 다만 연구팀도 이 세포가 어떤 과정을 거쳐 생겨났는지는 아직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산소가 끊긴 5시간, 사람 조직만 휘청였다

연구팀은 이렇게 만든 생쥐를 활용해 저산소 손상 실험도 진행했다. 사람에서는 출생 전후의 산소 부족이 뇌성마비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미국에서는 신생아 1,000명당 3명꼴로 뇌성마비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연구팀이 이식된 생쥐를 5시간 동안 저산소 환경에 노출시키자, 사람 유래 조직에서만 미세아교세포와 별아교세포가 몰려들고 저산소 스트레스 표지자가 나타나는 등 손상 신호가 확인됐다. 이 생쥐들은 걸음을 유지하거나 균형을 잡고 팔다리를 협응하는 데 어려움을 보였다. 반면 같은 조건에 노출된 정상 생쥐나, 사람 조직을 이식하지 않은 무피질 생쥐에서는 뚜렷한 이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사람 유래 조직만 선택적으로 손상되고 그 결과로 보행 이상이 나타난 이 양상은 신생아 뇌성마비 환아에게서 보이는 모습과 비슷했다. 다만 이를 “뇌성마비를 재현했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며, 어디까지나 임상적으로 비슷한 양상이 관찰됐다는 수준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한계와 남은 질문

연구팀 스스로도 이 모델의 한계를 분명히 밝혔다. 이식된 조직은 성숙한 대뇌피질이 갖춘 층상 구조를 이루지 못했고, 신경 활동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 억제성 신경세포도 부족했다. 사람 신경세포는 생쥐 신경세포보다 발달 속도가 느려, 생쥐의 수명 안에서는 사람 뇌의 초기 발달 단계만 모사할 수 있다는 근본적 제약도 있다. 연구팀은 이 모델이 뇌 전체를 재현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특정 질문에 답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외부 전문가들의 평가도 엇갈렸다. 한 신경과학 전문가는 이 기법이 새로운 대뇌피질을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오르가노이드 세포가 분열하고 자랄 공간을 제공한 것”이라며, 이 점이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성과이자 동시에 한계라고 짚었다. 한 생명윤리학자는 연구팀의 해석이 다소 낙관적이라며, 생쥐는 여전히 사람과 거리가 멀고 머리에 사람 세포가 있다고 해서 이 모델이 사람 질병을 이해하는 데 얼마나 신뢰할 만한 정보를 줄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점점 정교해지는 사람 신경조직을 동물 신경계에 넣을 때 예상치 못한 특성이 나타날 위험, 동물이 사람과 비슷한 의식을 가질 가능성 같은 윤리적 쟁점도 연구팀 스스로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이 때문에 연구에 앞서 윤리학자와 신경생물학자, 환자단체, 철학자, 법학자 등으로 구성된 자문단의 검토를 거쳤다고 한다.

다만 현재로서는 이 생쥐들이 사람 수준의 인지 능력이나 추가적인 의식을 얻었다는 뚜렷한 증거는 거의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파샤 교수도 지금 단계에서 이 생쥐들이 사람 수준의 인지 능력을 갖췄다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같은 실험을 영장류에게 적용하는 것은 “매우 명확한 레드라인”이라고 못박기도 했다. 사람 뇌세포를 품은 생쥐가 어디까지 “사람에 가까워질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이번 연구가 다음 세대 연구자들에게 남긴 가장 무거운 숙제로 보인다.

자료: 스탠퍼드 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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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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