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뭉치 대신 연구에 집중…국가R&D 행정서식 97% 줄었다

박민성 기자 · 입력 2026.09.18 05:31
과기정통부, 7월부터 '허용서식' 체계 적용…2171개였던 서식 154개로 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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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Youngjin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정부출연연구소나 대학에서 국가연구개발(R&D) 과제를 수행하는 연구자들은 그동안 연구 자체보다 서류 작성에 시달린다는 하소연을 많이 해왔다. 이런 부담이 실제 수치로 얼마나 줄었는지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대전 유성구을)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연구 행정서식 간소화 정량 성과 지표'에 따르면, 지난 7월 27일 서식 간소화가 적용된 이후 계속사업의 과제당 평균 서식 제출 건수가 기존 6.5건에서 3.07건으로 52.9% 줄었다. 이번 분석은 간소화 제도 적용 이후 공고돼 과제 접수가 끝난 5개 계속사업(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2개, 한국연구재단 3개)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서식 제출 용량도 크게 줄었다. 제출한 서식 파일을 모두 합친 저장 용량이 개편 전 0.407기가바이트(GB)에서 개편 후 0.011GB로 97.2% 감소했다. 1GB는 웬만한 사진 수백 장을 담을 수 있는 용량인데, 이 정도 분량의 서류가 손톱만 한 크기로 줄어든 셈이다. 사업별로 보면 한국연구재단의 원자력정책연구사업은 과제당 평균 서식 수가 지난해 8.79개에서 올해 1개로 줄어,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이번 간소화의 뿌리는 지난 5월 29일 열린 제9회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회의에서 과기정통부는 '연구행정 부담 완화를 위한 국가연구개발 행정시스템 혁신방안'을 심의·의결했다. 27개 전문기관과 태스크포스(TF, 특정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기관 인력을 모아 임시로 꾸리는 조직)를 구성해 지난해 12월부터 국가R&D 행정서식을 전수조사한 결과, 그 수가 무려 2,171개에 달한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여러 전문기관과 부처가 관행적으로 각자 서식을 요구해오며 쌓인 결과였다. 과기정통부는 이 가운데 관행적·행정편의적 서식 1,952개를 아예 폐지하고 65개는 전산으로 자동 처리되도록 바꿨다. 남은 서식은 표준서식 67개와 비표준서식 87개를 합쳐 총 154개의 '허용서식'으로 정비해, 전체 서식의 90% 이상을 간소화했다.

지난 7월부터는 범부처통합연구지원시스템(IRIS, 여러 부처의 R&D 과제 신청·관리를 한 곳에서 처리하도록 만든 온라인 시스템)에 공고되는 모든 국가R&D 사업에 이 허용서식 중심의 관리 체계가 적용됐다. 원칙적으로 추가 서류 제출은 금지되며, 사업 특성상 꼭 필요한 경우에도 비표준서식은 최대 2~3개만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과기정통부는 이 조치로 연간 약 40만 개의 행정서식 작성 부담과 최소 2만 시간 이상의 연구행정 소요 시간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2028년까지는 IRIS를 중심으로 4대 연구지원시스템을 통합하고, 인공지능(AI) 기반으로 적합한 평가위원을 추천하거나 규정을 알기 쉽게 풀어주는 챗봇 해석 서비스도 단계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황정아 의원은 "현장 연구자 중심으로 R&D 시스템을 새롭게 변혁하고 있으며, 행정서식 간소화는 실효적이고 체감도 높은 적극 행정의 표본"이라며 "과학기술인들이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국회 차원에서도 R&D 시스템 개선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자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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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성 기자 ms.park@k-rnd.net
산업·제조 — 산업공학, 제조·공정관리·물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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