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투탄카멘 무덤 북쪽, 열리지 않은 방이 있다? 8년 만에 되살아난 '네페르티티 매장실' 가설

박민성 기자 · 입력 2026.09.22 06:55
지표투과레이더·미소중력 탐사로 확인된 이상신호... 2015년 조사 승인했던 당시 장관이 연구책임자로 재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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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Hajor(Wikimedia Commons), CC BY-SA 1.0)

1922년 하워드 카터가 투탄카멘의 무덤을 발견한 지 100년이 넘었다. 그 무덤 옆에, 아직 한 번도 열어본 적 없는 공간이 있을지 모른다는 이야기가 다시 나왔다. 2026년 9월 17일 공개된 새 연구 논문이 투탄카멘 무덤(KV62) 북쪽에 잔해로 막힌 통로들로 이어진 미확인 방실 네트워크가 있을 가능성을 다시 제기하면서다.

이 논문은 아인샴스대(카이로) 소속 맘두 엘다마티(전 이집트 문화유산부 장관), 아바스 모하메드 아바스, 구조공학자 겸 지구물리 전문가 조지 밸러드, 그리고 2015년 이 가설을 처음 꺼냈던 이집트학자 니콜라스 리브스 4인이 함께 썼다. 제목부터 'The Burial of Nefertiti? IV', 즉 이 주제를 다룬 시리즈의 네 번째 편임을 밝히고 있다.

왜 다시, 왜 이렇게 오래 걸렸나

발단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리브스는 무덤 북쪽 벽면의 균열과 채색 흔적을 근거로 "투탄카멘의 무덤치고 너무 작다"는 단서를 제시했다. 투탄카멘이 10대 나이에 갑자기 죽는 바람에, 원래 자기 것이 아니었던 더 큰 무덤—어쩌면 네페르티티를 위해 설계됐을 무덤—에 급히 곁방을 만들어 묻혔을 수 있다는 추정이었다.

이후 10년은 조사 결과가 엇갈리는 롤러코스터였다. 2015년 11월 일본 레이더 전문가 와타나베 히로카쓰가 당시 문화유산부 장관의 승인 아래 1차 지표투과레이더(GPR) 스캔을 했고, 이때 장관은 "약 90% 확률로 숨은 공간이 존재한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2016년 내셔널지오그래픽이 후원한 2차 스캔은 1차 결과를 재현하지 못했고, 2017~2018년 이탈리아 토리노 폴리테크닉 프란체스코 포르첼리 팀이 벌인 3차 GPR 조사는 "매우 높은 신뢰도로 숨은 방이나 통로는 없다"는 정반대 결론을 냈다. 같은 해 이집트 고대유물최고위원회도 공식적으로 "비밀의 방 없음"이라고 발표하면서 가설은 사실상 폐기된 듯 보였다.

그리고 8년이 지난 지금, 바로 그 1차 스캔을 승인했던 당사자인 엘다마티가 이번엔 연구책임자로 돌아와 같은 가설을 다시 들고나온 것이다.

무엇을 측정했고, 무엇을 발견했나

이번 조사는 아인샴스대, 영국 케임브리지의 GBG Group, 이집트 국립천문지구물리연구소(NRIAG)가 Amarna Royal Tombs Project와 협력해 2023~2024년 두 시즌에 걸쳐 진행했다. 여기에 2015년 실시했던 현장조사 7차례 자료도 함께 재검토했다. 조사팀은 GPR과 함께 이 유적에서는 처음으로 미소중력(microgravity) 측량을 병행했고, 과거의 전기비저항 탐사 자료도 참고했다.

미소중력 측량은 쉽게 말해 저울로 땅속을 재는 방법이다. 빈 공간, 즉 방은 주변 단단한 암반보다 가벼워서 그 위에서는 중력이 아주 미세하게 약하게 측정된다. 조사팀은 교실 절반 크기 남짓한 약 35제곱미터 구역을 1200번 넘게 콕콕 찍어 쟀고, 세 차례 조사 결과 모두에서 일치하는 이상신호를 확인했다. 매장실 벽면 인근에서 포착된 이 신호를 근거로, 연구팀은 무덤 북쪽 방향에 폭 약 2m의 통로가 있고, 이 통로들이 25~30m 범위에 걸쳐 5~6개의 방실을 서로 연결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이 방실 개수와 범위는 어디까지나 지구물리 데이터를 해석한 추정치이며, 실제로 굴착하거나 촬영해 확인된 값은 아니다.

다음 단계와 남은 논쟁

연구팀은 이집트 최고고대위원회의 승인을 받으면 지름 약 7~8cm의 소형 구멍을 뚫고 그 틈으로 초소형 카메라 로봇을 넣어 실물을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승인이 이뤄질 경우 이르면 2026년 11월 착수가 목표지만, 아직 확정된 일정은 아니다.

회의론도 뚜렷하다. 전직 문화유산부 장관 자히 하와스는 이번 신연구에 대해 "지구물리 기법으로 이집트 어느 유적에서도 발견을 이뤄낸 적이 없다"고 비판하며, 자신이 직접 무덤 북쪽 지역을 발굴했지만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브래드퍼드대의 GPR 전문가 크리스토퍼 개프니는 결과가 "흥미롭다"면서도 공개된 정보만으로는 결정적 결론을 내리기엔 부족하다고 평가했고, 킬대의 지구물리학자 피터 스타일스도 미소중력 증거가 방실 존재를 그럴듯하게 만들지만 더 상세한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의 일원인 밸러드 스스로도 이번 측정이 GPR과 미소중력 조사가 정확히 규명할 수 있는 한계에 근접한 조건에서 이뤄졌다고 인정했으며, 숨겨진 공간이 있더라도 침수 등으로 손상됐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2017~2018년 포르첼리 팀의 "숨은 방 없음" 결론과 이번 연구 결과가 어떻게 양립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같은 유적을 두고 2015년 "90% 확률로 존재"에서 2018년 "매우 높은 신뢰도로 존재하지 않음"으로 결론이 완전히 뒤집혔던 전례가 있는 만큼, 이번 발표 역시 같은 반전을 겪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설령 물리적으로 빈 공간이 확인되더라도, 그것이 네페르티티의 매장실이라는 보장은 없다. 단순한 저장고이거나 이전 왕실 무덤 단지의 다른 부분일 가능성도 함께 제기된다. 실물 확인과 이집트 당국의 승인이 이뤄지기 전까지, 이번 발표는 여전히 가설 단계에 머물러 있다.

자료: 아인샴스대학교, GBG Group, 이집트 국립천문지구물리연구소(NRIAG), Amarna Royal Tombs Proj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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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성 기자 ms.park@k-rnd.net
산업·제조 — 산업공학, 제조·공정관리·물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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