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1억2500만 년 전 크로커다일 친척 화석을 자외선으로 비춰보니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09.22 07:16
100년 넘게 박물관에 잠들어 있던 몬트세코수쿠스 화석, UV 재조사로 피부·꼬리 줄무늬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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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Pere López (Pere prlpz)·Wikimedia Commons, CC BY-SA 3.0)

스페인 피레네산맥 자락의 한 화석 산지에서 나와 100년 넘게 박물관 서랍 속에 잠들어 있던 화석에, 최근 연구자들이 자외선(UV) 손전등을 비췄다. 그러자 맨눈으로는 전혀 보이지 않던 피부 비늘 무늬와 연골 조직, 꼬리를 감싼 명암 줄무늬가 형광빛 속에서 또렷이 떠올랐다. 위조지폐를 감별할 때 자외선 램프를 비추는 것과 같은 원리로, 약 1억2500만 년 전 살았던 크로커다일(악어)의 먼 친척 Montsecosuchus depereti(몬트세코수쿠스 데페레티)의 몸에 무엇이 숨어 있었는지가 드러난 것이다.

1902년 발굴, 2026년에야 드러난 진짜 모습

이 화석(표본번호 MGB-512)은 1902년 스페인 카탈루냐 레이다주 라 노게라 지역의 화석산지 '라 페드레라 데 메이아'에서 지질학자 루이스 마리아 비달이 발굴했다. 뼈들이 거의 흐트러지지 않은 채 몸 형태 그대로 붙어 있는 관절 연결 골격이었다. 비달은 1915년 이 화석에 '알리가토리움 데페레티'라는 이름을 붙였고, 1990년에는 다른 연구자들이 재기재 논문을 통해 새로운 속(생물 분류에서 종의 상위 단계)인 '몬트세코수쿠스'로 이름을 바꿔 붙였다. 화석은 그 사이 줄곧 바르셀로나 자연과학박물관에 보관돼 왔지만, 피부나 연골 같은 연조직이 상세히 조사된 적은 없었다.

화석이 나온 라 페드레라 데 메이아는 '라 페드레라 데 루비에스층'에 속하는 지층으로, 같은 지층에서 원시적인 새와 도마뱀·개구리류·곤충 화석 등이 함께 발견돼 온 정밀 보존 화석층으로 꼽힌다. 이런 지층에서는 뼈뿐 아니라 피부·연조직 같은 여린 부분까지 드물게 보존되는 경우가 있어, 이번처럼 자외선으로 살펴볼 만한 흔적이 남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카탈루냐 고생물학연구소 연구팀은 자외선을 비추는 방법으로 이 화석을 다시 들여다봤다. 암석과 그 속에 남은 연조직은 화학 성분이 달라, 자외선을 받으면 서로 다른 빛깔로 형광 반응을 일으킨다. 이 차이를 이용하면 일반 조명이나 가시광선 사진으로는 암석 표면과 구분되지 않던 얇은 피부나 연골의 흔적을 뚜렷하게 골라낼 수 있다. 발굴부터 124년이 지난 뒤에야 이 화석의 '숨은 몸'이 처음 기록된 셈이다. 연구는 스페인 과학혁신대학부, 유럽연합의 넥스트제너레이션EU·회복탄력성계획(PRTR), 카탈루냐 문화부 등 공공 연구비 지원으로 이뤄졌으며, 결과는 학술지 Zoological Journal of the Linnean Society에 실렸다.

숨어 있던 피부·호흡 구조·꼬리 줄무늬

자외선 아래서 가장 먼저 드러난 것은 몸 전체를 덮은 비늘의 배열 패턴이었다. 이와 함께 뼈와 뼈 사이를 메웠을 연골 조직의 흔적도 확인됐다. 특히 눈길을 끈 부분은 가슴 부위였다. 갈비뼈들 사이에서 '구상돌기(uncinate process)'라 불리는 작은 뼈 돌기 구조가 나타났는데, 이는 오늘날 새들이 숨을 쉴 때 갈비뼈와 흉곽을 지지해 호흡 효율을 높이는 데 쓰는 구조와 닮았다. 새와 악어는 아주 먼 옛날 갈라진 친척뻘 동물인데, 이런 구조가 함께 나타난 것은 두 계통 사이에 호흡 방식의 공통점이 있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몸통·목·다리 가장자리를 따라서는 유난히 작고 다른 것과 형태가 다른 비늘들도 발견됐는데, 연구팀은 이를 감각기관이 있었을 '가능한' 자리로 조심스럽게 해석했다. 아직 신경이나 감각 조직 자체가 확인된 것은 아니어서, 확정된 사실이라기보다는 하나의 가능성으로 남아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발견은 꼬리였다. 꼬리를 따라 밝고 어두운 부분이 번갈아 나타나는 띠 모양의 명암 줄무늬가 형광 반응으로 드러난 것이다. 오늘날 여러 동물이 몸에 두르는 위장 무늬와 비슷한 패턴이어서, 이 악어 친척도 비슷한 용도의 무늬를 몸에 지녔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현생 악어류와 달리 이 종은 꼬리 등쪽을 따라 세워진 지느러미 모양의 뼈 능선이나, 다리를 덮은 두껍고 딱딱하게 골화된 비늘은 갖고 있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몸길이는 약 50cm, 요즘 고양이 한 마리 정도의 작은 몸집이었다. 이 동물이 살았던 시기는 공룡 시대 중에서도 초반부에 해당해, 훨씬 후대인 티라노사우루스가 등장하기 전이었다.

무늬는 봤지만 색은 못 봤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의 한계도 스스로 분명히 밝혔다. 공동저자 알베르트 셀레스는 '현재로서는 이 악어 친척의 꼬리가 정확히 어떤 색깔이었는지 확실히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자외선 형광으로 확인된 것은 어디까지나 연조직이 보존된 자리에 따라 생긴 밝고 어두운 대비, 즉 무늬의 패턴이지, 실제로 색을 내는 색소 성분 자체가 검출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무늬는 확인됐지만 그것이 실제로 어떤 색이었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는 채로 남아 있다.

이 동물의 분류 자체도 학계에서 논쟁 중이다. 이번 논문은 몬트세코수쿠스를 '아토포사우루스과로 추정되는' 종으로 소개했지만, 별도로 2016년 발표된 계통 분석 연구는 이 속과 가까운 종들을 아토포사우루스과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결과를 내놓은 바 있어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또한 이번 연구는 단 하나의 표본만을 근거로 한 것이어서, 같은 종이나 가까운 친척 종의 다른 개체에서도 똑같은 줄무늬나 감각기관 흔적이 나타나는지는 앞으로 더 확인돼야 할 과제로 남았다. 이번 발견에 대한 연구팀 외부 전문가의 별도 반론이나 이견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자료: 카탈루냐 고생물학연구소(ICP-CERCA), 바르셀로나 자연과학박물관, 뉴잉글랜드대학교, 카탈루냐 자치대학교, 코넨카 데야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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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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