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걱정 없는 배터리, 실험실 밖에서도 통할까

유일혁 기자 · 입력 2026.09.24 05:54
동국대 아연이온전지 신소재가 던지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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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동국대 본관(동국관) 전경 (사진 출처=Wikimedia Commons·DONGGUK UNIVERSITY, CC BY-SA 3.0)

리튬이온전지 화재 소식이 나올 때마다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산업은 같은 질문과 마주한다.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대가로 안전을 얼마나 더 양보해야 하는가. 최근 동국대 안건형 교수팀이 국제학술지 Chemical Engineering Journal에 발표한 수계 아연이온전지용 신소재 연구를 보면서 필자가 먼저 눈이 간 대목은 용량 수치가 아니라 '수계(水系)'라는 단어였다. 전해질에 물을 쓰는 전지는 인화성 유기용매를 쓰는 기존 리튬이온전지와 달리 불이 잘 붙지 않는다. 연구팀은 이산화망간(MnO2) 양극 표면에 고분자 계면층을 입힌 전극 ZIA를 만들어, 별도의 활성화 공정 없이도 용량과 수명을 함께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왜 지금 아연이온전지인가

아연이온전지는 사실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아연은 매장량이 풍부해 리튬보다 값싸고 물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반응해, 화재·폭발 위험이 낮은 차세대 후보로 오래전부터 거론돼 왔다. 문제는 늘 성능이었다. 망간 산화물 계열 양극은 충放전을 반복하면 구조가 무너지거나 전해질 속으로 금속이 녹아 나가는 현상이 심해 용량이 빠르게 떨어졌고, 이를 보완하려 초기에 별도의 활성화 공정을 거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연구가 그 활성화 과정 자체를 생략하면서 용량과 수명을 동시에 잡았다는 점은, 계면층이라는 비교적 단순한 설계 변경만으로 소재의 근본 약점을 우회했다는 뜻이어서 눈여겨볼 만하다.

남은 과제와 우리가 준비할 것

다만 필자는 이 결과를 곧바로 상용화 임박 신호로 읽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본다. 대부분의 차세대 전지 연구는 소규모 실험셀 단계에서 우수한 성능을 보이지만, 실제 대형 셀과 팩 단위로 넘어가면 에너지 밀도, 대량 생산 공정, 원가 경쟁력이라는 전혀 다른 장벽과 마주하기 때문이다. 아연이온전지가 리튬이온전지를 전면 대체하기보다는, 화재 위험을 낮춰야 하는 가정·건물용 ESS나 대규모 정지형 저장장치 같은 특정 용도에서 먼저 자리를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필자는 판단한다. 그렇다면 국내 배터리 산업과 연구 지원 정책이 준비해야 할 방향도 분명해진다. 차세대 전지를 에너지 밀도 경쟁의 연장선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안전성과 용도 특화라는 축에서도 투자와 실증 기반을 함께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동국대 연구팀의 이번 성과는 그 가능성을 실험실 수준에서 한 걸음 더 보여준 사례로 평가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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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혁 기자 ih.yoo@k-rnd.net
재료·대학·교육·경제·특허 — 신소재, 대학·교육 정책, 투자·정책자금, 지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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