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진 촉발지 지열발전 부지에 '지진안전종합센터'…2028년 준공
2017년 국내를 뒤흔든 포항지진의 원인으로 지목된 지열발전 연구부지에 지진 관측과 연구, 안전교육을 한데 모은 '지진안전종합센터'가 들어선다. 지진을 촉발했던 현장이 거꾸로 지진 안전을 지키는 거점으로 탈바꿈하는 셈이어서 눈길을 끈다.
기상청(청장 이미선)은 23일 서울청사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 경상북도, 포항시와 '(가칭)포항 지진안전종합센터 구축 및 운영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센터는 올해 말 착공해 2028년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하며, 총사업비 220억원은 전액 국비로 투입된다. 중앙정부 기관인 기상청과 기후에너지환경부뿐 아니라 지역 지자체인 경상북도와 포항시까지 협약 당사자로 이름을 올린 점도 눈에 띈다. 국가 차원의 지진 연구 인프라 확충이라는 중앙정부 과제와, 지진 피해를 직접 겪은 지역의 안전 인프라 확보라는 지역 현안이 하나의 사업으로 묶여 예산과 기술, 행정을 함께 투입하는 구조인 셈이다.
센터가 들어서는 곳은 과거 '지열발전'을 실증하던 연구부지다. 지열발전은 땅속 깊은 곳의 뜨거운 열을 끌어올려 전기를 만드는 발전 방식으로, 이 과정에서 땅속 암반에 인공적으로 균열을 내고 고압의 물을 주입해 열을 흡수하는 방식이 쓰인다. 정부합동조사연구단(단장 서울대 이강근 교수 등 국내외 전문가로 구성)은 약 1년간의 조사 끝에, 2017년 11월 규모 5.4로 발생해 포항 일대에 큰 피해를 남긴 지진이 바로 이 지열발전 실증사업 과정에서 주입된 고압의 물이 인근에 있는지조차 몰랐던 단층을 자극해 발생시킨 '촉발지진'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자연적으로 쌓인 지각 에너지가 스스로 터진 것이 아니라, 사람의 활동이 방아쇠 역할을 해 일어난 지진이라는 뜻이다. 이 조사 결과에 따라 해당 지열발전 사업은 이후 중단되고 백지화됐고, 부지는 오랫동안 지진의 아픈 기억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남아 있었다.
기상청이 하필 이 부지를 새 센터의 터로 정한 것은 상징적이면서도 실용적인 선택으로 풀이된다. 지진을 촉발했던 현장인 만큼 주변 단층과 지반의 특성에 대한 기존 조사 자료가 이미 쌓여 있어, 지진 관측과 연구를 이어가기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준공 이후 센터는 지진 관측·분석 기술을 고도화하고 새로운 지진서비스를 개발하는 연구 기능과 함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안전교육을 함께 수행하는 지진특화 공간으로 운영될 계획이다. 관측과 연구, 교육이라는 세 기능을 한 공간에 모아 놓았다는 점에서, 지진 대응 역량을 연구자 중심에서 시민 중심으로까지 넓히려는 시도로도 읽힌다. 지진 피해를 직접 겪은 지역 주민들에게는 자신들이 겪었던 재난의 현장이 감시와 대비의 눈으로 바뀐다는 사실 자체가 불안을 다독이는 의미로 다가올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 기술을 새로 도입할 때 지반 안정성을 사전에 얼마나 꼼꼼히 검증해야 하는지를 되짚게 한 사건이 포항지진이었던 만큼, 그 현장에 들어서는 이번 센터는 실제 피해를 겪은 자리에서 얻은 교훈을 지진 대비 역량으로 전환하는 상징적인 의미도 지닌다. 지진안전종합센터가 예정대로 2028년 상반기 준공되면, 포항은 지진의 아픈 기억이 남은 부지를 지진 관측·연구·교육의 거점으로 바꾸는 사례로 남을 것으로 기대된다.
자료: 기상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