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두개골 뼈 속에서 찾은 새 면역 기관 — 뇌종양에 가장 먼저 반응하는 '해골 골수' 면역 허브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09.26 07:26
뇌를 감싼 뼈 안에 숨어 있던 '미니 면역 훈련소', 원거리 림프절보다 먼저 경보를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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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Baili Min (Flickr·Wikimedia Commons), CC BY 2.0)

목이 부었을 때 손으로 만져지는 것이 림프절이다. 몸속 어딘가에서 침입자가 들어오면, 그 소식을 전달받은 림프절이 부풀어 오르며 면역세포를 훈련시킨다. 그런데 뇌 주변에는 이런 림프절이 따로 없어서, 오랫동안 뇌는 몸의 면역 감시망에서 동떨어진 요새로 여겨져 왔다. 그런데 이 상식을 뒤흔드는 발견이 나왔다. 뇌를 감싸는 두개골 뼈, 그것도 뼈 속 골수 안에 림프절과 비슷한 구조가 숨어 있었고, 이 구조가 뇌에 생긴 종양에 몸속 먼 림프절보다 먼저 반응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담장 밑에 숨어 있던 초소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WashU) 의대 연구팀은 마우스의 두개골, 그중에서도 뒤통수 쪽 뼈 속 골수에서 건강한 상태에서는 지금까지 보고된 적 없는 조직화된 면역 구조를 확인했다고 국제학술지 Nature에 발표했다. 이 구조 안에는 T여포보조세포(항체를 만드는 B세포를 도와 면역 반응을 조율하는 T세포의 한 종류)와 B세포가 마치 훈련소처럼 질서 있게 모여 배중심(germinal center, 몸에 침입한 항원에 맞춰 항체를 개량·생산하는 면역세포들의 집합 구역)이라 불리는 구조를 이루고 있었다. 논문은 2026년 8월 19일 게재됐으며, 제1저자는 박장현, 교신저자는 신경면역학자 조너선 킵니스 WashU 의대 교수다.

이 발견이 특별한 이유는 위치에 있다. 뇌와 이를 감싸는 막(경막), 그리고 두개골 뼈 사이에는 미세한 통로가 있어, 뇌에서 만들어진 단백질 등 물질이 이 통로를 타고 곧장 두개골 골수 속 면역 구조로 전달된다. 몸 반대편 겨드랑이나 목의 림프절까지 신호가 가려면 시간이 걸리지만, 두개골 골수의 이 허브는 담장에 바짝 붙은 초소처럼 뇌에서 생긴 이상 신호를 가장 먼저 받아볼 수 있는 자리에 있는 셈이다. 실제로 연구팀이 만든 마우스 교모세포종(뇌에서 발생하는 악성 종양 중 가장 흔하고 공격적인 유형) 모델에서, 이 두개골 골수의 허브는 몸속 먼 곳에 있는 림프절보다 먼저 종양에 반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막으면 나빠지고, 깨우면 좋아진다

연구팀은 이 허브가 실제로 종양과 싸우는 데 쓰이는지 확인하기 위해 개입 실험을 진행했다. 약물로 두개골 골수의 이 면역 허브를 차단하자 종양이 더 빨리 자랐고 생존 기간도 짧아졌다. 반대로 두피 밑에 면역 반응을 촉진하는 단백질을 섞은 젤을 발라 이 허브를 자극하자, 항체 생성이 늘고 종양을 거부하는 반응이 강해지면서 생존 기간도 늘어났다. 다만 이때 사용한 여러 성분 중 하나만 단독으로 투여했을 때는 오히려 상태가 나빠졌다. 즉 효과를 보려면 여러 성분이 조합돼야 했다는 뜻으로, 이 면역 허브가 단순한 스위치가 아니라 여러 신호가 함께 맞아떨어져야 작동하는 정교한 체계임을 시사한다.

더 눈에 띄는 대목은 이 구조가 만들어지는 시점이다. 연구팀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 림프양 구조는 마우스가 태어난 지 겨우 1주일 만에 이미 형성돼 있었다. 종양이 생기고 나서 급하게 만들어지는 임시 방어선이 아니라, 몸이 태어날 때부터 미리 깔아 둔 감시망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10년째 이어지는 뇌 면역 연구의 흐름

이번 발견은 갑자기 튀어나온 것이 아니라, 지난 10여 년간 쌓여 온 연구 흐름의 최신판이다. 2015년 같은 연구팀은 뇌를 감싼 경막에서 그동안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겨졌던 림프관을 처음 확인했다. 2021년에는 두개골과 뇌를 감싼 수막 사이를 잇는 골수구 통로가 규명됐고, 2024년에는 실제 인간 교모세포종 환자에서 두개골 부위의 국소적인 T세포 반응이 확인된 바 있다. 이번 연구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건강한 상태의 골수 안에 조직화된 림프절형 구조 자체가 존재한다는 것을 처음 보여준 것이다. 다만 두개골 골수가 뇌종양에 국소적으로 먼저 반응한다는 개념 자체는 2024년 인간 연구에서 이미 제시된 바 있어, 이번 발표를 맥락 없이 "세계 최초 발견"으로만 이해하면 과장이 될 수 있다.

아직은 마우스 이야기 — 남은 질문들

연구팀 스스로도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교신저자 킵니스는 이 구조가 인간에서도 똑같은 방식으로 존재하고 기능하는지 먼저 확인해야 하고, 질병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이해해야 하며, 해로운 염증 반응 없이 이 허브를 조작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치료법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잠재적으로는 그렇지만, 아직 알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선을 그었다. 이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독일 프라이부르크대의 신경면역학자 마르코 프린츠도 이번 발견을 "이정표적"이라 평가하면서, 동시에 연구팀이 아직 이 허브가 인간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존재하고 기능한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점을 이 분야의 주요 과제로 꼽았다. 실제로 공개된 인체 데이터셋을 다시 분석한 결과 두개골 골수에서 소수의 T세포 등 관련 면역세포의 흔적은 확인됐지만, 이는 세포가 존재한다는 확인 수준일 뿐 인간에게서 조직화된 구조 자체가 직접 관찰된 것은 아니다.

한편 뼈와 면역의 관계는 한쪽 방향으로만 이롭게 흘러가지 않는다는 점도 함께 짚어둘 필요가 있다. 별도의 연구에서는 뇌종양이 오히려 두개골 뼈를 침식시키고 골수의 면역 지형을 바꿔놓는다는 사실이 보고됐고, 이때 뼈 손상을 막는 약물이 특정 종양 유형에서는 오히려 면역항암제의 효과를 없애는 역설적인 결과도 함께 나타났다. 두개골의 면역 허브를 무조건 "이로운 방어선"으로만 단순화해서 볼 수 없는 이유다.

한국과의 접점

이번 논문의 제1저자 박장현은 발표 이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독립 연구실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번 연구에는 한국연구재단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연구비도 일부 지원됐다. 연구팀은 수술이나 주사가 아니라 두피 밑에 젤을 바르는 방식만으로 면역 허브를 자극해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도, 사람에게 실제로 적용하기까지는 검증할 단계가 많이 남아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자료: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의대(Washington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in St. Louis), 국제학술지 Nature,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한국연구재단, 한국보건산업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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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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